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 각각의 상태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완벽한 치료를 하는 것을 첫손에 꼽는다.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양성수 교수는 최근 국내 최초로 직장암에서 경항문 단일공(SP) 로봇수술에 성공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단일공 로봇으로 접근하여 정확하게

보통 직장암 수술은 암을 포함해 직장을 잘라내기 때문에 큰 수술로 꼽힌다. 직장암 초기에는 직장을 절제하는 대신 종양만 국소 절제하여 치료하는 사례도 있지만, 종양 위치가 항문 근처가 아니라면 수술 시야와 수술 접근의 제한으로 이런 수술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때, 로봇수술은 시야, 정교함, 좁은 곳 접근 등 사람이 갖는 한계점을 보완하여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가진 차세대 수술법이다.

직장암 수술에서 현재 가장 보편화된 것은 복강경 수술이지만 복강경 수술은 수술도구의 한계(관절이 없는 복강경 수술기구)가 있고, 로봇수술의 정확도와 세밀함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로봇수술의 정교함과 정확성, 특히 좁은 골반 안에서도 자유롭고 편하게 수술할 수 있는 장점은 곧 환자에게 좋은 수술 결과로 연결된다.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양성수 교수는 국내 최초로 항문을 통한(경항문) 직장암 단일공 로봇수술을 성공했다. 양성수 교수는 이번 수술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전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부위에 단일공 로봇으로 접근해 흡사 간단한 치질 수술을 하는 것처럼 항문을 통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술하게 된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에도 복강경 기구를 이용해 항문을 통한 수술을 시행했지만 수술 장비의 한계와 기술적인 어려움 등으로 수술이 제한적이었다. 흔히 시도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일공 로봇수술은 이런 어려움을 대폭 줄여줬다. 양성수 교수는 앞으로 이번 수술이 더욱 발전하고 대중화되리라 예상한다.

좋은 치료 기회가 열렸다

항문을 통한 직장암 단일공 로봇수술은 수술 받는 환자 입장에서도 좋다. 수술 중이나 수술 뒤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합병증, 후유증 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술을 받은 성기현(72) 씨는 폐질환(COPD)과 심장질환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해왔는데, 이에 양성수 교수는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단일공 로봇을 이용해서 항문을 통해 수술한다면 ‘큰 수술은 피하고 수술 결과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70세를 넘긴 환자는 고령일 뿐만 아니라 몸도 불편해보였습니다. 항문에서 10cm 위쪽 손이 닿지 않는 직장 안에 크기 5cm가 넘는 직장암이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기존 방법대로 수술했더라면 전신 마취 하에 직장암과 직장을 절제하고 연결하는 큰 수술이었을 겁니다. 당연히 수술 시간도 오래 걸렸겠죠.”

수술을 마친 성기현 씨는 후유증이나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했다. 기존 수술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작은 범위의 수술을, 치질 수술과 같이 항문을 통해 시행하니 확실히 통증도 적고 식사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에 앓고 있던 폐와 심장 질환에서 어떤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아 더욱 빠른 회복을 보였다. 수술 목표였던 직장암 제거도 완벽했다. 성기현 씨 역시 수술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수술 후 환자께서 무척 만족하셨습니다. 직장을 절제하지 않고, 장루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더 만족하셨습니다. 수술 전 설명을 잘 이해하시고, 저를 믿고 수술을 결정하시고 또 수술을 잘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사히 5년이 지나고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정기적으로 성실하게 병원을 방문하시고 건강하게 치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성수 교수는 이번 수술에 앞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로봇수술에 대한 경험도 있고 이론적으로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처음 시행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는 마음이었다. 또한 수술 중에는 복부 안과 같은 넓은 공간이 아니라 직경이 5cm밖에 되지 않는 좁은 항문강, 직장 내에서 수술을 시행하니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금세 수술 환경에 적응했고, 수술에 동참한 동료들도 경험이 많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양성수 교수는 이후에도 성기현 씨와 비슷한 상황의 환자들에게 동일한 수술을 수차례 시행했고, 역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수술자로서 혁신적인 좋은 수술이라는 확신이 들고,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수술이지만 초기 직장암 혹은 내시경으로 절제되지 않는 직장 종양을 가진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항문을 통한 단일공 로봇수술로 좋은 치료 결과를 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관계

양성수 교수가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대장항문질환, 특히 암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로서 지낸 시간이다.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가 환자를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는 ‘겸손과 진심’이다.

“수술자는 매 순간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심을 다해 환자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면 열정과 용기가 생깁니다. 제가 품은 마음은 환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2년에도 겸손한 진심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습니다.”

양성수 교수에게 환자들은 직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오래 하신 그의 할머니와 같다. 환자를 대할 때마다 할머니가 떠올라 마음 한편이 애틋해진다고 한다. 그에게 수술 받은 한 할머니 환자는 외래에서 만난 그에게 “제가 드릴 건 없지만 선생님께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 선생님이 되도록 새벽마다 기도합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환자들을 살뜰하게챙기는 그의 마음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해진 것이리라. 그 역시 울산대학교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지난 한 해 어렵고 힘든 시간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더 건강하시고 마음과 영혼이 평안을 누리시길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직원도 환자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힘껏 돕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결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음’이 흐른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하나 더 있다. 눈을 맞추고 아픈 곳을 말하고, 귀를 열어 경청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에 환자는 의사에게 단단한 ‘신뢰’가 쌓인다. 이번 수술 사례는 환자를 향한 양성수 교수의 진심이 ‘신뢰’라는 이름의 꽃으로 피어난 이야기일 것이다.

성기현 씨와 양성수 교수

혈변이 나와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직장에 큰 종양이 있고 내시경 절제가 어려우니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어요.

급한 마음에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양성수 교수님을 찾았는데, 직장암 진단과 함께 로봇수술을 제안받았습니다.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금액이 비싸다’라는 이야기는 들었기에 개인 보험이 따로 없어 좀 주저했어요.

걱정이 앞선 제게 양성수 교수님은 로봇수술을 추천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직장암은 보통 직장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저는 암이 항문 괄약근 가까이 위치해 사람의 손으로는 힘들지만 다행히 로봇수술을 선택하면 항문을 통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항문을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대변주머니(장루)를 만들 필요가 없고 변실금이 발생하지 않아 후유증 없이 빠른 회복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지요.

결과적으로 수술은 잘 됐고 3주가 지난 지금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수술 전에는 하루 6~7번씩 화장실을 찾아야 했고, 변이 물처럼 나와 불편하고 통증도 심했거든요. 수술 후 지금은 하루 1번 정상 변을 보고 통증도 사라졌지요.

수술 과정에서 힘든 점이라면 항문을 통해 로봇 팔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술 후 항문 주변이 며칠간 뻐근한 불편이 있었지만 처방해 준 진통제를 먹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저는 당뇨, 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다 가지고 있어 수술 상처도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술 부위가 빨리 아물고 복부 통증도 없어 로봇수술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양성수 교수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저처럼 비용이 부담 돼 로봇수술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주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안전한 로봇수술을 하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