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다시바타르 씨는 지난해 10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다리 혈관, 심장 혈관, 뇌졸중을 치료했다.그를 치료한 신경과 박병수 교수, 외과 박상준 교수, 영상의학과 신상훈 교수가 한자리에 모였다.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긴박했던 치료 이야기.

글 박지영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다

현재의 나는 과거와 같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참 많이 달라졌다. 빛바랜 사진만이 당시의 내가 존재했음을 설명한다. 건강 역시 청춘 때와는 아무래도 다르다. 몽골인 다시바타르 씨(66)는 43년간 측지학자이자 수학자로 살아왔다. 그간 바쁜 일상을 사느라 돌볼 겨를이 없었던 몸 이곳저곳에서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순히 노화라고 보기엔 다리에서 느껴지는 증상이 심상치 않았다. 이미 2011년 한국의 다른 병원에서 한 차례 다리 혈관 수술을 받았고, 심장 혈관 이상으로 스텐트 시술도 받았다. 최근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진 그는 몽골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중 치료와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다행히 딸과 사위가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몇 곳의 한국 병원에 진료를 의뢰했어요. 이미 한국의 의료수준을 경험했기에 주저하지 않았지요. 다만 전부 치료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울산대학교병원에서는 긍정적인 회신이 왔습니다.”

그 길로 찾은 울산대학교병원. 지난해 10월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박하고 치열한 순간이었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그의 바람은 몽골로 돌아가 보통의 일상을 꾸리는 것. 그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자신을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울산대학교병원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 시설은 제가 느끼기에 최고 수준이에요. 병원의 모든 직원이 친절하고 모든 과정에서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습니다. 교수님들이 체계적으로 신속히 조치하고 대응해주신 덕분에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아요.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성실하게 건강을 관리하면서 살겠습니다.”

손길을 더해 살린 귀한 생명

다시바타르 씨의 치료는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박상준 교수, 심장내과 박상우 교수, 신경과 박병수 교수, 영상의학과 신상훈 교수가 맡았다.

10월 14일 외과 박상준 교수가 혈관우회술을 시행했다. 박상준 교수는 “왼쪽 다리혈관이 막혀 몽골병원에서 치료했지만 다시 막혀서 울산대학교병원에 내원했다. 하지만 재수술했을 때 다리 절단 위험이 있어 수술하기 어려운 케이스였다”고 설명했다. 혈관우회술 시술 뒤 엿새 정도 지난 10월 20일, 이번에는 심장 혈관에 문제가 생겼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서둘러 심장내과 박상우 교수가 관상동맥 혈관에 스텐트 시술인 풍선확장술을 시행했다. 박상우 교수는 “입원기간 중 발견해서 천만다행이다. 수년 전 다른 병원에서 관상동맥 시술을 받았지만,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관상동맥 여러 군데가 혈류가 끊어지기 직전의 위급한 상황이었다. 적절히 치료받지 않았으면 심한 심부전이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0월 22일에는 뇌졸중이 발생해 신경과 박병수 교수가 진단한 뒤 영상의학과 신상훈 교수가 혈전제거술을 시행했다. 박병수 교수는 “다시바타르 씨는 말초 혈관, 관상 동맥 수술로 뇌혈관에도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은 상황이었다. 신경과의 빠른 원내 협진 프로세스로 진단이 어려운 뇌경색을 골든 타임 안에 찾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한다. 신상훈 교수는 “그간의 모든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단박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을 못하는 상태였다. 작은 혈관은 보통 시술을 하지 않는데, 언어 마비가 와서 서둘러 혈전제거술을 시행했고 이후 환자가 걷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모든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다시바타르 씨는 신경과에 입원해 관리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모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손길이 정성을 모으면 꺼져가는 불씨에도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수많은 손길이 더해져 귀한 생명 하나를 살린 것이다. 그렇게 희망은 언제나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