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시국이었지만 계절은 “바깥으로 나오라. 여기, 희망이 있다”고 노래한다. 동네 근처 작은 공원만 찾아가도 똑같은 일상에 제법 싱그러운 환기가 될 것이다. 봄꽃이 가득하여 아름다운 계절이 깃든 울산의 공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공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미영(여행작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울산의 역사가 흐르는 학성공원

울산의 역사와 학성 지역의 유례가 궁금하다면 울산 최초의 도심공원, 학성공원을 찾아보자. 중구 학성동에 자리한 학성공원에는 정유재란 당시 왜장이었던 가토 기요마사가 쌓은 성곽인 울산왜성터, 태화사지 십이지상 부도(보물 제441호), 봄편지 노래비, 충혼비, 김홍조 선생비 등이 곳곳에 자리해 울산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학성공원은 구한말 울산 출신의 선각자 추전 김홍조(1868~1922)선생이 조성했다. 그는 울산군에 기증할 목적으로 1913년에 주변의 땅을 사들여 흑송, 벚나무, 매화나무 등 각종 나무와 꽃을 정성껏 심고 가꾸며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5년 뒤인 1927년, 그의 아들 김택천이 울산군에 기증했다. 정식 공원으로 개원한 것은 1928년 4월 15일. 그때만 해도 공원 이름은 ‘울산공원’이었다.

천신(天神)이 학을 타고 이곳에 내려와 ‘학성’이라 불렸다고 하며 이는 신라의 계변성을 이르는 명칭이기도 했다. 정유재란 때 왜장가토 기요마사가 울산읍성과 병영성을 헐어낸 돌로 울산왜성(울산광역시문화재자료 제7호)을 쌓았는데, 그때만 해도 학성의 남쪽은 바다와 접하고 있었다.

낮은 동산으로 형성된 공원의 허리를 빙 둘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공원 위편에는 배드민턴장과 세 곳의 광장이 자리한다. 학성공원에서는 곳곳에 피어난 봄꽃들이 부르는 봄의 왈츠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벚꽃이 필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겨 데이트코스로 제격이다. 봄꽃이 졌다고 아쉬워 말자. 가을에는 단풍나무잎이 떨어져 쌓여 또 다른 정취를 뿜어내니 가을에도 찾으면 좋다.

위치 울산광역시 중구 학성공원3길 54
문의 052-290-4425

벚꽃 핫플레이스
무거생태하천 (궁거랑)

사뿐사뿐 산책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짧아서 아쉬운 찰나의 계절, 봄.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즐기려면 ‘궁거랑’ 만한 곳이 없다. ‘궁거랑’은 ‘궁(활(弓))’처럼 휘어진 하천의 형태와 ‘거랑(시내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 방언)’을 더한 합성어로, 예부터 무거천의 별칭으로 불렸다.

궁거랑에서는 ‘궁거랑 벚꽃 한마당’이 열리는데, 이는 울산광역시 남구 삼호동 무거생태하천에서 벚꽃 개화기인 매년 3~4월에 개최하는 문화 행사다. 울산제일일보와 삼호동단체장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도심 속 하천인 무거천을 따라 조성된 벚꽃길 2.5㎞ 구간에서 펼쳐진다. 생태체험으로 조성된 무거천에는 산책로를 따라 4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벚꽃이 만개한 봄이면 울산시민들은 으레 이곳을 찾는다.

요즘 이곳을 찾는 이들은 가볍고 산뜻한 차림으로 유유자적 산책을 하며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위치 울산광역시 남구 삼호로 15
문의 052-226-5412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선암호수공원

공원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벤치와 물, 잘 가꾼 꽃과 나무 등 자연은 기본이다. 여기에 사람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반짝거리는 해를 맞으며 광합성을 하고 싶을 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에 자연 속에서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갖고 싶을 때, 두런두런 수다가 필요할 때 공원을 찾는다. 실제로 선암호수공원에서는 자녀와 나들이 나온 가족, 바둑 두는 장년 남성들, 벤치에 앉아 친밀한 수다를 나누는 이들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울산시민은 선암호수공원을 ‘도심 속 물의정원’이라 부르곤 했다. 선암호수공원은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울산을 찾는 여행객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는 공원이다. 공원 가운데 커다란 호수를 중심으로 4km 산책로 공간에 벚나무가 뿌리 내린 덕분에 벚꽃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계절별로 봄에는 수변 꽃단지에 수선화, 프리지어, 크로커스 등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산책로 중심으로 꽃창포, 수국, 목단 등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가을에는 테마 쉼터 일원에서 꽃무릇이 개화하여 선암호수공원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위치 울산광역시 남구 선암호수길 104
문의 052-226-3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