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소아해열제,
알고 사용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자주 겪는 상황이 아이에게 열이 날 때다. 아이에게 발열 증상이 생기면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지만 이때, 소아해열제 사용법만 잘 익혀둬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가 일러주는 소아해열제 사용법.

글 정희진(약제팀 약사)

글을 쓴 정희진 약사는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인 치료가 아니라 증상만 개선해요

발열은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발열은 정상 면역반응이고 몸의 중요한 방어 증상이므로,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거나 체온을 엄격하게 정상 범위로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아이라면 직장 온도 39℃ 미만의 발열이 있을 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해열제는 열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인 열을 낮춰줄 뿐입니다.

해열제를 쓴다고 해서 열의 원인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좋은데도 단지 체온을 정상범위로 낮추기 위해 해열제를 쓰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만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한편 미온수 목욕은 초반에 약간 빨리 체온을 떨어뜨리지만, 실질적으로 열이 나게 하는 체온조절중추에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 감소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아이를 불편하게 만들기 쉬운 방법입니다.

따라서 41℃ 이상 고 체온일 때만 사용하고 일상적인 발열 상황에는 할 필요 없습니다.

5세 이하의 아이가 열경련을 경험했다면 보호자들이 아이 체온에 더 섬세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아이가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은데도 38℃가 넘었다고 바로 해열제를 주거나, 평소 체온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해열제를 주거나, 해열제의 알맞은 용량과 간격을 지키지 않고 쓰거나, 같은 성분으로 된 먹는 해열제와 좌약을 동시에 쓰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체온 변화에 강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혹은 과하게 해열제를 사용한다면 열의 원인인 감염성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모르고 놓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열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열경련을 예방하거나 멈출 수 없습니다.

경련 중에 열이 내려가면 경련이 멈출 거라고 생각해 해열제를 먹이거나 좌약을 넣다가, 오히려 그 과정에서 해열제가 기도로 넘어가는 등 아이가 다칠 수 있습니다. 해열제로 떨어뜨릴 수 있는 체온은 1~1.5℃입니다. 그마저도 복용 몇 시간 뒤에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열경련 같은 상황에서 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해열제 성분을 확인하세요

해열제 성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눕니다.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해열제 성분들은 ‘NSAIDs’라고 부르고, 이것에 해당하는 성분은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등입니다. 여러 NSAIDs를 동시에 쓰면 안되기 때문에 이 중 하나만 준비해두시면 됩니다.

각 종류에 해당하는 약은 아주 많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인 약은 타이레놀, 세토펜, 챔프 등이고, NSAIDs가 성분인 약은 챔프 이부펜, 부루펜, 캐롤, 맥시부펜 등입니다. 지면에 모두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리고 두 성분 모두 종합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다른 약에 흔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먹지 않도록 약의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비상약으로 해열제를 구비할 때는 두 종류의 성분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약 한 가지씩만 준비하면 됩니다. 내가 가진 해열제가 2갠데 그 성분이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이라면 같은 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둘 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약’이니까요.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 모두 통증과 발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감소시켜서 통증과 열을 낮춥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NSAIDs는 염증 증상도 가라앉힐 수 있는데, 해열과 진통 효과와 더불어 중이염이나 편도염 증상에 사용하면 됩니다.

복용량과 복용 간격이 달라요

앞서 언급한 두 종류의 약은 나이와 체중에 따라 한 번 먹을 수 있는 양과 하루에 총 먹을 수 있는 양이 다릅니다. 복용 간격도 다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시간 간격,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은 6시간 간격이지요. 좌약 역시 먹는 약과 성분이 같다면 같은 약이라고 보면 됩니다.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 먹는 약과 좌약을 동시에 쓰면, 같은 약을 두 번 먹는 것과 똑같다는 뜻입니다.

해열제를 먹거나 넣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보호자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교차 복용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방법입니다. 크게 두 가지 해열제 종류가 있고, 한 해열제를 쓴 후 다음 복용시간까지 4시간에서 6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힘드니까 그 사이에 나머지 종류를 써보는 겁니다.

보통 해열제의 효과는 30분에서 1시간 뒤에 나타나니, 앞의 해열제를 쓰고 나서 2~3시간 뒤에도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나머지 종류의 해열제를 먹이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 종류의 해열제만 사용해도 아이의 상태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충분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드문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두 종류의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권장 용량보다 많이 쓰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