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발생율 4위인 대장암은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린다. 발병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어서다. 또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을 발견하는 사례가 흔하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정석원 교수가 일러주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장암 관련 정보.

정석원(소화기내과 교수)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발병 초기에 증상이 없는 대장암

2020년에 발표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만 24만3,837건의 암이 새로 발생했다. 그중 대장암은 남녀 모두에서 2만7,909건이 발생해 전체 4위(11.4%)를 차지하고 있다.

대장암 발병 원인은 스스로 조절하고 미리 원인을 피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과 대장암의 10~30%를 차지하는 유전적 요인으로 나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동물성 지방이나 육류(특히 붉은 고기)를 과다 섭취하는 것이 대장암 발생을 촉진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비만 환자가 이런 식습관을 유지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 중 하나)이 증가하여 장 점막을 자극해 대장암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대장암은 가족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다. 가족성 용종증은 20~30대에서 잘 나타나며, 95%는 45세 이전에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대장암은 발병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암’이라고도 불린다. 초기 대장암 환자들은 다른 고형암(고체로 된 장기에 생긴 암)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 진행된 대장암은 70% 이상 환자가 증상을 느끼는데, 대장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오른쪽 대장암은 대장의 단면적이 넓고 소화물이 머무는 시간이 왼쪽보다 상대적으로 짧으므로 소화 장애, 혈변(특히 검은색 변), 복통을 느낀다. 오른쪽 대장암이 진행되면 전신 무기력, 만성 실혈에 의한 빈혈 증상인 어지러움, 빈맥, 숨 차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우측 복벽에 암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왼쪽 대장암은 대장이 비교적 가늘고 소화물이 잘 정체되어 배변과 관련된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혈변(핏덩어리 또는 선혈이 섞인 변), 배변 습관의 변화, 잔변감, 변 굵기 감소, 점액 변, 복통 등이고, 체중 감소나, 직장과 마주하는 방광이 눌리면서 배뇨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모든 용종이 나쁜 건 아니다

현재로선 대장암이 아예 발생하지 않게 하는 1차 예방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암이든 발생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고, 대장암의 여러 원인 중에는 유전 요인처럼 우리가 선택하거나 피할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 검진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2차 예방은 매우 효과적인데,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이라면 45세 이후부터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신에게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등이 있거나, 가족 구성원 중 대장암 혹은 대장 용종,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환자가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의와 상담한 후 검사 방법과 검사 간격을 정해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한다.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나 선종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용종은 우리나라 성인 약 30% 정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대장 용종 진단에 가장 좋은 검사법은 대장내시경 검사이며, 이때 용종을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있다. 용종(폴립)이란 장 점막 일부가 주위 점막 표면보다 돌출하여 혹처럼 형성된 병변이다. 인체 내 용종이 가장 흔하게 생기는 곳이 바로 대장인데, 대장 용종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용종 자체는 양성 종양이지만 그중 조직학적으로 선종성 용종은 악성 종양, 즉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에서 발생한 모든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장내시경을 한 뒤 ‘대장 용종’이 발견되면 ‘용종절제술’로 제거하는데, 이 수술이 보통 몇 개월 이후에 잡히기 때문에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물론 몸 안에 대장 용종이 있다는 사실을 안 채 몇 달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잘 안다. 하지만 대장 용종(선종성 용종도)의 크기가 커져 악성 변화까지 가려면 보통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몇 달 사이에 용종이 자라 치료를 못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장암 검사와 진행 정도에 따른 치료

대장암 여부를 알기 위해 병원에서는 먼저 직장수지 검사를 실시한다. 전체 대장암의 약 3분의 2 이상이 직장과 에스상 결장(직장 위에 있는 S자 모양의 결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게손가락을 직장 안에 깊숙이 집어넣으면 항문 입구로부터 8~10cm 위쪽 방향에 위치하는 종괴를 만질 수 있다. 에스상 결장경 검사는 직장수지 검사로 만질 수 없는 상부의 직장 및 에스상 결장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 대장암의 40~60%가량을 발견할 수 있다.

보다 근위부(몸의 중심부에서 가까운 부위)에 있는 대장암을 관찰하려면 대장관장 사진(바륨 관장 사진)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 암이 존재하는지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용종을 절제하는 치료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대장암으로 진단되면 암의 침습 정도(암이 대장벽을 어느 깊이까지 뚫고 들어갔는지)나 전이(암이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퍼졌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산화 단층촬영(CT)이나 MRI, 항문내압 검사 등을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운다.

대장암 치료 방법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 암이 점막 안에 국한된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충분히 절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장암이 점막 하층의 상층부까지만 침범했으면 내시경을 통해 절제한다. 그리고 잘라낸 면에 잔여 암 조직이 확인되지 않고 림프관이나 혈관에 침범한 증거가 없다면 추가 수술을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으면서 경과를 관찰하면 된다. 내시경 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을 피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막 하층 이상을 침범하는 대장암은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