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대학교병원은 전국에서 3번째로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로봇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박상준 교수와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꾸리게 된 이상학 씨의 치료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 송인호(스튜디오100)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박상준, 비뇨의학과 박세준 교수팀이 국내 3번째로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은 아직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드물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두 곳에서 이 수술을 시행했다. 기존 개복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은 절개창이 20cm 정도이나 로봇 신장이식 수술은 배꼽 주변으로 1cm 내외의 작은 구멍 4개와 7cm 정도의 절개창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창이 작아 상처로 인한 합병증이 적으며,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더욱이 요관, 동맥, 정맥을 문합할 때 로봇의 장점을 살려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현재까지 신장이식 569례를 시행했다. 특히 이식 장기 생존율은 5년 생존율 96.7%, 10년 생존율 91.5%로 국내 최고 수준을 보인다.

외과 박상준 교수는 좋은 외과의사는 환자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수술 연습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응급환자와 위험한 수술을 많이 하는 그는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환자에게 냉정하게 대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박상준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정확한 판단과 빠른 처치를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을 더 중요한 목표로 여긴다.

첫 수술에 기꺼이 응해준 고마움

이상학 씨는 ‘만성신장질환 5기’였습니다. 신장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투석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지요. 치료 방법을 고민하던 중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을 권했고, 상학 씨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이번 로봇 신장이식 수술은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반복해보고, 수술 전 수많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동물 실습을 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첫 증례를 임할 때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며 걱정도 많았지요.

사실 우리 장기이식센터는 오래전부터 로봇 신장이식을 준비해왔습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했을 무렵부터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었죠.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수술인 만큼 2년여가 지나는 동안 선뜻 첫 증례로 수술 받겠다고 동의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없었습니다.

로봇수술은 절개창이 작고 수술 시간이 짧아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미용 면에서도 환자의 만족감이 높습니다. 상학 씨도 수술 후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현재 신장 기능은 양호하고 일상에 잘 적응한 상태입니다. 아직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가볼 기회는 없었겠지만, 상학 씨가 젊기에 미용 면에도 무척 만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공 사례는 ‘전국에서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3번째 신장이식 수술 성공’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환자 진료 영역에서 최초 시도는 그 병원 의료진이 그 질환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고,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방증입니다. 신장이식 수술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후 50여 년간 술기 자체의 완성도는 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좀 남았는데, 최근 소개된 로봇수술기가 이런 문제를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첫 증례에 응해주는 환자가 없어서 한때는 ‘처음 해본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해볼까?’ 하는 유혹도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첫 수술에 기꺼이 응해준 상학 씨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식한 신장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신장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되는 말기신부전 환자가 투석을 하면서 사는 것과 이식한 신장을 갖고 사는 것은 삶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최근 뇌사 공여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이식 대기자로 등록하여 꼭 신장이식 기회를 갖길 바랍니다.

이제 실전 경험을 통해 로봇수술의 장점이 증명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로봇 신장 이식의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치료법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신장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상학 씨는 올 4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지난한 세월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신중한 선택과 근사한 결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신장이 좋지 않아 사는 곳 인근에 위치한 동네 내과를 다녔습니다. 줄곧 혈뇨와 단백뇨를 추적 관찰했는데 고3 수험생 시절, 소위 말하는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단백뇨 수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거예요. 그때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박종하 교수님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고, 저는 3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네요.

박종하 교수님은 ‘신장이식’을 권했습니다. 부모님과 일란성 쌍둥이 형 중 어머니와 형이 신장이식 조건에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뜻 신장을 공여하겠다고 동의해주었어요. 아무리 가족이어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당시 제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어요. 1년 가까이 일을 못 했거든요. 온몸이 붓기 일쑤였는데, 특히 다리가 많이 부어서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두통도 늘 따라다녔습니다. 신장 이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죠. 신장이식을 결정하고 장기이식센터에서 외과 박상준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4월 7일, 로봇수술기로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 받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로봇 신장이식 수술’이라는 수술법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저도 당시에 박상준 교수님에게 처음 들었으니까요. 부모님은 개복수술을 권하셨지만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는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판단하셨어요. 무엇보다 교수님 말씀에 믿음이 갔어요. 결국 부모님도 제 결정을 따라주셨죠. 병원을 선택할 때도 주변 친지들은 서울 지역의 병원을 권했지만 저는 이곳 울산대학교병원에 모든 걸 맡기기로 결정했어요. 지금의 결과를 보면 제 선택이 옳았죠. 수술 후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우리 집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은 15분이면 충분히 도착해요. 실제로 퇴원하고 나서 이튿날 소변에서 피가 나와 바로 달려왔었어요. 움직이던 중 요관에 삽입해놓은 스탠트가 요도를 건드린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 일만 봐도 서울보다 울산에서 치료 받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옳은 결정이었죠. 사실 수술 전에 검색을 엄청 많이 했었는데,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신장이식 받은 이들의 후기가 모두 좋았던 게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주었어요. 실제로 수술 전부터 외과 외래에 다니는 요즘까지 늘 친절하게 대해준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무르며 산책 정도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조심스러운 제 성격 탓일 뿐이에요. 퇴원할 때부터 이미 전혀 아프지 않았으니까요.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고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하고 있어요. 몇 년간 먹지 못했던 바나나, 토마토, 키위 같은 과일을 먹으며 행복을 느껴요. 앞으로 더욱 건강해져서 그동안 흐트러졌던 제 자리를 다듬고, 보통의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