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벌레에 물렸을 때

뜨거운 여름이다. 물놀이, 캠핑 등 자연에서 야외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각종 벌레에 물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벌레에 물렸을 때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항히스타민제, 국소마취제, 항염증제 같은 성분의 약을 사용한다. 벌레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의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자.

정희진(약제팀 약사)

벌레와 만나기 쉬운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고, 공기에선 밤낮으로 여름 냄새가 납니다. 전 밝은색 옷, 높은 기온, 푸른 식물이 가득한 여름을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벌레는 참 싫습니다. 대학생 때 농활을 여러 번 다녀왔는데 벌레에 물린 자리마다 주먹만큼 붓고 진물이 나고, 아물기까지 온몸이 피멍 같은 자국으로 뒤덮였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고 자던 다른 사람들은 누구도 그렇지 않았던 걸로 보아 아마도 제가 벌레 독에 알레르기가 있었겠거니 추측할 뿐입니다.

벌레에 물리면 꽤 신경 쓰일 정도로 가렵고 아프기에 가정에서도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을 한두 가지 정도 준비해두기 마련입니다. 벌레에 물려 벌레의 타액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것을 이물질로 여기고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건 몸을 지키려는 방어 방법 중 하나인데요. 이 과정에서 피부가 빨갛게 부풀거나 가렵고 아픈 등 여러 증상이 생깁니다. 이를 가라앉히려면 항히스타민제, 국소마취제, 항염증제 등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떤 약을 발라야 할까

항히스타민제에는 다이펜하이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등의 성분이 있고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서 가려움증 같은 반응을 낮춰줍니다. 다이부카인 같은 국소마취제는 가렵고 아프게 하는 자극을 줄여서 증상을 완화합니다. 에녹솔론은 염증을 낮춰 주고, 멘톨은 피부를 시원하게 해서 가려움을 가시게 하는 성분입니다. 살리실산메틸은 가려움증을 낮추고 진통 효과도 있습니다.

벌레 물리는 데에 쓰는 약에는 캄파라는 성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모세혈관을 확장해 약 성분들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30개월 미만의 소아에게는 경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때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 30개월 미만 아이들을 위해 캄파나 다이부카인은 빠지고 덱스판테놀처럼 연약한 피부의 재생을 도와주는 성분이 추가로 든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영유아 전용 약품 이름에는 주로 ‘키드’가 포함되니 참고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제품도 1개월 미만의 신생아에게는 사용이 제한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염증이 심해지면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스테로이드라고도 하는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을 줄여줍니다. 프레드니솔론, 하이드로코르티손 등이 쓰입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들어있는 약은 고름이 나오거나 무좀이 있거나 넓은 부위에는 바르면 안 됩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 성분의 단일제를 사용할 땐 전문가와 상의하고, 며칠 동안 사용해도 염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고열등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특별히 더 알아둬야 할 사항들

벌레 물린 곳에 상처가 나서 감염될 위험이 있으면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후시딘이 대표적인 항생제 연고입니다. 생활하다 상처가 생길 때도 있지만, 가렵다 보니 자꾸 건드려서 상처가 나는 일도 많습니다. 벌레 물린 자리를 긁거나, 손톱으로 십자 모양 나게 누르거나 침을 바르면 손톱과 침에 있는 균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회복이 더 늦어지니 최대한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옷에 쓸려 아프거나 계속 긁게 될까 봐 밴드를 붙여두고 싶을 때는 쿨링 기능이 있는 밴드가 좋습니다. 일반 밴드는 덮인 내부가 습해져 다시 가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벌레에 물리면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일은 무척 드물고 대개 물린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나므로 겔이나 크림 등 해당 부위에 직접 바르는 형태의 약을 사용합니다. 이런 약은 바르는 방법 외에 먹거나 눈에 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약 자체도 주의해서 보관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벌레 물린 데 쓰는 약들은 여름이 끝나면 오랫동안 방치하는 일이 많으므로 매해 사용하기 전에 약 상태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사용기한이 넘지 않았는지, 약의 색이나 모양이 변하지 않았는지, 약 튜브 등 포장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표기된 날짜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개봉하고 나면 그때부터 사용기한이 달라집니다. 연고나 크림은 뚜껑을 열고 나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이므로 새 약을 개봉할 때는 날짜를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연고를 바를 때 부위에 직접 대고 쓰기가 쉬운데, 그렇게 하면 용기 안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땀이나 진물, 습기 있는 부위에 용기째 직접 문지르지 말고, 면봉 등을 이용해 덜어내는 식으로 사용하셔야 합니다. 많이 바를수록 흡수되는 양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주변에 묻어서 오염될 수 있으니 적당량을 바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손 때문에 약이 오염되거나 약을 바른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도록, 약을 바르기 전후 모두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사용 후에는 약이 변질하지 않게 뚜껑을 꽉 닫아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건조하고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서늘한 곳이면 좋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로 캠핑 등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때는 벌레 기피제나 긴 옷을 활용해서 안전하고 편안한 여가를 보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