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질병에 걸린다. 과연 질병은 나쁘기만 한 걸까.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가 답했다. 건강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건강 조언이 유독 반갑다.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건강과 질병 사이의 간극

나날이 건강에 기울이는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건강은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는 상태이며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보통날을 의미한다. 입안에 작은 염증만 생겨도 음식을 먹을 때 생기는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소화불량, 두통 등 사소한 증상에도 평범한 일상을 침범당한다.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는 1997년 3월 울산대학병원 개원부터 지금까지 24년째 울산대학교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주로 비만, 만성질환 관리, 건강검진결과 상담을 하며 그를 찾는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이끈다.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를 건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환자들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죠. 건강은 건강한 생활 습관에서 비롯하는데, 제가 하는 일은 환자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건강의 반대편에 질병(疾病)이 있다. 질병이란 심신이 장애를 일으켜서 정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질병’은 우리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쥐고 흔든다. 하지만 정태흠 교수는 질병은 예고를 하고 찾아오고, 질병을 부르는 건 평소 나쁜 생활 습관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 질병은 예고를 하고 찾아옵니다. 이걸 외면하면서 문제가 생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습니다. 폐암은 80~90%가 흡연으로 생깁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담배를 피우는 행위 자체가 폐암이라는 질병을 예고하는 것이지요.”

질병을 부르는 습관

정태흠 교수는 현대인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암,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환을 꼽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암,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암 중에서는 폐암과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질병은 흡연, 비만, 과음, 운동 부족과 특히 관련이 많습니다. 여성에서는 유방암의 증가율이 높은데 비만, 운동 부족과 더불어 출산과 모유 수유를 적게 하는 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올바른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 의지 문제다. 금연과 체중 감량의 필요성은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우므로 나쁜 생활 습관을 고수하는 것이다.

정태흠 교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날 때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조언하고, 이미 약을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여 약물을 줄이도록 노력하라고 격려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으므로 약이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진 환자가 술을 줄이기 어려우니 간장약을 처방해달라고 하고, 살이 찌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혈압이 높아진 환자가 쉽게 혈압약을 먹겠다고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왕도는 없어요.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만이 유일한 방법이지요.”

질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금석처럼 제시되는 조건이다. 정태흠 교수 역시 이 조건들을 제시한다. 다만 처음에 ‘설렁설렁’ 도전하면 좀 더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쉽게 실천하려면 처음부터 지나치게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설렁설렁’ 시작해서 ‘차근차근’ 습관을 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무게에 짓눌려 한 걸음 떼는 것이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한다. 40세 이상에서는 2년에 한 번 국가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메시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질병 때문에 절망에 늪에 빠져 지내는 이들에게 스스로 노력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단골 의사’가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병은 대부분 만성질환이고 생활 습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질병의 치료에 환자의 역할이 크고 본인이 노력한 만큼 질병이 좋아집니다. 증세가 가벼우면 완치도 가능하고, 증세가 중하더라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주치의와 상의해 실천하십시오. 지금 당장 특별한 질환이 없는 분들은 앞으로 생길 크고 작은 건강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단골 의사’를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픔 뒤 얻는 위대한 깨달음

프랑수아즈 사강은 “질병은 자유의 반대말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펜서 W. 킴벌은 “질병은 때로는 위대한 축복이다. 사람들은 질병을 통해 천사가 된다”고 역설했다. 질병이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줄까? 많은 의사가 그렇듯 정태흠 교수 역시 질병을 극복하고 더욱 찬란한 인생을 사는 사례를 다양하게 접한다.

“술, 담배를 많이 하다가 위암에 걸린 환자였는데 다행히 조기 발견해 수술받고 암이 완치되었습니다. 수술 후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고 대신 보디빌딩을 시작하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나중에는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습니다. 암에 걸리기 전보다 건강한 상태가 된 거지요. 암에 걸린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잘된 일인 것 같다고 말씀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질병에 해로운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가능하면 환자들과 함께 이 해로운 습관을 찾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체중을 조금 더 줄여 봅시다’ ‘운동 횟수를 조금 더 늘려 봅시다’ ‘다음 오실 때까지 담배는 하루 반 갑으로 줄여 오세요’ ‘조금만 더 좋아지면 혈압약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5kg 더 줄이고 당뇨약을 끊어 봅시다’. 그는 조금 귀찮을지 모를 요구를 환자들이 잘 따라와 복용하던 약을 줄이거나 끊게 될 때 가장 기쁘다. 간혹 그의 요구와 잔소리에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은 이도 있기는 하다.

“한 번만 더 담배 이야기하면 병원에 안 오겠다고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제가 참지 못하고 담배 이야기를 꺼냈다가 정말 병원에 오지 않게 된 환자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후회도 했지요.”

하지만 정태흠 교수는 앞으로도 환자들에게 향하는 잔소리를 멈출 생각이 없다. 그의 잔소리는 환자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진짜 마음’에서 출발하는 까닭이다. 정태흠 교수는 앞으로 좀 더 유능한 의사가 되도록 공부하고 노력해서 그의 환자들에게 최고의 주치의가 되고 싶다. 하지만 이유 있는 잔소리를 하는 그는 이미 누군가에게 최고의 주치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