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감기약 복용법

태풍이 몇 차례 다녀가더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이런 시기에 안부 삼아 자주 주고받는 말이 ‘감기 조심하세요’다. 그만큼 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감기약의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보자.

다양한 약 성분이 들어 있는 종합감기약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 한 가지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200여 종 이상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 여러 바이러스의 감염 증상이 공통으로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발열, 근육통’ 등일 때 ‘감기’라는 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감기 걸렸다’고 할 때는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종합감기약은 감기 ‘증상’을 가라앉힐 뿐 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종합감기약에는 콧물과 재채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제뿐 아니라, 열과 통증을 낮추는 해열제(=진통제),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 다양한 약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종합감기약과 진통제 등 보기에 달라 보이는 약이라도 여러 개 복용하면 같은 성분을 중복으로 먹기 쉬우니, 상비약은 한 가지 성분으로 된 약들로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종합감기약처럼 여러 성분의 약이 든 복합제가 있다면, 포함된 성분이 ‘해열제와 항히스타민제’인지 알고 있는 것이 더 좋겠죠. 성분이나 함량에 따라 약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다르니 약 안에 들어 있는 설명서는 버리지 말고 복용할 때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코나 목 등 특정 부위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종합감기약은 여러 성분의 종류와 비율이 저마다 다르니 평소 감기에 걸렸을 때 불편한 부위에 맞춰서 약을 갖춰두면 편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감기에 걸릴 때마다 목이 잠겨서, 그 증상에 특화된 상비약을 준비해둡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기

기침을 가라앉히는 진해제와 가래를 줄여주는 거담제 또한 종합감기약의 단골손님입니다. 많이 쓰이는 진해제 성분은 덱스트로메토르판, 거담제로 많이 쓰이는 성분은 구아이페네신입니다. 거담제는 기도에 점액을 분비해 끈적한 가래를 부드럽게 만들어 잘 배출되게 하는데요, 몸이 탈수되면 가래가 더 끈적해지니 물을 충분히 마셔주세요.

감기 증상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호흡기 주위에서 감염된 세포들은 백혈구를 모으고, 모인 백혈구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물질을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콧물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면역 작용을 통해 감기가 낫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그러니 10일 이상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독감 등 다른 질병일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추워질수록 실내에 오래 머물고, 환자의 재채기로 퍼진 바이러스가 농축되어 서로에게 전염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고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등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로 인해 지켜왔던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증상에 따라 감기약을 복용하자

종합감기약은 증상, 먹는 시기 등에 따라 들어 있는 성분이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으로 들어 있는 성분이 있는데 바로 해열제(=진통제) 성분입니다. 해열제 성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해열제 성분은 ‘NSAIDs’라고 부르며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통 종합감기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가는데, 이 성분의 대표적인 약은 타이레놀이지만 그 외에도 아주 많아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한 성분이 여러 약에 들어 있는 건 흔한 일이니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먹지 않도록 약의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종합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 성분도 흔히 포함됩니다. 이것은 ‘알레르기약’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종합감기약에 이 성분을 넣는 것은 콧물이나 재채기 등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입니다. 종합감기약에 잘 포함되는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클로르페니라민 등인데,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서 하루에 3~4번 복용해야 하고, 졸리고 기억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알레르기 약이 포함된) 종합감기약을 먹으면 졸리다’라는 말이 이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졸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카페인이 포함된 종합감기약도 있는데요, 이건 낮에 복용하고 카페인이 포함되지 않은 종합감기약은 밤에 복용하여 쉽게 잠들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과 재채기에는 효과적이지만 코막힘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니 상비약을 준비할 때 ‘감기약 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평소 감기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있는지 표현해야 합니다. 코막힘을 없애는 데는 비충혈제거제가 필요하고, 슈도에페드린이라는 성분이 잘 쓰입니다. 비충혈제거제의 함량이 높은 종합감기약 이름에는 ‘노즈’ ‘코’가 많이 들어가는데 코막힘 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작명 센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충혈제거제는 먹는 경구제와 코에 뿌리는 분무제로 나누는데, 경구제는 분무제보다 효과가 빠르지는 않지만 효과가 더 오래가고 국소 자극이 덜합니다. 다만 비충혈제거제는 코의 혈관뿐 아니라 몸 전체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오르게 하므로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을 때는 미리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