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의 구강건강 수준은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장애를 이유로 제대로 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했던 울산 지역 장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최근 울산대학교병원에 문을 연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소개한다.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구강건강

지난 8월 9일, 울산대학교병원에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울산대학교병원 별관 1층에 위치한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울산 지역 내 장애인들이 전문 치과 의료서비스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곳에서는 일반 치과에서 진료받기 힘들던 중증 장애인이 보다 전문적으로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유한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한 치매, 중증 근무력증, 파킨슨 같은 질병을 가진 이들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센터 개소는 진료비 때문에 치과 치료에 장벽을 느꼈던 이들에게는 한층 더 반가운 소식이다. 진료비 지원은 장애인복지카드를 소지한 모든 이에게 해당한다.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는 일반 치과의 모든 진료가 가능하다. 스케일링이나 불소도포 같은 예방 진료부터 충치라 부르는 우식 치료, 잇몸 치료, 발치와 보철 치료까지 가능한 진료환경을 구축했다.

이뿐만 아니다.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생기면서 지금까지 장애인들이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소요했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고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울산 지역은 광역시라는 행정적 지위를 지녔지만, 장애인의 구강 진료 부분에서는 다소 소외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리적으로 경남, 부산과 접하고 있기에 부산이나 양산 등 국립대학병원이 있는 인근 도시로 접근과 이동이 쉽지만 치과 치료를 위한 이동이 수차례 누적되면 환자나 보호자 모두 큰 불편함을 느낀다. 이에 대해 서정민 센터장은 “간단한 구강 진료나 경과 관찰을 하기 위해 승용차로 1시간 이상의 거리를 가야 했다. 특히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거나 장애인 전용 이동 수단을 이용할 때는 시외 이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지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한다.

장애인전문 치과 진료 시설을 갖추다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개소는 2019년 1월, 보건복지부의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치지원 사업에 응모한 결과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울산광역시와 협의하여 사업 참여를 결정, 2019년 5월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치 사업기관으로 최종 선정되어 운영하게 됐다.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울산광역시의 협조 아래 필요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동시에 건축설계와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다. 이후 2020년 2월에 착공을 시작해 2021년 6월까지 총 17개월에 걸쳐 별관을 완공했다. 별관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다. 센터에는 치과의사 1명, 임상전문 간호사 1명, 치과위생사 4명, 치과기공사 1명, 행정전담 사회복지사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별관은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좋도록 맞춤 시설로 설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본관과 센터가 있는 별관은 지하통로로 연결되고 센터는 지하 주차장과 직접 연결된다.

별관 2개의 출입구는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낮은 턱과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다. 1층 로비에는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갖추고 센터 내 모든 이동 경로에서 센터를 찾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복도와 출입문을 넓게 설계했다. 센터 입구 옆에 전동휠체어 충전기를 두어 환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벽면에는 보조 안전바를 설치해 환자의 거동을 돕는다. 각 방에는 점자 안내를 구비해 환자가 직접 이용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치료실에는 장애인용 치과 유니트 체어 4개를 두고, 센터 전용 방사선 촬영실은 물론 접수부터 수납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운영해 이용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기존 이용객들은 파노라마 촬영, CT 촬영 시 영상의학과를 방문하고 다시 원무과를 방문해 접수와 수납을 해야 했다. 패디랩실(신체속박기구), 진정마취기(N2O) 등도 장애인을 고려해 구비한 시설이다.

Q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장애인들의 진단과 치료는 과정이나 방법, 절차가 비장애인들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비장애인에게는 수월하고 간단한 치료도 불수의적 움직임이 있거나 협조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대개 전신마취 후에 치료하거나 속박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 치과의원에서는 장비나 시설, 시스템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각 권역별 전담 의료 기관이 필요합니다.

Q 진료비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개인의 경제 상황과 장애 등급에 따라 차등 지원합니다. 의료급여 환자는 비급여 진료비 총액의 50%, 치과 영역 중증 장애인 환자는 비급여 진료비 총액의 30%, 치과 영역 경증 장애인 환자는 10%의 진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1,000만 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나오면 500만 원만 수납하면 됩니다. 진료비 지원을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해당자), 장애인복지카드(장애인증명서(3개월이내 발급)) 등이 필요합니다.

Q 진료는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나요?

A 치과 치료는 내원 당일 진단에서 치료까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간단한 치료부터 길게는 6개월이나 1년까지 소요되는 치료도 있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입니다. 간단한 치료라도 환자의 장애 정도나 기타 특성에 따라 치료 기간이 천차만별입니다. 반드시 예약을 하고 직접 센터를 방문해야 의료진이 환자를 평가하고 향후 진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약은 전화(052-250-7330, 7335) 또는 센터 홈페이지 내 온라인문의를 이용하면 됩니다. 문의 내용을 확인한 뒤 전화를 드립니다.

Q 장애인 치과 치료 중 기억에 남는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A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개소하기 전에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에서는 전신마취 치료를 포함해 장애인들의 구강진료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치과 치료를 할 때 의료진과 장애인 보호자들의 희망사항은 전신마취 횟수를 최소로 줄이고 싶은 것입니다.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협조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환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센터를 찾았을 때는 입을 벌리지 않아 단순 진단조차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입원을 시켜 전신마취 후에 처음으로 입안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예상대로 구강 내 위생, 건강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전신마취를 한 김에 치아 우식 치료와 발치, 치주 치료를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5~6시간에 걸쳐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한 번의 전신마취로 치료를 종결할 수 있어서 보호자도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Q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A 환자에게 전문성과 편의성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담 의료인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환자 개개인의 장애 종류나 정도, 의료급여,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경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센터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진료하겠습니다.

Q 센터를 찾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구강건강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올바른 식생활과 양치습관, 정기 검진과 주기적인 치과 내원, 스케일링 등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큰 질병과 고통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구강 건강에 관해 궁금할 때는 언제든 센터를 찾아주세요. 친절히 안내해드리고 상황에 맞는 예방과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