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가을이 아닌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간월재로 향하자.
햇살에 비친 황금빛 억새 물결이 온몸으로 우리를 감싸줄 테니.
영남 알프스의 은빛 향연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차례다.

글 유미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영남 알프스를 지키는 길목, 간월재

영남 알프스’는 울산의 가지산, 운문산을 비롯해 밀양 재악산, 경주 문복산과 함께 해발 1000m 이상이 넘는 9개 산을 아우르는 말이다. 유럽에 위치한 알프스 산맥에 견줄 만큼 산세와 풍경이 아름다워 이런 이름이 붙었다. 태백산맥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에 오르려면 꼭 지나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위치한 간월재다. 간월재는 예부터 이 지역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길목이었다. 배내골 주민, 울산 소금장수, 언양 소장수 같은 이들이 언양 장터로 줄을 지어 넘어 다니며 삶을 이어 나간 것이다. 10월이 되면 주민들이 억새를 베어 지게에 지고 나르느라 펼쳐진 억새 지붕이 장관을 이뤘다는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이곳 주민들의 곁에 억새가 항상 함께했던 것. 이 지역 억새는 9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11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은빛 장관을 연출한다. 잠시 숨 쉬는 걸 잊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장관이다.

간월재에 오르려면 울주군 상북면 배내2공영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부터 차량 통행이 쉽도록 마련해둔 평탄한 임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발 900m라고 하면 오르는 길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간월재까지 나무계단과 흙길이 잘 정비된 평탄한 임도가 이어져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타박타박 1시간 30분 정도 등산로를 걸으면 끝없이 펼쳐진 억새 평원을 마주한다. 햇빛에 빛나며 일렁이는 억새의 황금빛 물결, 눈앞이 탁 트이는 전경을 바라보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은 어느새 잊히고 만다. 흐드러지게 핀 억새를 손끝으로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고 산과 어우러진 풍경을 마음속에 담아오자.

간월재를 둘러싼 비경

간월재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간월산이, 왼쪽으로는 신불산이 보인다. 신불산 억새평원에서는 패러글라이딩과 산악자전거, 트레일 러닝 같은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울산과 밀양의 경계에 위치한 재악산은 산세가 험한 여느 산과 달리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암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자평은 천황산 동쪽에 위치한 125만여평에 이르는 고원지대다. 간월재에 이은 또 하나의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가을 풍경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 2019년부터 경북 청도군, 경남 밀양시, 양산시 등과 협약을 맺고 영남 알프스 9봉을 완등하는 등반자에게 인증서와 기념 은화를 증정하고 있다. 간월재에 간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그밖에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 역사 깊은 사찰, 얼음골, 파래소 폭포처럼 계절을 타지 않고 사시사철 방문하기 좋은 명소가 주변에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간월재 휴게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간월산길 614
052-229-9590

글을 쓴 유미지 작가는 월간 <코스모폴리탄>, <헬스조선> 등 매거진에서 사람과 문화를 아우르는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여행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으며 현재 잡지와 디지털 매체, 사보 등에 글을 기고하며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