영양제는 한 마디로, 영양을 보충하는 약이다. 각종 영양소 성분을 배합해 정제나 음료 형태로 만들어 복용과 체내 흡수를 쉽게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얹어지는 만큼 복용하는 영양제도 늘어나는데,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는 “영양제마다 복용법과 양이 다르다”고 말한다.

글을 쓴 정희진 약사는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완치가 목표가 아니라, 약이나 생활습관 교정등으로 계속해서 상태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이 목표인 질병이 많습니다. 이때는 대개 평생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약을 써야 합니다.

‘평생 약을 쓰며 관리해야 한다’, 혹은 ‘병 자체는 치료가 힘드니 통증 등 증상만을 조절해야 한다’ 같은 말을 들은 환자는 종종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독한 약을 몇 년씩 쓰다가 없던 병도 생기는 건 아닌지, 약에 중독이 되거나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합니다. 병을 낫게 하는 약도 아닌데 왜 계속 써야 하냐며 싫어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예정된 기한 없이 오랜 기간 약을 써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서면 약효에 대한 믿음이 옅어지고 복약지도를 따르겠다는 마음이 줄어들기 쉽습니다. 그러니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약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약 사용을 조금 덜 꺼리셨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좋거나 나쁜 약은 없다

만병통치약, 몸에 좋은 약, 사람 죽이는 약 등 약의 효과에 대한 묘사는 다양합니다. 하나에 대한 표현이 이렇게 다양한 것은 약이 절대적인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거나 반대로 모든 사람에게 나쁜 약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얼굴에 기름을 바른다면 피부가 건조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피부가 기름진 사람에겐 오히려 안 바르느니만 못한 것처럼 말입니다.

약은 몸 안에 있는 여러 물질들에 영향을 끼쳐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약을 쓰니 몸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얻으려면 몸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작용을 하는 약이 필요합니다. 몸에 무언가 부족한 게 문제라면 보충하는 약을, 무언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서 원래 몸의 기능을 방해하는 게 문제라면 없애는 약이 필요한 식이죠. 혈당이 높은 환자의 혈당을 정상 범위로 조절하려면 당뇨약을 써야 하지만, 혈당이 낮은 환자에게는 당뇨약이 아니라 콜라나 사탕을 써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약이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무조건 그 약을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혈당이 높은 환자에게 당뇨약이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필요한 양 이상으로 쓴다면 오히려 혈당이 너무 낮아져서 문제가 될테니까요. 반대로, 해롭다고 알려진 독을 적절하게 쓰면 약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용 목적으로 널리 알려진 보톡스는 사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이 내뿜는 독소 중 하나를 정제한 것입니다. 균이 만들어낸 독소이기는 하지만, 보톡스를 적당히 쓰면 비정상적으로 과한 근육 수축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미용 목적뿐 아니라 턱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긴장되어 있는 등 여러 증상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약은 모든 사람에게 ‘근육에 좋다’처럼 똑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 수축을 억제한다’ 같은 특정한 방향으로 몸 안의 물질을 조절하는 식으로 작용합니다. 약은 내 몸의 모자라거나 많은 것을 정상 범위로 맞추기 위해 높이거나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나를 돕는 방법 중 하나다

오랜 기간 동안 약을 쓰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돌아서면 약을 쓸 시간이라 챙겨야 하고, 또 돌아서면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과 약국에 가야 합니다. 생활하다 보면 설명 들었던 내용에 이래저래 어긋나는 상황도 생깁니다.

잘 챙겨서 쓴다고 노력했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약이 남아 쌓여가고,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등 기억해야 할 내용도 많아져 모두 지키기가 힘들어집니다. 이 시기를 열심히 보내고 있으니 약을 쓰게 된 원인이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그저 계속 약을 써야 한다니 지치기도 합니다.

약은 흔히 다른 방법에 비해 선뜻 시작하고 유지할 마음이 덜 들고 꺼리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운동이나 식이요법처럼 약 또한 ‘나를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운동 같은 방법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접할 수 없고 제약회사에서 만들어낸 것이라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만, 잘 활용한다면 나에게 많거나 부족한 것을 알맞게 조절해 ‘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약은 병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그로 인한 증상 때문에 생활에 제한이 생기지 않게 나를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약을 꼭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알맞은 약을 적당한 양과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해서, 계속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나 증상과 별개로 일상을 다양하고 행복하게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