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성찬 교수

좋은 의사의 바른 삶

우리는 이따금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느라 직장과 가정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부단히 애쓰며 저마다 주어진 삶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울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성찬 교수의 인터뷰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을 꾸리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부단히 애쓴 15년이 만든 오늘

박성찬 교수는 2008년부터 울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에서 진료해오고 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6회 졸업생인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국군수도병원에서 3년의 군의관 시절을 보낸 뒤 울산에 왔다. 그가 울산대학교병원에 합류할 당시 비뇨의학과에는 전문의 4명이 진료하고 있었는데, 환자가 많지 않아 수술방을 다 채우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는 그때의 첫 마음을 전한다.

“그때 ‘서울에서 하는 비뇨의학과 수술이나 치료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도 가능하게 하고 비슷한 성적을 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힘든 수술에 더 정성을 들이고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울산에서 처음 하는 수술이 전국에서 몇 번째로 시작하는 효과 있는 치료법이라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던 나날입니다.”

차츰 학회에서 강의 의뢰가 오고, 진료환자가 많아지면서 현재 수술도 많이 늘었다. 비뇨의학과에는 7명의 전문의가 진료하고, 15년 전에 비해 비뇨의학과 진료실 규모도 커졌다. 새롭게 쏟아지는 전 세계의 치료 흐름을 따라잡다 보니 논문도 꾸준히 작성하게 되어 전공의부터 시작한 국제 논문이 어느덧 50편이 넘었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 완성한 ‘논문’이라는 결과물은 그에게 또 하나의 보람으로 다가온다.

“전공의 3년 차에 제1 저자로 작성한 ‘상부 요로암의 위험인자’에 대한 내용이 미국비뇨의학과 교과서에 계속 수록되고 주요 참고논문으로 인용된 것과 울산에 와서 서울아산병원과 협업해 환자를 비슷하게 모집하여 작성한 ‘청소년기 정계정맥류 복강경 수술’ 논문이 유럽 진료 가이드라인 2020년에 인용됐습니다.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실험 연구는 같은 과의 김성철 교수,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와 함께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2021년부터 국제 논문에 싣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결실은 같은 과의 모든 교수님과 전공의 선생님, 구성원들이 도움을 주고 배려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박성찬 교수가 비뇨의학과에서 전문으로 다루는 질환은 로봇수술, 비뇨기종양(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결석, 내비뇨기(복강경 수술) 등이다. 그는 우리나라 비뇨의학과 수술과 연구 수준은 현재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병에 대한 예방과 초기에 암을 진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유병률이 늘고 있는 전립선암을 두고 건네는 그의 조언이 살뜰하다.

“전립선암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가검진에는 전립선암표지자(전립선특이항원)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남자 나이가 만 50세 이상이면 검진 결과 피검사에서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이 있는지, 있다면 정상인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년 전에 만났던 환자는 3~4ng/ml까지가 정상인 이 수치가 189ng/ml인 상태로 내원했습니다. 저와 만났을 땐 이미 뼈까지 다 전이해 있었고, 표준 치료를 했음에도 2~3년 안에 머리까지 전이된 상태여서 얼마 살지 못했습니다. 환자는 ‘전립선암이 순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무섭구나. 이런 암을 왜 국가검진에서 피검사를 안 해주나?’ 하며 한탄하셨습니다. 비뇨의학회에서는 국가검진에 이 검사를 넣기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수치가 높다면 반드시 전립선조직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믿어주는 환자, 살리는 의사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를 만나는 박성찬 교수는 의사의 숙명을 이야기한다. 수술하는 의사로서 시간이 지나면 수술이 잘 돼 건강해진 환자는 모두 떠나고, 주위에는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와 합병증 있는 환자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100명 중 99명이 좋아지고 한 명만 안 좋아져도 그 환자 하나로 힘들어지는 것이 의사의 마음이자 숙명이라고 한다.

치료 결과가 좋은 환자는 언제 꺼내 봐도 좋은 소중한 기억이자 자랑이다. 고심하여 치료법을 결정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사례는 더욱 그렇다. 박성찬 교수는 신장 하나를 뗀 여성이 남은 신장에서 요관(신장에서 만든 소변을 방광으로 이어주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기관)에 생긴 다발적 협착을 성공적으로 수술한 사례를 전한다.

“이 환자는 요관 부목을 3개월마다 교체하면서 지내고, 1년에 2~3차례씩 신우신염으로 열이 나서 입원해야 하고, 요실금도 있어 생활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서울에서 금속 요관 부목을 했는데 요관 전체가 위축되는 바람에 대신 콩팥에 ‘신우루’라는 관을 꽂아서 3개월마다 바꾸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잘 때 왼쪽으로 누워 잘 수도 없습니다. 제가 진료를 맡으면서 회장을 잘라 요관 전체를 대체하고 방광 일부분을 늘려주는 수술을 권유했습니다.”

때마침 서울아산병원에서 11명의 환자 수술이 성공해 논문에 나왔고 흔히 하는 방광암 전체 적출보다 수술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박성찬 교수는 수술은 가능하지만, 아직 경험이 없으니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으라고 제안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한 명의 비뇨의학과 교수만 수술했을 뿐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 사례가 없던 시점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박성찬 교수에게 수술을 부탁했다.

“환자가 대뜸 ‘교수님이 제 수술 잘해주셔서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이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어떻겠냐’고 오히려 제안하셨습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수술 날짜를 정하고 수술 전까지 논문을 몇 번이나 읽고 대비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합병증 없이 잘 퇴원했습니다. 현재 5년이 넘었는데 소변도 잘 보고 나빠지던 신장 기능도 잘 유지되고 요관 부목이나 신우루 없이 잘 지내십니다. 환자는 지금까지도 수술 잘해주셔서 고맙다고 말씀하는데, 저는 환자가 마음 편하게 해주셔서 오히려 수술 결과가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함께, 힘껏 나아가다

각별한 취미는 우리의 인생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든다. 대부분 그렇지만 의사에게는 특히 자기만의 운동이나 혹은 여가를 보내는 취미 하나가 잠시나마 치열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건강까지 챙기는 좋은 루틴이 된다. 박성찬 교수는 머리를 잠시 쉬는 시간은 다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꼭 취미생활을 만들길 권한다. 그에게도 사랑해 마지않는 몇 가지 취미가 있다. 그는 원래 주로 수영을 하고 한 번씩 가까운 산을 등산을 하곤 했는데, 2018년에 조정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조정’에 빠져 지내고 있다.

“2018년에 지인이 조정을 해보자고 제안해서 열 명 남짓이 함께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장비가 없으니 빌려서 했지만, 재미를 붙이면서 2년 정도 회비를 모아 그 돈으로 배를 샀습니다.”

박성찬 교수는 조정을 전신운동이라 소개한다. 조정 시작 후 처음으로 배를 탄 날, 허리와 다리로 노를 젓는 그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고. 그런데도 조정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남들은 모르는 엄청난 매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조정은 무엇보다 협동심을 배우는 운동입니다. 2018년 여름, 아들과 함께 충주 탄금대 국제조정장에서 열린 전국조정대회에 나갔을 때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4등을 해서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같이 대회에 나갔던 팀원들과 정말 사이가 끈끈해졌습니다. 2020년부터 코로나 상황이 계속된 이후로는 수술 등에 영향을 받을까 봐 못하고 있는데,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같이 대회도 나가고 싶습니다.”

한편, 그는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면 모르는 동네 걷기를 즐긴다. 30~40분씩 골목길을 걸으면서 ‘이런 가게가 있구나,’ ‘이렇게 사는구나’ 하며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러면서 맛집이라도 찾게 되면 더 기쁘고, 가끔 병원 직원이나 환자, 보호자들과 마주치기도 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박성찬 교수에게 의사로서의 삶과 아빠로서 삶의 균형에 관해 물었다. 이따금 비뇨의학과 후배 교수들과 회식하면서도 곧잘 등장하는 대화 주제라고 한다. “직장 일과 가족 챙기는 일 중 무엇에 더 신경을 더 써야 하나요?”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가족을 잘 챙기고, 그러고 나서 환자들을 잘 챙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후배 교수들이 다시 묻습니다. 일이 중하니 환자를 더 잘 챙겨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환자를 더 잘 챙기고 싶다면 가족을 더 잘 챙겨라. 그리고 시간을 만들어 환자를 더 챙겨라.’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가족의 건강과 지금 하는 일이 잘 되는 것. 환자는 건강을 찾고 그는 가정과 진료가 안정되고 그다음 여유가 생긴다면 좋은 논문과 기술개발을 하고 싶다. 이는 박성찬 교수가 그리는 일상이자 행복이며 꿈이다. 인터뷰를 통해 삶과 일을 대하는 그의 단정한 생각과 바른 태도를 잠시 엿보았다면 우리는 짐작할 것이다. 그는 이것을 이루어내리라. 믿으며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