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저마다 고충을 겪고 있다. 정신건강도 포함된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병원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06명이 응답했고 이들 중 대부분은 불안, 불면, 우울 등 증상을 겪고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주갑 교수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이주갑(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우리는 모두 ‘코로나블루’를 겪는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일상은 많이 달라졌고 여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울산대학교병원의 여러 출입구가 폐쇄되고 출입이 허용된 본관과 신관 출입구에서 벌어지는 체온측정, 방문목적 확인 등 통과의례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환자 면회가 금지되면서 들어오려는 방문객과 막으려는 직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오던 고성도 더 이상 듣기 어렵다.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더해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이젠 ‘코로나블루’와 같은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전염병 대유행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우울, 불안,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건강하던 사람에게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미 갖고 있던 정신건강 문제가 더 악화하는 사례가 있었다.

코로나19 시대,
울산대학교병원 직원들의 정신건강

감염병이 유행하면 병원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따라서 병원 직원들의 업무 로딩은 상당히 증가한다. 이 때문에 감염병 유행 기간 동안 병원 직원들은 업무 관련 스트레스, 번아웃과 함께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지역 유일의 대학병원으로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사뿐 아니라 울산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거의 전담하여 치료한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부담 증가는 상당히 클 것이다. 이에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고 있는 병원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알아보기 위해 병원 전산망의 직원 게시판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많은 직원이 소중한 시간을 내 설문조사에 기꺼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울산대학교병원 직원들은 우울, 불안, 불면, 스트레스 등 코로나블루 증상을 상당히 경험하고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얻은 자료는 논문으로도 정리하여 최근 해외학술지에 발표했다.

설문에 응답한 406명의 울산대학교병원 직원 상당수가 불안(160명, 39.4%), 불면(147명, 36.2%), 우울(58명, 14.3%)을 경험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가장 많았고, 취미나 운동, 음주나 흡연, SNS 사용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대학교병원 직원 중 74명(18.2%)은 직접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대면한 경험이 있었다. 144명(35.4%)의 직원이 자신이 일하는 곳이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인식했다. 병원의 여러 직군 중에서 간호사들은 자신의 근무지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우울, 불안,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다른 병원들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간호사들이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업무 부담이 증가하거나 업무 내용이 변경되면서 적응하는 문제, 보호구 착용 근무 등도 간호사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젊은 남자 직원들은 주로 음주나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따라서 요즘 같은 감염병 유행 기간에는 우울, 불안, 불면 증상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평소보다 음주, 흡연 등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술, 담배 등은 오히려 정신건강 증상을 악화하거나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설문조사는 2020년 6월에 시행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더 높았고, 병원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어느 정도 무뎌졌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정신건강에 취약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 차원의 시스템 개선,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동료 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도 울산대학교병원 직원들의 증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19 관련 미래는 안개 속처럼 불투명하다. 하지만 홈베이킹, 홈트레이닝 등 집에서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취미를 갖거나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틈틈이 소중한 이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 설문조사에 포함된 척도 항목들은 경도(mild)의 증상을 기준으로 증상 유무를 분류했다. 그러므로 우울, 불안, 불면 증상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우울 장애, 불안 장애, 불면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 위 연구가 발표된 논문 : Lee, J., Lee, H. J., Hong, Y., Shin, Y. W., Chung, S., & Park, J. (2021). Risk perception, Unhealthy Behavior, and Anxiety due to Viral Epidemic among Healthcare Workers: The Relationships with Depressive and Insomnia symptoms during COVID-19. Frontiers in Psychiatry, 12,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