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살고 싶고 이들이 있고, 살리고 싶은 이들이 있다. 몸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 어떤 의사를 만나고 싶은가. 아마 따뜻한 마음을 품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의사 선생님’일 것 같다. “괜찮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건넬 줄 아는 울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이용직 교수 같은 의사일 것 같다.

글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어려움 속에서도 헌신해준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다

울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이용직 교수는 울산에서 나고 자랐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울산에서 지내다가 이후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수련하고 다시 고향 울산으로 돌아왔다. 때는 2008년, 14년 전부터 울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에서 현재까지 진료해오고 있다. 일반 흉부 수술을 담당하는 그는 주로 폐, 식도, 종격동, 흉벽 질환 수술을 도맡는다. 그의 일상은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환자 진료와 응급 환자 진료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진다. 그에게는 흉부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과장과 외래 부장이라는 병원 보직자의 임무가 더해진다. 여기서 파생한 업무나 회의는 조금의 여유마저 허락하지 않지만 이용직 교수는 불평 대신 감사와 보람을 말한다.

“외래 부장으로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직접 외부 환자들을 대면해야 하는 외래 진료의 특수성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진료부 선생님들과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잘 이겨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확립하고자 도입한 *암 환자 패스트 트랙과 병원 간 의뢰 회송 활성화라는 큰 성과를 잘 이루어낸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폐암과 흉선종

이용직 교수는 평소 그가 주로 다루는 질환인 ‘폐암과 흉선종’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 이유는 좀 더 많은 이들이 두 질환을 바로 알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제 전문 분야인 폐암이나 흉선종은 증상이 없거나 뒤늦게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정기건강검진이 보편화된 만큼 흉부 CT로 조기 발견이 가능합니다. 검진 항목에 CT를 추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폐암과 흉선종은 비슷한 듯 다르다. 먼저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발생률로 보면 위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결코 드물지 않은 암이다. 남성에서 발생률이 높은데, 이는 흡연이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반면, 흉선종은 다소 생소한 질병이지만 소위 말하는 7대 암 외 암 중에서 드물지 않게 진단되고 있다.

폐암의 흔한 증상으로는 기침, 객혈,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흉선종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같은 증상이 생기지만 두 질환 모두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특별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단계에서 발견하면 초기일 가능성이 높아 수술적 절제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건 비슷하다. 다만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폐암은 종격동 종양인 흉선종보다 공격적 특성이 월등히 강하기에 그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요즘은 예전보다 CT 검사가 비교적 쉬워져 두 질환 모두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여전히 전이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될 때가 훨씬 많다.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그가 아니다.

“수술로 도와드릴 수 없는 환자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수술법의 발전과 함께 여러 가지 효과 좋은 항암제 개발, 방사선 치료 기법의 발전으로 수술 받지 못한 폐암 환자의 치료 성과가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용직 교수가 말하는 수술법의 발전은 옆구리를 15~20cm 절개하는 기존 개흉술에서 최근 대부분의 병원이 흉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약 5cm 이하의 절개와 1cm 정도의 추가 절개공으로 1~3개의 흉터만 내고 수술해 미용 효과나 일상 회복이 획기적으로 빨라졌다고 전한다. 특히 울산대학교병원을 포함한 몇몇 대형병원에서는 로봇수술로 수술의 정밀도를 향상시켜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괜찮다, 문제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오면서 그가 늘 지키려고 하는 건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듣고 싶은 말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야 안심이 되니까. 하지만 의사는 이런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괜찮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망할 수 있고, 심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직 교수는 다르다. 좀 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그는 공감의 마음을 담아 진단을 말한다.

“환자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의사를 만나러 오기 마련입니다. 환자가 가진 불안은 의사만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모호하게 이야기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합니다. 가능하면 ‘괜찮다’ ‘문제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수술 설명을 할 때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이지만 보통 잘 끝나고 잘 회복하시고 잘 지내게 된다’라는 말을 꼭 덧붙여 환자가 희망을 놓지 않게 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의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려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혼자 환자를 끌고 가는 의사가 아니다. 환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지지해주며 같이 걸어가는 의사다. 이런 이용직 교수이기에 진료했던 모든 환자가 기억에 자리한다. 환자들과 함께 걸어온 시간은 때로 힘들었지만 자주 행복했다.

“진료하면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좀 더 집중하고 신경을 쓰다 보니 시간이 지나 이름은 잊어도 예전 X선이나 CT 검사 자료를 보면 치료 과정이 다 기억납니다. 힘든 수술을 끝낸 후에는 긴 시간 집중했던 긴장이 풀리며 몸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져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또 한 생명을 살려냈다는 보람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생명을 구하는 특별한 사명감

안타깝게도 요즘은 흉부외과를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가 많지 않다. 의료계와 사회적으로 우려가 큰 현실 속에서 그가 겪어온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말하라고 하면 ‘힘든 것보다 보람이 크다’고 전한다. 다시 진료과를 결정하는 순간에 놓인다고 해도 그의 선택은 같다.

“흉부외과 특성상 환자 대부분이 생명과 직결된 상황입니다. 치료에 성공했다는 것은 곧 한 생명을 구했다는 말이죠. 의사로서 자부심이 큰 분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진료과를 선택할 기회가 생겼는데 지금처럼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면, 저 같은 흉부외과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주저하지 않고 흉부외과를 선택할 겁니다.”

울산대학교병원의 흉부외과를 향한 그의 애정은 무척 진하다. 그가 전공의와 전임의를 수련한 병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병원이고 그곳에서 훌륭한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다만, 병원이 크고 찾는 환자가 많으니 의사 결정 과정과 치료 시작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환자들이 빠른 치료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안타까워하던 그다.

“우리 병원은 서울과 비교해 조밀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여러 교수님이 직접 의사소통을 하면서 빠르게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암이라는 질병의 치료는 흉부외과 의사 혼자 할 수 없기에 여러 관련 진료과와 진료 지원부서 간 유기적 소통과 협업이 중요합니다. 또 서울과 비교해 다소 적은 수의 환자를 교수진들이 직접 진료하기에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장점입니다.”

그가 흉부외과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들으면 ‘이용직’이라는 흉부외과 의사에 대해 더욱 또렷하게 알게 된다. “저는 후배들에게 늘 ‘외과 의사의 가장 큰 무기는 수술이고 모든 환자의 예후는 수술장에서 결정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수술할 때 스스로 납득할 만큼 완벽하게 하기 위해 더 신중을 기하고 더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술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릴 때가 많지만, 후배들에게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을 끝내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매번 어김없이 돌아오는 새해, 그가 이루고 싶은 새해 목표는 늘 같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찾아오는 ‘모든 환자를 다 살리자’는 다짐이다. 그간 브라운관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의사, 여전히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의사, 환자에게 공감하고, 환자를 환자이기 전에 사람으로 대하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 바로 여기 있었다.

*암 환자 패스트 트랙 외부 병원의 의뢰 또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진료 시 암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패스트 트랙 시스템을 적용해 당일 진료 및 3일 이내 각종 진단 검사를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빠른 진단은 물론이고 치료 시기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어 암 환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는 2019년 위암과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일부 적용 후 빠르게 질환군을 확대해 현재 비뇨기과암, 췌담도암, 폐암, 유방암, 식도암 환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1400여 명의 환자가 패스트 트랙의 도움으로 빠른 진단과 치료 혜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