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본부 PRN 소속 김하랑 보조원

삶의 중심에 단단히 세운
‘실천’의 가치

인생은 무수한 선택의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크고 작은 선택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그림이 인생일 것이다.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신철경 교수의 지난 모든 선택은 결국 그를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있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물보다 진한 혈액의 힘

간호본부 PRN 소속 김하랑 보조원은 울산대학교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잠시 일했다가 지난해 11월 울산대학교병원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현재 간호본부 PRN 소속으로 비 통합병동 및 특수병동에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행보에 주목해보려고 한다. 그는 최근 꾸준히 헌혈을 실천하고 있다. 첫 헌혈은 대학 재학 시절 학점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자신의 결심에 따라 헌혈을 계속 실천하고 있다.

“제 업무 중 혈액을 이송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제가 헌혈한 혈액이 우리 병원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직접 보면서 지속적으로 헌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혈액이 환자 치유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이죠. 혈액이 필요한 환자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어 보자는 생각에서 헌혈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헌혈을 꾸준히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그는 헌혈하기 위해, 보다 좋은 혈액을 만들기 위해 건강 관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헌혈은 저의 피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니 좀 더 좋은 혈액을 만들려고 노력해야죠. 헌혈하기 며칠 전부터는 꼭 금주합니다. 또 혈관이 좁은지 피를 뽑을 때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팔과 상체 위주로 근력운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헌혈합시다

지난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었다. 헌혈의 중요성을 전하고 헌혈자에게 감사하기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지정한 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헌혈 인구가 급감했다는 뉴스가 우리의 마음을 때린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2년 차인 지난해 헌혈 건수는 전년 대비 약 7000건이 줄었다. 헌혈률은 5.04%로 국민 20명 중 1명꼴로 헌혈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79만1000건과 비교하면 18만7000건 줄었으며, 헌혈률은 0.4%포인트 감소했다.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김하랑 보조원은 “나부터 실천하자”며 울산대학교병원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헌혈 인구가 줄면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듯해 안타깝습니다. IMF 당시 나라가 힘들 때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혈액 수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혈액 모으기 운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 직원들이 솔선수범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혈액이 필요한 누군가가 내겐 타인이지만 다른 직원의 지인일 수도 있고, 결국 돌고 돌아 연결된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나와 환자 모두를 위해 숭고한 헌신을 실천하는 직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모든 건 건강해야 가능한 일

김하랑 보조원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 작은 일에도 감사를 느낀다. 생명을 다루는 공간인 병원에서 업무를 하면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더 자주 일렁인다. 그는 환자의 사소한 한마디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다.

“중환자실에서 호전된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가 이송을 담당할 때가 있는데, 종종 감사 인사를 받아요. 직접적인 케어는 다른 선생님들이 해주시는데 인사는 제가 받아서 머쓱하지만, 기분은 좋죠.”

또 그는 요즘 매 순간 건강의 소중함과 절박함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고 한다.

“건강은 인생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예요.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음 앞에선 무용지물이잖아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지요. 저도 나이 들수록 건강을 더 챙기게 되더라고요. 건강해야 환자들도 제대로 돌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면 좋겠어요.”

김하랑 보조원은 주어진 역할과 업무를 꼼꼼히 해내고, 잊지 않고 헌혈도 실천하며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가 그리는 훗날의 모습은 환자와 직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는 차곡차곡 쌓인 헌혈 경력이다.

“환자들에게는 친절해서 기억에 남고, 직원들에게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부족하지만, 더 배우고 더 노력해서 모두 인정해주는 직원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총 300회 명예대장 헌혈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건강해야 이룰 수 있겠죠. 건강 관리 잘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헌혈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여전히 배고픈 누군가, 몸이 아픈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손길과 든든한 도움이 필요하다. 테레사 수녀는 “나눔은 우리를 부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기부나 봉사 같은 나눔 활동이 자기만족 등 감정적 보상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두 배, 아니 그 이상이 된다니 ‘나눔’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작은 관심과 배려에서 출발한 ‘나눔’은 곧 사랑의 실천이다. 김하랑 보조원이 실천하는 헌혈은 꺼져가는 누군가의 생명에 숨결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가치를 아는 그의 용기 있는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알아두면 좋은 헌혈 지식

Q
헌혈이란 무엇인가요?

A 혈액의 성분 중 한 가지 이상이 부족하여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다른 사람을 위해, 건강한 사람이 자유의사에 따라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입니다.

Q
헌혈, 왜 필요한가요?

A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 물질도 없습니다. 생명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윤리에 따라 세계 각국은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헌혈한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합니다(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따라서 적정 혈액보유량인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 헌혈자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수혈용 혈액은 자급자족하지만, 의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혈장성분은 외국에서 수입합니다. 혈액을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려면 연간 약 300만 명의 헌혈자가 헌혈에 참여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언제든 수혈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건강할 때 하는 헌혈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Q
헌혈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건 아닌가요?

A 우리 몸에 있는 혈액량은 남자는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인 남자의 몸속에는 약 4,800mL의 혈액이 있고, 50kg인 여자는 3,500mL 정도의 혈액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 능력이 뛰어난 우리 몸은 헌혈 후 1~2일이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혈관 내외의 혈액순환이 회복됩니다.

Q
헌혈 방식은 어떻게 나누나요?

A 전혈 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헌혈하는 방식입니다. 혈장 성분 헌혈은 혈장 등 일부 성분만 채혈하는 방식입니다. 전혈 헌혈은 1년에 6회, 일부 성분만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을 헌혈자에게 돌려주는 혈장 성분 헌혈은 1년에 최대 24회 가능합니다.

Q
헌혈 시 주의사항이 있나요?

A 헌혈은 8시간 이상 공복이 아닌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 아스피린(3일), 감기약 또는 항생제(1주일), 여드름 치료제(1개월) 등 특정 약물을 복용했거나 복용 중인 사람은 일정 기간 헌혈을 할 수 없습니다. 헌혈은 만 17~69세까지(전혈 헌혈은 만 16세부터) 가능하지만 만 65세 이상이라면 이전에 헌혈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체중은 남성 50㎏, 여성 45㎏ 이상이어야 하고,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90㎜Hg는 넘되 180㎜Hg보다 낮아야 하며 이완기 혈압은 100㎜Hg 미만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