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팀 강선희 씨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도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심리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아무리 삶이 고단해도 잊지 말아야 할 중심이 있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울산대학교병원 영양팀에서 정년을 마친 강선희 씨와 우리가 비로소 사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마음가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건강을 챙기는 마법 같은 식사

사는 데 ‘먹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사람은 음식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게끔 만들어졌다. 따라서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삼시 세끼’를 챙기며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영위한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도 영양팀의 존재는 귀하고 크다. 울산대학교병원 영양팀은 환자와 직원들에게 영양이 풍부하고 위생적인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환자의 건강 회복에 도움을 준다. 직원들에게 든든한 힘을 건넴은 물론이다.

강선희 씨는 17년간 영양팀에서 근무한 뒤 최근 정년을 맞아 병원을 떠났다. 그는 영양팀에서 울산대학교병원 환자와 직원의 끼니를 정성껏 준비하는 일을 했다. 맛과 위생, 친절을 최고로 여기며 일했던 강선희 씨는 직원과 환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저희가 준비한 음식을 직원과 환자들이 맛있게 드시고 ‘맛있다’며 인사해주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특히 특식은 준비한 양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그 역시도 맛있다는 방증이잖아요. 사실 영양팀 일은 육체적으로 고단합니다. 여름 무더위 때는 더욱 힘들고요. 하지만 좋은 피드백이 오면 힘을 얻습니다.”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은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요리는 어떤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강선희 씨가 46병동을 담당했던 때의 일이다. 일일이 배식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가깝게 만나게 되는데, 한 보호자가 피로해소제를 통 크게 전해온 것이다.

“환자 보호자께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영양팀이 수고가 많다며 우리 팀에 맞는 양의 피로해소제를 보내주셨습니다. 낱개로 주시는 일은 많아도, 모두 챙겨서 주시는 일은 드물거든요. 당시 보호자 눈빛에서 진심으로 우리를 격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또 물도 마시기 힘들어하던 환자가 미음을 지나 죽, 그리고 일반식까지 드시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다 보면 마치 드라마의 감동적인 한 장면 같은 전율이 느껴져요. 건강을 회복해서 무사히 퇴원하는 환자를 보는 순간도 가슴 벅찹니다. 영양팀이 환자의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큰 기쁨입니다.”

내 마음 편하면 세상이 태평하다

강선희 씨는 17년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일하며 단 한 순간도 싫은 마음이 든 적이 없다고 말한다. 출근하는 그의 발걸음은 늘 가벼웠고,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었다. 사람인지라 하루에도 온갖 감정이 교차하고 그중에는 나쁜 감정도 섞일 법하지만,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영양팀 업무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 없이 정신없고 고단하긴 합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일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저는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당연한 말을 가장 좋아해요.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마저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즐거우면 세상이 즐거우니까요. 일부러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적은 노력이 모여 어느 틈에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영양팀 업무는 그의 성향과 잘 맞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영양 교육 등을 받으며 새로 알고 배우는 기쁨이 있었다고 한다.

”저는 영양팀에서 오히려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영양팀에서는 환자의 질병을 알아야 맞춤 음식을 제공할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데요. 그런 교육에서 얻는 것이 많고, 알게 되는 것도 많은 점이 잘 맞았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의 식사는 일반식과 다른데요, 저는 이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집에서도 당뇨 식탁을 차려요. 건강한 식사법이니까요.”

묵묵한 일상에서 누리는 감사와 즐거움

강선희 씨는 정년퇴직하며 울산대학교병원에 환자 의료비 1천만 원을 후원했다. 이토록 커다란 나눔은 어떤 계기로, 또 어떤 마음으로 실천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오랜 세월 몸담았던 직장에서 많은 환자를 지켜보며, 제가 건강하게 정년까지 근무하다 무사히 퇴직하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기특하고 자신에게 감사했죠. 그래서 저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후원이 그 선물이에요. 제가 행복해지려면 주변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멈춰야 하는 환자를 보며 가슴 아플 때가 많았어요. 말하고 보니 후원에 큰 이유는 없네요(웃음).”

그의 결정에 가족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찬성했다. 아내와 엄마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했다. 그래서 그는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가족들은 저의 뜻을 존중하며 기뻐했습니다. 제가 하려는 ‘후원’을 인정받는 것 같아 더 힘이 났지요. 특히 정년퇴직할 때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칭찬하는 파티를 열어주고 기념패도 만들어줬어요. 우리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고 싶은 꿈이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내조 잘하면서 지내는 것, 여기에 그가 좋아하는 여행과 산책, 운동을 자주 하는 것 등을 챙기면서 말이다. 또 그는 “땀 나도록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저기 멀리 날아간다”고 귀띔한다. 그리고 두 가지 더 보탠다. 봉사와 건강이다.

“제가 영양팀에서 일하기 전 울산대학교병원 중앙공급실에서 자원봉사를 4년간 했습니다. 건강이 따른다면 다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또 앞으로도 가족 모두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일상을 지키는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별일 없이 비슷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이 숨어있음을 그들은 잘 안다. 강선희 씨에게도 이를 간파하는 지혜가 있다. 그는 매일 주어지는 음식의 힘을 알고, 건강이 당연하다고 과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를 말하고 다시 나눔을 실천한다. 휴식을 알려주는 밤과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는 태양의 속 깊은 순리를 따르는 묵묵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은 현명한 이들만 알아챈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