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치명적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울산현대축구단에 부상 방지 및 신속한 응급조치 등 전폭적으로 의료지원을 하며 팀과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정형외과 박기봉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를 맡고 있다. 주치의이면서 축구단의 오랜 팬이기도 한 그에게서 축구단을 향한 ‘진심’과 ‘세심함’이 엿보인다.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진심이 깃든 주치의의 노력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 정형외과 박기봉 교수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정형외과 전공의, 전임의 수련을 이수한 뒤 8년 만인 2019년에 울산대학교병원으로 다시 돌아와,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를 맡았다.

축구단 주치의 역할을 맡기까지 그는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는 정형외과 진료 분야 중 무릎 관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데, 박기봉 교수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릎 관절을 세부 전공으로 1년간 전임의 수련을 받았고, 국군대전병원에서 3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무릎 진료와 수술을 꾸준히 시행했다. 이후 5년은 부산의 정형외과 수련 병원에 근무하면서 정형외과 전공의들의 무릎 질환 관련 수술 교육과 수련을 담당했다.

2010년 전임의 생활을 하면서 경기장을 종종 찾았던 경험과 2018년에 K리그 부산·울산·경남지역 유소년 팀 닥터로 선발된 경력이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가 되는데 도움이 됐겠지만, 박기봉 교수는 첫손에 ‘스승의 가르침’을 꼽는다. “무릎 관절을 세부 전공으로 배우면서 스포츠의학에도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주신 스승님들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축구단 팀 닥터 역할을 즐겁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기봉 교수는 대한정형외과학회 부산, 울산, 경남지회 정기 총회에서 젊은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물. ‘젊은 의학상’은 지회 회원 중 젊고 실력 있는 정형외과 의학자를 선발해 시상하고자 4년 전 신설된 상이다. 학회는 박기봉 교수의 활발한 학회 활동과 의학적으로 가치 있는 다양한 연구 논문 발표, 그리고 지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 그는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하고, 다양한 스포츠 관련 연구 내용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2015년에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축구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상 선수의 부상 평가와 응급조치는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일임에도 이와 관련된 축구 의학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프로 축구 리그의 한 시즌 전체 경기를 비디오로 보며 분석하고, 선수들의 부상 장면을 하나하나 돌려가면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프로 축구 경기 중 즉각적인 선수 교체가 이루어질 정도의 중증 부상의 발생률과 특징>이라는 연구 결과가 울산대학교병원 이름으로 스포츠의학 학회지에 소개되었습니다.”

축구단의 일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축구단 주치의로서 박기봉 교수의 역할은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홈경기가 개최될 때 구장을 방문하여 선수 래커 룸에서 당일 출전 선수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언을 하는 것이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따로 할 일이 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상 선수가 생기지 않는지 관찰하고,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부상 정도를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출전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컨디션을 재점검합니다. 부상 평가가 시급하다고 판단하면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후송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당일 진단과 치료 시작이 가능하도록 조치합니다.”

박기봉 교수는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로서 ‘소속감’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는 올해 새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의 말과도 맞닿아 있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현대축구단의 팀 철학을 묻는 질문에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고 답했는데,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뜻이다.

박기봉 교수가 속해 있는 곳은 당연히 울산대학교병원이지만, 축구장을 방문하거나 축구선수를 진료할 때는 그도 축구단의 일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가끔 진료 받을 선수가 병원을 찾기로 약속한 날에는 축구단 마크가 있는 티셔츠를 가운 안에 입고 기다린다. 선수는 사복을 입고 병원에 왔는데, 박기봉 교수는 축구단 옷을 입고 있는 다소 민망한 상황도 종종 연출되지만,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진료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의 깊은 배려에서 나온 행동이다. 이뿐만 아니다. 문수구장을 찾을 때도 구단 단체복을 입고 가려고 한다고. “축구단과 이질감 없이 같은 공간에 있으려고 구단 단체복을 입고 구장을 찾습니다. 혹시 TV 중계 화면으로 울산현대축구단 옷을 입은 사람이 문수구장의 응급 의료진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시거나, 의사 가운 안에 호랑이 마크 옷을 입은 사람을 병원에서 보신다면, <대학병원> 매거진에서 봤던 울산현대축구단 주치의구나’라고 생각하시면 거의 맞을 것 같습니다(웃음).”

아직 할 일이 많은 열정의 팀 닥터

지난 2년간 그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울산 지역에 강풍, 폭우 경보가 내린 작년 여름의 일이다. 그날 울산현대축구단의 홈경기가 있었다. 우천 취소가 가능한 야구 경기와 달리, 축구는 비바람에 운동장이 날아가지 않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에 그날도 ‘수중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폭우 속에서 경기는 진행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선수가 미끄러지면서 무릎을 다친 것이다. “먼저 응급처치를 하고 선수 교체 뒤 래커 룸에서 선수를 살펴보니 내측부 인대 손상이 의심되었습니다. 경기를 마칠 때까지 경기장을 떠날 수는 없었기에 트레이너와 선수 먼저 응급실로 출발시키고 저는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제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울산대교가 흔들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바람을 헤치며 어찌어찌 대교를 무사히 건너 병원 응급실에서 도착했습니다. 병원까지 오는 내내 ‘목숨 걸고 팀 닥터를 해야 하는 날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울산현대축구단의 팀 닥터로서 박기봉 교수는 주어진 역할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매 순간 더 나은 주치의이고자 노력한다. 주치의로서 관련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두었다. 올해는 <프로 축구 경기 중 중증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스포츠의학 학술대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또 울산현대축구단에는 그가 주치의로 있는 프로팀 외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유스팀이 속해 있는데, 이곳의 어린 선수들이 잘 훈련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팀 수준의 몸 관리, 부상 관리, 부상 예방, 도핑 교육 등 프로그램을 유소년 팀 닥터와 협력해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것도 바람 가운데 하나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진료 지침을 만드는 일도 그의 꿈이다. “K리그 산하 프로팀에 속해 있는 구단 주치의들이 경기장에서 바로 이용 가능한 실제적인 진료 지침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축구 분야에서 스포츠의학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기봉 교수는 울산현대축구단의 주치의인 동시에 오랜 팬이다. 팬의 입장에서, 두 시즌 동안 울산현대축구단이 보여준 경기는 늘 재미있고 후련한 순간이 많았다고. 그는 축구단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승이라는 결과를 바라지 않는 팬은 없겠지만, 매번 치열하게 준비하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언제나처럼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다운 경기를 보여주신다면 울산의 많은 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화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1 시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올해도 파이팅입니다.”

환자의 무릎 상태를 자세히 진찰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박기봉 교수.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연구하자’는 것이 박기봉 교수가 가진 진료 철학이다. 모르긴 해도 그의 연구와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올곧은 신념으로 걸어온 길이 앞으로의 길이 될 것이므로.

mini INTERVIEW

울산현대축구단 홍명보 감독

훈련이나 제도만큼 중요합니다

울산현대축구단은 올해 11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의료 지원‘이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홍명보 감독에게 들어봤다.

Q 울산대학교병원의 의료지원은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운동선수들이 경기와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상을 방지하고, 빠르게 회복해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팀을 운영하는 코칭스태프에게도 무척 중요합니다. 아무리 잘 준비된 선수, 팀이라도 부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치명적이며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잘 짜인 훈련이나 제도만큼 중요합니다.

Q 축구단 주치의 박기봉 교수와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A 울산현대축구단과 울산 시민들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을 위해 힘써주시는 울산대학교병원의 모든 의료진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올해 울산현대축구단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Q 울산현대축구단의 2021년도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참여하는 대회마다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울산현대축구단의 활약이 팬들의 기쁨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 시민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울산현대축구단의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