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은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기 다빈치 Xi를 도입했다.그리고 지난 4월, 로봇수술 2000례를 달성했다. 2019년 1000례를 달성한 뒤 최단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울산대학교병원의 정교한 로봇수술과 안전성이 알려지면서 로봇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영남 지역 로봇수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울산대학교병원의 로봇수술센터를 찾았다.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송인호(스튜디오100)

최첨단 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다

로봇수술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순간 ‘로봇이 수술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게 아니다. 환자의 환부에 손이 달린 로봇을 장착하고 의사가 컴퓨터 속 3차원 영상으로 환부를 확인하면서 로봇을 조종하고 원격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의사가 수술하는 손동작을 로봇이 체내에서 그대로 재현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울산대학교병원은 2014년 12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기 다빈치 Xi를 도입했다. 로봇수술은 새로운 의료기술이지만 모든 수술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뇨의학과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후 산부인과, 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로 범위를 점차 늘려가면서 성장했다. 분기별 수술 100건 이상을 달성하면서 2019년 누적 1000례를 이뤄냈고 이어 최단기간에 수술 1000건을 시행하여 2021년 4월에 2000례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수술 받은 환자의 만족도가 크고 환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로봇수술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로봇수술센터 전상현 센터장은 “로봇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성과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 수술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라고 말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로봇수술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2019년 12월에 지방 최초로 다빈치 SP를 도입했다. 2019년 기준으로 4세대 최신식 로봇수술기 다빈치 Xi와 SP를 동시에 보유한 병원은 울산대학교병원을 포함해 전국에 3곳 뿐이었다.

수술 부위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른 로봇수술

'개복수술'은 전통적인 수술 방법이다.

절개 범위가 커서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통증과 상처까지 남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소 절개를 하는 것이 ‘복강경수술’이다. 복강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좁긴 하지만 수술기구가 자유롭게 구부러지지 않아 공간적 움직임 등 제약이 많은 것이 단점이다. 이런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로봇수술이다. 로봇수술은 환부가 10~15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입체화면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사람의 손가락처럼 관절이 움직이는 로봇 팔이 미세한 부위에 접근해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을 하는 의사가 덜 피로하고, 환자 회복이 빨라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효율적인 수술이다. 또한, 수술 부위를 최소한만 절개해 합병증 발생률이 적다. 흉터가 작은 만큼 환자의 입원 기간이 줄어들며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울산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들은 로봇수술이 수술 부위 주변 신경기능을 보존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질환에 적용하는 로봇수술

현재 울산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최신식 로봇수술기 다빈치 Xi와 SP를 사용한다. 다빈치 Xi는 1cm 내외의 구멍 5~6개를 통해 수술하며, SP는 3~4cm만 절개해 수술이 이루어진다. 수술 부위에 따라 로봇수술기는 다르게 사용된다. Xi는 수술 범위가 넓거나 까다로운 수술에 용이하고, SP는 좁고 깊은 곳에 위치한 환부를 수술할 때 적합하다. 각각 사용 비중은 54:46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의료진들이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거듭해 로봇수술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외과에서는 탈장 혹은 직장이 탈출했을 때 로봇수술로 탈장수술 및 직장고정술을 시행한다. 기존에 복강경으로 시행할 때는 일직선 형태인 복강경 기구만을 사용해서 움직임에 제한이 많았고, 카메라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 인공 지지대를 꿰매는 작업을 정교하게 시행하기 어려웠다. 반면 로봇수술을 하면 시야 확대가 가능하고, 관절이 자유로이 움직여 지지대를 정교하게 봉합할 수 있다.

심장 수술이나 신장이식 수술은 20cm 이상 절개하는 개흉수술 및 개복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이러한 수술을 로봇수술로 진행한다. 20cm 절개창 대신 1cm 내외의 작은 구멍 4개와 5~7cm의 최소 절개로 흉터를 최대한 줄이고, 환자들이 빠르게 회복해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들도 이 부분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수술 상처가 적어 미용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전상현 센터장은 수술 후 관리에 대해 “로봇수술이라고 해서 복강경수술을 받은 환자의 치료 과정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부에 구멍을 뚫어 수술을 한 만큼 상처 부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배에 힘이 들어가는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난도 로봇수술이 많은
울산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의 로봇수술 실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타 병원에 비해 고난도 로봇수술이 주를 이루고, 질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의 90% 이상이 암 수술을 위해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의학과에서는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공방광대치술을 시행한다. 방광을 적출한 뒤 소장으로 인공 방광을 만드는 수술로 소변 주머니를 차는 불편함 없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다. 인공방광대치술은 수술 후 소변이 새지 않도록 정교하게 봉합하는 게 중요하다. 로봇수술로 시행하면 요도와 인공 방광을 정밀하게 봉합하고, 출혈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줄어든다.

직장암은 좁은 골반강에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야와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복강경수술은 카메라의 시야 접근은 가능하나 잘 구부러지지 않는 기구의 특성상 정밀한 조작이 어렵다.

반면 로봇수술은 선명하고 확대된 시야와 함께 로봇 관절운동이 자유로워 각도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 또한 직장 주변의 골반 신경을 덜 손상시켜 성 기능과 배뇨기능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암 수술 후 직장과 대장을 연결한 부위에 틈이 벌어져 새는 ‘문합부 누출’ 증상이 합병증으로 많이 발생하는데, 로봇으로 직장암 수술을 하면 문합부의 보강 봉합이 가능해져 장루, 이른바 ‘인공 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항문과 가까운 직장암을 수술할 때도 항문 괄약근을 살릴 수 있다. 특히 심하지 않은 직장암임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항문과 가까워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절제하는 경우, 다빈치 SP를 이용해 경항문 종양 절제술을 시행하면 직장을 절제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로봇수술이 한몫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궁내막암 및 대장암 환자의 동시 수술, 심장 중격결손 폐쇄술 등 다양한 수술을 선도적으로 시행 중이다.

수준 높은 의료진과
로봇수술 전담팀을 갖춘 로봇수술센터

울산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로봇수술이 가능한 총 5개 과의 각 전문분야 명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수술 전용 수술실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총 19명의 의료진이 풍부한 로봇수술 경험과 노하우 등을 토대로 수술을 시행한다. 그밖에 학회 및 워크숍 등을 열어 로봇수술 관련 최신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수술법 연구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수한 교수진과 함께 로봇 전담 간호 수술팀 또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도록 돕는다. 로봇수술 전문 코디네이터는 수술 전 상담에서 로봇수술 및 개인 보험에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울산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는 ‘패스트 트랙’ 시스템을 갖추어 암 환자들이 진료, 수술 전 검사, 퇴원 후 관리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편, 로봇수술은 아직 급여화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수술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요즘에는 실비, 암보험 등 개인보험으로 혜택을 받는 환자가 많아지는 추세다. 개복수술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지만 환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면서 수술에 임할 만큼 로봇수술에는 장점이 많다. 전상현 센터장은 “다빈치 SP를 활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수술들을 개발하는 데 더 매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구강이나 항문을 활용한 다양한 수술, 흉터 없는 수술을 시행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단 하나의 구멍으로 여러 암 수술이 가능하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첨단 로봇수술 플랫폼을 통해 환자들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울산대학교병원 로봇수술센터. 앞으로도 수준 높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