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즐거운
인생

유미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더 레이저》를 쓴 정주영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피드에 올라오는 그의 글을 즐겨 읽는다. 어느 순간, 한 달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폭풍 업무에 저절로 감기던 게슴츠레한 눈이 번쩍 뜨였다. ‘도파민 777 법칙’이라는 글이 올라왔을 때다. 저녁 7시에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아침 7시에 도파민 호르몬이 날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오늘 저녁 나의 행동이 내일 나의 기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일곱 가지는 누구나 매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같은 노래를 의식하며 열 번 듣기, 내일을 의식하며 계획하기, 1시간 의식하며 운동하기, 오늘 잘한 일 세 가지 헤아려 칭찬하기, 휴대폰 보는 시간 줄이기, 책을 의식해서 펼치기 등 여섯 가지와 작가가 ‘도파민 끝판왕’이라고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까지 총 일곱 가지다.

어쩌면 좋을까. 모두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수면 시간도 부족한 나에게는 사치이자 탐욕스러운 것들이다. 내 업무 특성상 가을과 겨울은 무척 바쁜 시즌인데, 요즘 업무를 하며 ‘자아’가 사라진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대혼돈을 겪으며 모니터만 응시하다가 집으로 향하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나는 진짜 나와 마주하고는 그 생경함에 몸서리친다. 원래의 내가 어색하기만 하다. 마치 환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워커 홀릭’ 역의 배우를 연기하다가 진짜 자신과 마주한 느낌이라고 말하면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일상이 즐거울 리 없다. ‘즐거운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 웃을 일이 만무했다. 요즘 내가 울적하고 침울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일을 좋아하지만 일만큼이나 오프(off)로 전환한 뒤의 시간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정주영 작가가 제안한 ‘도파민 777’에 속하는 음악, 운동, 계획, 칭찬, 책 등은 나의 오프를 꽉 채우며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런 요즘, 이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니, 즐거울 리가 있나. 게다가 작가가 말한 ‘도파민 끝판왕’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 아직 내게는 없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앞의 여섯 가지를 다하지 못하더라도 저녁 7시 이후에는 끝판왕과 함께 있기만 해도 그저 좋다는데 말이다. 심장과 도파민은 강한 연결 관계여서 심장이 뛰는 만큼 도파민도 날뛴다는데, 아주 낙담할 일은 아니다. 작가는 말한다. “아직 곁에 끝판왕이 없다면 여섯 가지를 매일 반복하세요. 여섯 가지로 자신이 바뀌면 일곱 번째 끝판왕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깔깔’ 웃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어릴 때는 곧잘 배 근육이 찢어져라 웃었던 것 같은데. 즐거움은 사실 쉬운 감정은 아니다. 자주 찾아오는 감정도 아니다. 어쩐지 신세 한탄 글이 되어버린 것 같아, 쉽게 즐겁지 않은 어른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역시 절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지나갈 것임을 잘 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작가가 제안한 것들을 ‘나도’ 하면서 도파민 터지는 일상을 영위할 것이다. 이것이 마냥 즐겁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른이 되어 얻은 지혜다. 또한 이만큼 어른이 되어 좋은 것도 있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된 것, 그리고 즐거운 일을 할 만한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열심히 일하며 그에 합당한 돈을 버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열심히 일한 뒤 달콤한 휴가를 떠나는 것 같은 일들이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상 곳곳에는 반짝이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그걸 알아챌 때 우리는 평범하면서도 즐거운 인생을 살 것이다.

글을 쓴 유미지 작가는 글로벌 패션 라이선스 매거진 <코스모폴리탄>을 비롯한 다수 매체에서 피처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여행, 컬처, 헬스를 두루 다루는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