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데우는
원연암마을 산책

두 다리로 가지 못할 곳이 없고, 두 눈으로 보지 못할 게 없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이 일렁인다. 긴 겨울의 시작을 앞둔 늦가을 풍경 한편에 오래된 마을이 있다. 울산 북구 원연암마을에서 낭만 벽화를 감상하며 골목을 사뿐사뿐 누벼보자. 지척에는 다리쉼을 하기 좋은 도시생태휴식공원 연암정원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편집부 / 사진 윤선우(스튜디오100)

허투루 지날 곳 하나 없는 골목길

매일의 업무와 역할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뭉텅이로 사라지는 느낌이다. 특히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가 한 해의 끝자락을 마주하고는 성실한 시간의 흐름에 흠칫 놀라고 만다. 때 이른 초겨울 추위는 우리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탄식하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옷을 두둑하게 챙겨입고 길을 나선다. 이번만큼은 찰나의 계절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울산 북구 연암동에는 원연암마을이 있다. 원연암마을에는 골목길 담장마다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는 울산시민의 복지 증진과 발전을 위해 사회복지사업을 진행하는 울산광역시내일설계지원센터에서 기증한 것으로 마을 분위기에 낭만과 이야기를 더한다. 연암마을의 상징인 연꽃부터 거북이, 토끼, 개구리 등 귀여운 동물들까지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놓아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늦가을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원연암마을을 느긋하게 유유자적 걸어볼 일이다.

울산의 숨은 도시생태휴식공원, 연암정원

원연암마을에서 골목길 산책을 즐겼다면 원연암마을 바로 옆에 짝꿍처럼 붙어 있는 연암정원을 찾을 차례다. 연암정원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울산의 숨은 도시생태휴식공원으로 통한다.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조성한 연암정원은 다양한 식물과 늪지가 가득한 생태 정원이다.

원연암마을은 근처에 왕복 8차선의 대로변과 산업단지가 밀집하여 공기가 탁하고 기온도 높은 지역인데, 새롭게 조성한 연암정원은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복원하고, 산업화에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쉬어가도록 만든 곳이다. 특히 7월과 8월 여름에는 꼭 찾으면 좋은 연꽃 명소이기도 하다. 넓은 연꽃 군락지에 파스텔 색조의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 피어난 모습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감상할 수 있다.

연암정원은 생태습지와 특화공원, 아이들을 위한 생태 놀이터, 시그니처 연꽃 포토존, 전망대, 바닥 트릭아트 포토존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연암정원 내 각 구역은 잘 정비된 산책길로 이어져 남녀노소 부담 없이 가볍게 걷기 좋다.

생태 놀이터 바로 옆에는 낮은 담장과 벤치를 설치한 특화공원이 있고, 그 뒤로 아직 가꿔지지 않은 생태습지가 자리한다. 특화공원 인근에는 시그니처 연꽃 포토존이 있는데, 밤이면 조명이 켜져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습지 옆에 조성한 나무 덱(Deck)에는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액자 형식의 창을 냈다. 창 너머 펼쳐지는 자연을 한눈 가득 채워도 좋겠다.

정자로 만든 전망대에는 꼭 올라보자. 연꽃 군락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바로 옆에는 나무 그늘에 테이블과 벤치를 놓아둔 배려가 돋보인다. 이곳에서 쉬며 잠시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이따금 불어오는 만추의 바람과 가을바람에 연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스산한 마음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자.

· 위치 울산 북구 연암동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