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생각의 정리를 돕는다.

삶의 어려움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바람이 부는 시원한 대나무 숲을 느리게 걸으며 머리를 정리해보면 어떨까. 한여름 밤, 별이 쏟아지는 은하수 길을 거닐며 여름을 시원하게 나도 좋다.

글 유미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울산 시민의 벗,

태화강국가정원

울산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태화강. 그 강을 따라 태화강 국가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정원은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만들고 관리하는 곳으로 순천만국가정원이 제1호, 울산의 태화강국가정원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울산 시민의 곁에서 살아 숨 쉬던 태화강은 한때 산업화의 그림자로 ‘죽음의 강’이라 불릴 만큼 오염이 심했다. 이후 시와 시민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연어와 수달이 헤엄치고 꿩도 마주할 수 있는 대자연이 숨 쉬는 공간으로 되살렸다. 얼마 전에는 태화강 철새 서식지가 국제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에 등재되었다.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심에서 철새 서식지가 등재된 건 울산이 처음이다. 녹지와 편의시설을 적절히 섞어 울산 시민의 힐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태화강국가정원은 대나무 숲, 생태, 수생, 계절, 참여, 무궁화 등 6개 주제를 지닌 20개 이상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심 속에 조성된 정원은 도시 숲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뜨거운 직사광선을 차단해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가량 낮추고 평균 습도는 9~23% 높여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주는 것. 자동차 등의 소음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울산의 명물인 빨간 양귀비와 보라색 라벤더를 비롯해 작약원, 생태습지, 초지정원, 초화원 등 다양한 녹지공간이 구성돼 있다.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 시민에게는 없어선 안 될 생활공간이자 여행객들에게는 매력 넘치는 여행 장소이다.

함께 걸을까,

십리대숲과 은하수길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한다고 한다. 숲에서 15분간 나무를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가 15.8% 감소하고 혈압은 2.1%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길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한다면 효과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산책은 시간 여유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녹지에 머물면서 충분한 산소를 흡입하고 피톤치드를 접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십리대숲 길을 산책하는 것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좋은 선택이다.

십리대숲은 태화강을 따라 십리(약 4km)에 걸쳐 대나무가 펼쳐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관광 100대 명소로 꼽히며,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오랜 세월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란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정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1749년 울산 최초 읍지인 <학성지>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어 오랜 역사를 가늠케 한다. 낮시간에 해를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십리대숲은 밤이 되면 은하수가 내려앉는 이색 공간으로 변신한다. 색색의 불빛이 대나무와 만나 하늘을 수놓는데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나무가 강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즐기는 산책은 그 자체로 로맨틱하다. 산책로 곳곳에 추억의 낙서대, 대나무 실로폰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해 두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기도 좋다. 뜨거운 여름, 대나무 숲을 거닐며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식혀보자. 함께 거닐 누군가만 있다면 인생은 한 번 살아볼만하다고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

태화강국가정원 여행 정보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길 154
052-229-7563
www.taehwaganggarden.co.kr

글을 쓴 유미지 작가는 월간 <코스모폴리탄>, <헬스조선> 등 매거진에서 사람과 문화를 아우르는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여행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으며 현재 잡지와 디지털 매체, 사보 등에 글을 기고하며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