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는 한 마디로, 영양을 보충하는 약이다. 각종 영양소 성분을 배합해 정제나 음료 형태로 만들어 복용과 체내 흡수를 쉽게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얹어지는 만큼 복용하는 영양제도 늘어나는데,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는 “영양제마다 복용법과 양이 다르다”고 말한다.

글을 쓴 정희진 약사는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과 음식의 경계에 위치한 영양제

일하다 보면 ‘이 약을 먹는 중에 이런 음식, 또는 이런 약을 먹어도 되나요? 안 되나요?’라고 질문하는 분을 자주 만납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어떤 약과 음식을 동시에 먹으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약과 음식의 경계에서 미묘하게 잘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영양제’입니다. 영양제는 여러 영양소 성분을 먹기 쉽고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것으로, 건강 증진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입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영양제를 ‘몸에 좋은 음식을 압축해 놓은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식사를 영양사가 짠 식단대로 먹는다면 영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식사로는 필요한 영양을 다 섭취할 수 없으니 영양제를 먹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도 쉽게 살 수 있고, 약과 달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영양제 복용 여부는 굳이 전문가에게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 몸에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약을 조제할 때 사람마다 필요한 성분을 필요한 만큼만 써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영양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소, 균형 있게 섭취하자

개인이 직접 살 수 있는 영양제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나눕니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영양제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고, 엄격한 생산 기준과 임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예방 및 치료’라는 효과를 포장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만든 ‘식품’이기 때문에, 의약품처럼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내세울 수 없습니다. 추천 용량까지 복용하면 대개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이는 현재 과학기술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전하다고 인정된 것이지, 다른 음식이나 약물과의 영향이 완전히 다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영양제 포장에는 포함된 영양 성분과 함량이 적혀 있습니다.

함량 옆에 함께 표기하는 ‘00%’라는 비율은 하루 영양섭취기준 대비 비율입니다.

영양섭취기준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건강한 사람이 질환을 예방하고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섭취량입니다. 여러 가지 영양제를 함께 먹을 때는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이 영양섭취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중요합니다. 영양이 결핍되면 몸 안의 대사가 잘 일어나지 않거나 상처 회복이 잘 안 될 수 있고, 과잉되면 그 성분에 대한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위험이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복용 중인 다른 약과 서로 영향을 미쳐서 약의 효과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질환, 몸 상태에 따라서 필요한 영양이 다르므로 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영양제마다 복용법과 양이 다르다

채식을 하는 등 선택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은 비타민 B12, 비타민D, 칼슘, 오메가3, 철분 등이 결핍될 수 있습니다. 영양제가 약의 효과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와파린과 비타민K의 관계인데요,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는 분에게는 반드시 ‘녹황색 채소 등 비타민K가 많이 든 음식을 과하게 먹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와파린은 혈액이 응고되는 걸 막기 위해 먹는 약인데, 비타민K는 반대로 혈액이 응고하는 것을 돕는 비타민이기 때문입니다. 음주량이 과한 사람에게서 비타민B1 결핍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에는 비타민B1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약이 영양소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어떤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면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개념이 있는데, 이것을 드러그 머거(drug mugger, 약 강도)라고 합니다. 약이 강도처럼 영양소를 강탈한다는 뜻이죠.

우리 몸이 약을 분해, 흡수, 배출하는 과정에서 영양소를 사용하거나 영양소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결핵 약 중 하나인 이소니아지드는 비타민B6의 효과를 방해해 신경 독성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서 아예 비타민B6와 함께 처방하죠. 이런 식으로 영양제가 처방 받는 약에 포함되기도 하니, 복용 중인 영양제가 있다면 같은 영양소를 중복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의사나 약사에게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영양제는 하루 중 언제 복용해도 상관없지만, 위장관계 부작용 등을 예방하려면 대개 식사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 A, D, E, K는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됩니다. 이와 반대로 철분제는 공복에 흡수가 잘 되기는 하지만, 공복 복용 시 속 쓰림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식사와 함께 복용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영양제마다 복용하는 방법과 양이 각기 다르니, 표시된 정보를 잘 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복용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영양제는 유통기한을 잘 확인하고, 온도 25℃ 이하의 서늘한 곳과 습도 70% 미만의 건조하고 어두운 장소에 보관해서 복용 기간 내내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약도 영양제도 내 몸을 위한 것입니다. 각자의 몸 상태와 복용 중인 약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나와 가족의 건강, 질병 관리에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