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교수와 송제훈 교수는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의사다. 이종수 교수는 25년 차 선배 의사고, 송제훈 교수는 이제 막 진료를 시작한 후배 의사다. 그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다. 두 교수에게 듣는 신장내과 의사 이야기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이종수 교수,
다시 돌아간대도 결국 신장내과 의사

생의과학연구소장, 의생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종수 교수는 신장내과에서 급·만성콩팥병,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그가 울산대학교병원에 부임한 1997년 3월만 해도 울산 지역에는 신장내과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종수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신장내과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 대부분이 부산, 대구, 서울 등으로 가서 치료받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틈에 25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그때만 해도 이곳에 이토록 오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가 이토록 오랜 시간 한곳에 머무른 데는 무엇보다 신장내과와 울산지역에 대한 애정이 자리한다.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로서 지나온 시간은 이종수 교수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자 만족이라는 이름의 시간이다.

“신장내과가 환자 진료는 물론이고, 새로운 연구 거리가 꽤 많은 진료과예요. ‘내과 중에서도 내과’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요. 학문적인 성취감도 필요한데, 저는 그게 아주 잘 맞았어요. 과거로 돌아간대도 의사, 그리고 신장내과를 선택할 거예요.”

송제훈 교수,
좋은 교수를 따라온 신장내과

올해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송제훈 교수는 울산대학교병원 인턴, 울산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임상조교수 대우를 거쳐 현재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전문 진료 분야는 급·만성콩팥병, 만성사구체신염, 혈액투석, 복막투석이다. 그가 신장내과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선배 교수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

“신장내과는 전공의 2년 차 때 선택했어요. 사실 선택의 궁극적인 이유는 신장내과라는 과목이 정말 좋아서였는데, 신장내과가 좋아진 건 교수님들이 좋아서예요. 사람을 보고 따른 결정이죠. 교수님들께서 정말 잘 이끌어주셨거든요.”

송제훈 교수는 수련 과정에서 신장내과 교수들의 친절하고 세밀한 지도를 받았다고 말을 보탠다.

“내과 교수님 모두 다 친절하시고 잘 가르치시지만, 그중에서도 신장내과 교수님들은 조금 더 세밀하게 지도해 주셨어요. 많은 업무 속에서도 교육에 꼼꼼하게 신경 쓰시고, 응급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이끌어주셨어요. 신장내과에는 여러 가지 질병을 복합적으로 가진 환자가 많은데, 그래서 좋지 않은 예민한 문제나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거든요. 이 과정에서 당황할 때도 교수님들께서 잘 이해해주셨어요. 신장내과 교수님이 좋아지니 자연스럽게 신장내과에 관심을 두게 됐고,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본분 중 하나는 연구 활동

이종수 교수는 그간 연구 활동을 많이 진행한 교수로 꼽힌다. 교육, 진료, 연구 등 1인 3역을 너끈히 소화하는데, 진료 부담이 큰데다 교육까지 맡아야 하는 의대 교수들은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런 결과는 후배들에게 더욱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종수 교수는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연구하지 않아도 되는 의사도 있습니다. 연구하지 않고 연구 결과를 환자에게 잘 적용하는 의사도 훌륭하지요. 하지만 대학교수는 의료 기술 등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고, 의료 진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연구 활동은 필수 덕목입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전문적인 가르침은 없기에 신임 의사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종수 교수는 송제훈 교수에게 연구 활동에 대해 조언하며, 일단 첫걸음을 떼는 게 가장 중요하고, 더불어 꾸준히 이어가는 엉덩이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료와 교육에 비해 연구는 의사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누구나 처음은 두려운 게 당연하고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시작하지 않으면 점점 더 멀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처음부터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일단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작은 것, 쉬운 것부터 하나씩 단계를 밟아 꾸준하고 성실하게 이어가면 결국 결과가 나옵니다.”

송제훈 교수는 아직 주도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단계는 아니고, 배우는 과정이다. 한 연구에 참여해 이종수 교수의 조언대로 일단 부딪혀 나가고 있다. 송제훈 교수가 이종수 교수에게 듣고 싶은 조언은 더 있다.

“교수님이 정말 대단하시거든요. 워낙 맡은 일이 많으신데, 계속 새로운 걸 배우세요. 그 과정에서 운동마저 열심히 하시고… 바쁜 일상에서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건지 궁금해요.”

이종수 교수는 “맞습니다. 시간 관리가 중요하죠. 저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나름의 루틴 안에서 움직입니다.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우선순위를 고심해서 가장 급한 일부터 서둘러 해결해두면 그다음에 꽤 시간과 여유가 생겨요.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하루하루의 진료상황이겠죠. 물론 예상하지 못한 일도 생기지만 큰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가는 거 같아요”라고 답해주었다.

오랜 세월 환자와
함께 나이 드는 의사들

이종수 교수가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에 왔을 때만 해도 신장내과 교수는 그가 유일했다. 스스로 일일이 부딪혀 깨우치고 배우며 지나온 시간이지만 ‘선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이종수 교수의 대답은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저는 세상과 사람 간 관계, 매일 일어나는 일, 자주 만나는 환자 등 모든 것에서 배웠어요. 또 직속 선배나 멘토는 없었지만, 병원장님이나 다른 과의 시니어 교수님에게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후배가 경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간접적으로 잘 알려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인데, 그런 면에서 송제훈 교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를 바랍니다.”

송제훈 교수는 이종수 교수를 포함한 신장내과 교수는 물론이고 그를 찾는 ‘환자’들을 멘토로 삼는다.

“저는 환자도 멘토처럼 여겨집니다.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약자, 의료진이 무조건 강자가 아닙니다. 물론 의료진이 도움을 주는 처지지만 어떻게 보면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해요. 교수님 말씀처럼 일상, 크게 인생에서 모든 것이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니까요.”

이종수 교수는 신장내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신장병에 두려움을 가지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품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더디기는 하지만 의료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좀 더 견디면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겁니다. 또 병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송제훈 교수도 신장내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격려와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장내과 질환 특성상 오랫동안 치료해야 하는 환자 유형이 많습니다. 치료 과정이 지난하겠지만 마음에 여유를 갖고 치료진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두 사람에게 각각의 계획을 물었다. 이종수 교수는 울산대학교병원이 의료 데이터 중심병원인 만큼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의료를 환자들에게 잘 적용하고, 동료 의사들에게 잘 전달하는 선배 의사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송제훈 교수는 지금 진행 중인 연구와 논문을 계획한 대로 잘 이끌어가고, 최근 확장한 인공신장실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종수 교수가 지나온 길을 잘 따라가는 모습도 그의 계획 중 하나다.

이종수 교수는 과거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병들을 치료하고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삶 전체가 바뀌는 모습을 볼 때, 투석을 받으며 자포자기했다가 신장이식을 받은 뒤 환자가 완전히 새로운 삶을 꾸리고 결국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때 신장내과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송제훈 교수도 이처럼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훗날 결국 환자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신장내과 의사로서 꼭 닮은 모습일 것 같다.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신장내과는 최근 점차 증가하는 당뇨병성 신증을 포함하여 고혈압, 급성 및 만성사구체신염, 다낭신, 신우신염과 같은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진료과다. 말기 콩팥병 환자들에게 신대체요법(투석과 신장이식)을 통한 전반적인 치료를 시행한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는 현재까지 약 600명의 신장이식환자들을 관리하여,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울산대학교병원 신장이식환자들의 10년 이식신장 생존율은 91.5%로 국내 평균 77.8%보다 우수한 것으로 동료평가 논문에서 보고했다.

한편,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에서는 월 2,500회의 혈액투석을 시행하며, 70여 명의 복막 투석환자를 진료·간호하고 있다.

또한 말기 콩팥병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 개선을 위해 환자에게 투석교육과 영양교육을 시행하며, 정기적으로 투석 적절도와 영양상태를 평가해 진료 수준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진료 활동 이외에 내과 전공의 교육과 신장내과 분야 임상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하여 신장이식, 투석, 전해질 이상과 관련한 논문들을 다수 학술잡지에 발표했다.

향후 울산대학교병원 신장내과는 울산 지역 신장 환자 치료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신장 전문센터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연구 활동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