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휴식이요, 이튿날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건강을 위해서도 적절한 수면은 꼭 필요하다. 지난해 별관 지하 1층으로 확장 이전한 수면센터를 찾아 ‘수면의 중요성’을 들었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 송인호(스튜디오100)

수면센터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최근 울산대학교병원 수면센터가 별관 지하 1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에 따라 기존 검사실보다 방음이 보강된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입원실과 분리돼 독립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수면센터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노력이 있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울산 지역에서는 수면 질환에 대해 일반 대중은 물론 의료진조차 큰 관심이 없었다. 수면 장애는 무척 흔하지만 큰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수면 장애에 대한 관심과 치료는 일부 수면무호흡 및 심각한 불면증 환자로 제한되기 일쑤였다. 그 외의 수면 장애는 의료진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진단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수면 질환 자체가 다양하고, 주간졸림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하고 흔한 비특이 증상을 호소하면서 수면 질환을 야기하는 내과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에는 수면무호흡증에만 선별용으로 적용 가능한 레벨 4 검사를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수면다원검사가 고가의 비보험 검사였고, 수면 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때라 의료진이 환자를 설득하기도 힘들었다. 이에 신경과 이은미 교수는 “울산 지역 유일한 대학병원인데도 당시 환자들이 기면증이나 사건 수면 같은 진단을 받으려면 타 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면검사를 하라는 전원 안내를 해야 했었다. 환자들에게 너무 미안한 시기였다”라고 회상한다.

이후 수년간 줄기차게 병원 운영진을 설득하고 준비·계획한 끝에 2015년에 병원 구관 리모델링 공사와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맞춰 울산대학교병원 본관 4층에 수면센터를 개소했다.

적외선카메라가 설치된 독립공간에 수면기사가 상주하며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레벨 1의 수면다원검사 2실을 격일제로 운영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비인후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의 수면 전문가들과 건강한 잠, 수면 질환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을 위해 ‘세계 수면의 날’ 기념 홍보 노력을 매해 빠지지 않고 해왔다. 또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면 질환을 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 문턱이 획기적으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환자들의 병원 접근성이 늘고, 의료진도 진료가 한결 수월해졌다. 수면다원검사 수요가 늘면서 2019년부터는 3실, 주 5일 상설검사로 전환했다.

현재 별관에 마련한 독립된 수면센터는 대학병원의 전문성을 살려 체계적인 검사시설과 각 진료과목별 수면 전문 의료진을 갖추고, 진단에 따라 다양한 과의 진료 협진 체계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수면 질환 종합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면센터는 2015년에 수면검사 200여 건을 시작으로 2021년에 누적 2000건 이상을 돌파했다. 이은미 교수는 “수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임에도 정확한 진단을 위한 수면검사조차 시행할 수 없던 황무지에서 상급종합병원 위상에 걸맞게 수면기사와 수면검사실을 점차 늘리며 좀 더 좋은 검사 환경에서 상시 수면검사를 시행하면서 환자에게 진단의 전문성과 검사의 편의성, 접근성을 함께 제공하게 된 것이 그간 이룬 성과”라고 설명한다.

센터에서 시행하는 수면검사 세 가지

수면 질환은 각 임상과별로 특이점이 있어 하나의 진료과목에서 독점 진단이나 치료를 할 수 없다.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가정의학과, 건강증진센터 등에서 수면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일차적으로 진료한다. 또 진단을 위해 적절한 수면검사 및 필요 시 적절한 협의 진료를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

수면센터에서는 수면센터장인 남정권 교수가 진료과목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협진 체계구축에 힘쓴다. 신경과 이은미 교수는 검사실 실무진으로서 수면사의 질 관리를 담당한다. 검사실 운영은 박올림, 정건 수면기사 2인 체제로 주 5일 검사실에 상주하여 환자 안전을 지키며 비상 응급에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총 세 가지 수면검사를 시행한다. 수면센터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야간수면다원검사는 수면시간 동안 전기생리학적 생리변화를 기록하는 다양한 센서(뇌파, 안전도, 근전도, 심전도, 호흡기류, 산소포화도, 호흡노력센서, 코골이 센서)를 부착한 상태에서 적외선카메라로 비디오 촬영을 함께 진행하는 검사다. 이때 수면의 질과 양을 측정하면서 수면무호흡, 수면 중 이상행동, 수면 유지 장애 등을 진단 목적으로 검사한다.

두 번째로 많이 시행하는 양압기 압력 적정검사는 수면무호흡으로 진단된 경우 치양압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면 중 정상 수면 구조, 최적의 안정적 호흡 유지 가능한 기도 압력 값을 찾기 위한 치료 목적의 검사다. 드물게 낮에 다중수면잠복기 검사를 할 때는 주간졸림증의 객관적 측정 및 수면과다증과 관련된 수면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2020년 기준 검사별 분포는 야간수면다원검사 265건(69%), 양압기 압력 적정검사 110건(28.6%), 다중수면잠복기검사 10건(2.5%)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조언

수면 장애는 양질의 삶을 방해한다. 따라서 수면센터에서는 단순히 수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전반적 삶을 개선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에 수면센터에서 건네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조언이 반갑다. 두 가지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첫째 ‘충분히 잡시다’이다. 수면은 우리 몸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경쟁, 성공 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는 특유의 수면 부족을 감수하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노동시간은 상위권이면서 수면시간은 8시간 이하로 일본과 함께 최하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은미 교수는 “알람을 듣고 졸린 채로 간신히 기상하거나, 주말에 모자란 잠을 3시간 이상 몰아 자야만 피로가 풀린다면 만성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라고 말한다.

둘째 ‘규칙적인 활동시간과 수면시간을 정해 하루의 생활패턴을 유지하자’이다. 누워 있거나 활동량이 감소할수록 낮잠을 잘 확률이 높고, 수면주기가 깨질 수 있다. 이은미 교수는 “사람은 16시간의 지속적 각성상태의 활동 시간이 유지된 뒤에야 비로소 8시간의 꿀잠, 통잠을 터트릴 수 있다. 수면 질환이 발생했다면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아 다른 질환으로 진행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조언한다.

울산대학교병원 수면센터장이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하는 남정권 교수는 다년간 대한비과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부·울·경 비과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비인후과에서도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건강 분야를 포함해 비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 비과 영역이 그의 전문분야다.

Q 수면 장애 관련 환자를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A 수면 건강이 우리 몸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주는지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도록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환자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뇌혈관이나 심혈관 등과 관련해 다양한 질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면 잘 자는 것이 우리 몸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수면 질환이 꼭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Q 그간 만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A 환자 본인은 불편한 게 없는데 아내가 남편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며 함께 수면클리닉을 방문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고혈압에 허혈성 심근질환으로 우리 병원 심장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고,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뭔가 개운하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점심 식사 뒤 주간졸림증으로 교통사고를 낸 적도 있었죠. 수면다원검사에서 중증 무호흡증이 발견되어 양압기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료 후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다”라고 할 정도로 불편한 증상이 개선되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꼭 양압기를 챙긴다고 하며, 이제 양압기 없이 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치료에 만족한 사례입니다. 이렇듯 수면의 질이 좋아지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수면센터를 찾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A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은 다양한 질환과 관련한 중한 질병입니다. 단순히 수면 질환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비만, 수면 환경, 동반 전신질환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해 빙산의 일각으로 수면 질환이 진단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본인이나 가족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심뇌혈관 합병증이 있으면 반드시 양압기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고도비만은 운동, 식이요법 등 비만클리닉, 비만수술과 연계해야 합니다. 양압기 사용이나 수술 등으로 적절히 치료하면 보약보다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진료 받길 권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최신 시설과 설비를 갖춘 수면센터가 별관으로 확장 이전했습니다. 지역사회 수면 건강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수면센터가 될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센터 구성원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수면센터에서는 병원 내 의료진에게 수면 질환 강의와 홍보를 지속해 시행할 계획입니다. 스스로 불편해서 외래 수면센터를 직접 찾는 환자도 중요하지만, 이미 기저 질환이 있어 입원한 환자는 주치의가 수면 질환 관련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수면 질환에 대한 관심이나 역량에 따라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중재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