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2년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의 수고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방성조 교수가 예방접종을 지원해 경험한 후기를 전한다.

글 방성조(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므로

신종 코로나 예방접종 지원 후기 작성을 요청받고 잠시 망설였다.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교수님들, 코로나 환자 입원 병동의 간호사님들, 감염 관리실 등 많은 이들이 참으로 오랫동안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데, 고작 코로나 예방접종 예진 몇 번 했다고 수기를 쓴다는 게 겸연쩍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과장 회의에서 코로나 예방접종 지원단 모집 설명을 들었다. 내용은 “많은 교수님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연구 시간을 쪼개 지원을 당부한다”는 이야기가 곁들여졌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교수님은 연구와 강의 준비 등 연구 시간만으로는 부족하여 평일 저녁 일과 후나 주말에 밀린 일을 해결할 때가 많다. 그러니 연구 시간에 지원을 나간다는 건 야간이나 주말에 해야 할 일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예방접종에는 예진하는 의사뿐 아니라 백신 분주(分株), 접종, 약 관리 등록과 모니터, 안내 설명 등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나는 예진을 담당하고 후기를 작성하지만 함께 수고하신 분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극복하기를

코로나 예방접종 지원 장소는 남구 접종센터, 동구 접종센터, 북구 접종센터, 현대중공업 등 총 4곳이었다. 8월 3일에는 동구 접종센터로 지원을 나갔는데, 이전에 병원 내에서 예방접종 예진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터라 동구 접종센터에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예진을 진행했다.

8월 10일부터는 현대중공업에 지원을 나갔다. 예진 내용은 백신 접종을 보류해야 하거나 금기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백신 접종 뒤 안정 후 귀가 및 경도의 부작용은 해열제 복용, 중증의 부작용은 진료를 권유하는 것이다. 또 이틀 정도 운동과 음주 금지 설명 등 비교적 어렵지 않은 업무다. 하지만 하루 1,500명(941~1771명)을 시간당 200명으로 예약하였으니, 예진 의사가 3명이긴 해도 의사 한 명당 5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예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진실 간격은 가깝고 가림막도 허술하여 옆의 소리가 들리는 정도인데, 접종자와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니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외래 진료와 달리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입력하는 시간이 없어 쉴 틈 없이 말을 이어서 해야 한다. 예진을 시작하고 두세 시간 지나니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러다 ‘목이라도 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튿날 외래 진료가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조금 낮추는 대신 말을 또박또박해서 알아듣기 쉽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뿔싸, 다음은 외국인이다. 다행히 접종을 하러 온 이들은 질문이 그리 많지 않았다. 첫 번째 현대중공업 예진을 무탈하게 마쳤다. 다음 예진 때는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꼭 해야 할 말들을 다듬고 추려본다.

함께 예진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을 대신하여 쓴 글이 미흡해 보인다. 분주와 접종, 안내 등으로 함께 수고한 이들의 고충을 세세히 알려드리지 못한 점도 마음 한편에 남는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코로나가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코로나 극복을 위하여 필요한 일에는 다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한마음 한뜻이리라’ 생각하며 이글을 마무리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극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