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시작은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시작의 가치에 주목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올 3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 산부인과 고지혜, 외과 권진아, 안과 문해인 교수에게 환자를 만나는 ‘시작의 마음’을 들었다.

산부인과 고지혜 교수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생명의 탄생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것은 자연스럽게 신념이 되었는데, 의사는 그 신념에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산부인과는 의대생 시절부터 꿈꿔온 진료과예요. 제 신념과도 잘 맞는 진료과지요.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가 많은데, 산부인과는 “축하합니다!”라는 진심의 말을 가장 많이 전할 수 있는 진료과니까요. 한 생명이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설렘과 기쁨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의미 깊습니다. 산부인과 전공의, 전임의로 수련하면서 다양한 고위험 산모들을 진료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스스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는 동문 선배들이 진료하는 병원이자 울산 지역에서 고위험 산모 진료가 가능한 병원입니다. 익숙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판단하여 자연스럽게 선택하였습니다. 아직 병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까요? 병원에서 동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푸른 바다와 조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설레고 좋네요(웃음).

앞으로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저와 만나게 되는 모든 산모가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또 아픈 아기들이 힘들지 않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고 싶습니다. 그 속에서 때때로 닥쳐올 응급상황에 지치지 않고 또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숙제 같아요. 올해 목표는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갈고 닦는 것이랍니다.

외과 권진아 교수

실력과 마음을 모두 갖춘 의사

울산이 고향인 제게, 울산대학교병원은 많은 기억을 간직한 곳입니다. 어릴 적 엄마 손을 꼭 잡고 찾았던 무서운 병원이고, 가족의 아픈 곳을 치료해준 고마운 병원이기도 하지요. 또 제가 처음 ‘의사’라고 불리기 시작한 곳이고, 외과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가르침을 준 병원이에요. 다시 돌아왔을 때 주변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이 반겨주셨어요. 한 선생님께서 웃으며 “다시 돌아온 연어”냐고 말씀하셨죠.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에요. 이제는 외과 의사로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된 거 같아 기쁩니다.

외과를 선택하는 건 참 어려웠어요. 외과 교수님들이 정말 멋있지만, 그만큼 힘들어 보였거든요. 주변에서도 다시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그럼에도 아픈 환자를 위해 제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진료과라는 사실이 매력적이었고, 반면 제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할 줄 아는 게 없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외과를 선택한 이유예요. 4년의 외과 레지던트 수련 동안 체력은 물론 마음이 무척 힘들어 제 선택을 아주 조금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외과에는 많은 진료 분야가 있어요. 저는 유방 파트를 담당해요.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에요. 저는 환자들과 긴 시간 동안 만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두 가지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유방암 수술과 치료를 잘해야 환자를 오랫동안 볼 수 있겠죠. 그리고 환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의사가 되어야 긴 시간 동안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모든 것이 완벽한 의사는 현실에 없겠지만, <슬기로운 의사 생활> 속 의사들처럼 실력과 인간적 면을 모두 갖춘 의사는 존재하지 않을까요? 환자들이 브라운관이 아닌, 이곳 울산대학교병원 외과에서 그런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과 문해인 교수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 담을 수 있도록

우리에겐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5가지 감각, 오감(五感)이 있습니다. 저는 시각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많은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 오감이 없다고 상상했을 때 ‘시각’과 ‘청각’이 특히 아쉽더라고요. 마음까지 콕콕 저리고 시릴 정도예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거든요. 눈은 목숨과는 상관없는 몸의 기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삶에서 많은 즐거움과 가치, 의미를 담당하는 장기입니다. 안과에서 눈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이름에 담긴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병원과 환자, 또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한데, 울산대학교병원에는 그 신뢰가 이미 담겨 있어요. 아직 잘 모르긴 해도 울산 지역 환자들에게 울산대학교병원은 믿음직한 친구같다고 할까요? 아마 지금까지 울산대학교병원이 걸어온 길에서 환자들과 두터운 믿음의 관계를 형성한 덕분일 거예요. 이제 제게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라는 역할이 주어졌어요. 책임과 부담을 동시에 느껴요.

저는 안과에서 주로 망막파트를 진료해요. 망막은 눈 안쪽 부분인데, 갈수록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우리 몸의 다른 질병하고도 관련이 깊죠. 또 눈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도 많은데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해볼게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첫 마음’ ‘감사’라는 말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며 밝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