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6월부터 8월까지는 자외선이 더욱 강렬하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여름에는 눈 건강을 보호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이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김상우 교수가 전하는 여름철 눈 건강 지키는 법.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자외선이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건강을 지키는 데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먼저 자외선이 우리의 눈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안과 김상우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쉽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 따라서 어떤 매질을 만났을 때, 반사되기도 하고 투과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 방사선과 X선은 매질(인체) 투과력이 높아서 이를 이용해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등 방사선 치료나 X선, CT 등 인체 촬영에도 활용한다. 자외선은 방사선이나 X선보다 상대적으로 매질 투과력이 떨어져 인체를 직접 투과하지는 못하지만, 피부 등 인체 조직의 표면 일부에 침투해 조직 세포에 화상, 노화 촉진, 암 발생 등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외선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일상에서는 태양, 그리고 살균, 태닝, 포충을 목적으로 하는 UV(자외선) 광원에서 발생한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크게 UVA, UVB, UVC로 나뉘며, 이 중에서 UVA가 파장이 길어 매질 침투력이 가장 높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은 97~99%가 대기와 오존층에서 흡수되고 일부분만 지표에 도달하는데, 그중 98.7%는 상대적으로 파장이 긴 UVA다.

김상우 교수는 “눈과 자외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눈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UVB와 UVC는 각막 상피에서 거의 다 흡수되고, UVA의 1~4%는 각막을 투과하여 수정체를 거쳐 망막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 용접 등에서 발생하는 자외선 노출에 따른 광선 각막염(급성 각막상피 화상, 흔히 부르는 ‘용접 아다리’)과 백내장 등은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에 따라 발생하는 안구 표면의 검열반, 군날개(익상편) 및 안구 내 망막의 부종과 출혈을 일으키는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자외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눈 질환

자외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눈 질환은 급성으로 나타나는 대표 질환으로 광선 각막염과 자외선 각막염이 있다. 주로 용접이나 장시간 스키, 설산 등산 시에 발생할 수 있다. 만성으로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검열반, 군날개(익상편), 백내장, 황반변성 등이다. 농업, 어업, 야외 활동 직업군(축구선수, 서퍼 등)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외선이 백내장, 노안에 미치는 영향

백내장의 발생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자외선도 그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외선 노출을 고려할 때 자외선 자체가 수정체에 도달하는 일은 극히 미미하므로 일상생활 영역에서 자외선 노출에 따른 백내장 발생 위험성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야외 활동 빈도가 지극히 높은 직업군이나 UV 광원에 장기간 노출되는 특수 직업군에서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을 신경 써야 한다. 김상우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수정체가 UVA에 장기간 노출되면 수정체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축적되고 세포 저산소 상태로 말미암아 단백질의 당화(Glycation)가 발생하여 백내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의 수정체를 이용한 실험에서 2시간 동안 강한 자외선을 조사했을 때 백내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한다. 자외선이 노안 발생에 직접 연관성을 가진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단지 자외선 노출에 의한 초기 백내장 형성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노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글라스, 눈 건강을 위한 선택

여름철 우리가 즐겨 쓰는 선글라스. 특히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선글라스는 태양의 가시광선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광선이 눈 건강에 안 좋다는 보고는 없다. 다만, 가시광선 중 380~500nm의 파장을 가지는 파란색 계열의 가시광선은 소위 블루라이트라고 해, 오랜 시간 노출되면 안구 표면과 망막의 시각세포에 광화학적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란색 계열의 가시광선은 신체의 일주기 리듬과 연관이 있어 실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고, 일상생활 범위 안에서 블루라이트 조사량은 독성을 일으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된다. 김상우 교수는 “여름철 외출 시에는 유난히 강한 태양 빛으로 눈부심 현상과 일시적 안구통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강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동공이 수축하면서 섬모체 근육이 과하게 작용해 근육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이를 방지하여 장시간 태양 빛 노출에도 눈을 편안하게 해주며,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된 선글라스는 자외선에 따른 부작용을 현저히 줄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안과 질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97만 명에서 214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0년 동안 10대 청소년 환자 증가율은 195%, 30~40대 환자 증가율은 2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인 늘고 모니터 작업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질환이 만성화하기 전에 반드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기대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년기 삶의 질에 관심이 높은 가운데, 노인성 안질환 중 하나인 백내장 수술 건수가 2015년 49만 건에서 2019년에는 68만 건을 기록, 연평균 8.8% 증가했다. 최근에는 노안 교정 인공수정체가 등장해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김상우 교수는 “안타깝게도 아직 인간의 눈을 대체할 만큼 진화된 인공수정체는 없다. 따라서 수술 후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수술 전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요즘처럼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안구건조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 발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알레르기 관련 안질환은 향후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에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충분히 쉬게 하자

아이가 태어난 후 특별한 안과적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3~5세 사이에 안과를 방문해 전반적인 눈 상태를 평가하면 좋다. 이후 학동기에는 1년에 한 번씩 시력 변화를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20대 후반부터는 생리학적 시력 변화는 거의 없으며, 40대부터는 조절 기능 저하에 따른 노안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이나 음식, 혹은 건강보조제는 많다. 하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 일일이 지키면서 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상우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눈이 피로하거나 통증이 발생하기 전 미리 눈을 쉬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방법은 잘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눈의 충혈, 통증, 시력 저하 등이 느껴지면 가까운 안과에 빨리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눈이 불편해서 찾아온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끼는 점은 항상 조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눈이 불편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눈은 인체 장기 중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면서 장애가 생겼을 때 굉장한 생활의 불편감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환자의 고통을 최대한 이해하며, 내 일처럼 여기고 함께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김상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