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팀 김진호 팀장

업무를 위한 노력이 즐겁다

울산대학교병원 시설팀 김진호 팀장은 총 15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인물이다. 기술자격의 최상위 등급인 전기 기능장까지 갖춰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가 지나온 길에는 뜨거운 땀과 무수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더 나은 업무를 위한 노력

영국의 시인 D.H.로렌스는 말했다.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라고. 우리에게 일은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것이다. 꼭 있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데 이토록 중요한 일(work)이지만 시인의 노래처럼 일을 즐기는 이는 사실 드물다. 하지만 여기, 울산대학교병원 시설팀에는 일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한 사내가 있다. 시설팀 김진호 팀장이다.

김진호 팀장은 울산과학대학교 전기과를 졸업하고 화학 공장에 에너지기술인으로 취직했었다. 당시 열관리 업무와 보전 업무를 배웠고, 이후에는 복합 쇼핑몰에서 냉동과 소방 업무를 병행하며 경력을 쌓았다. 2000년 울산대학교병원에 입사한 뒤에는 전기 부서에서 8년, 기계부서에서 12년 업무를 했고, 이후 시설팀에서 지금까지 팀장직을 맡아 에너지관리와 기계설비유지 관리, 대기 관리, 안전관리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김진호 팀장은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업무 관련 자격증 부자로 통한다.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정은 곧 일에 대한 애정이었다. 관련 업무를 해오는 오랜 세월 동안 그가 취득한 자격증만 해도 총 15개다.

“전기과를 졸업하고 취직한 직장에서 열관리, 냉동, 소방 업무를 하면서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에 입사한 뒤에도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모두 업무를 보다 원활하고 더 수월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잘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최고의 자격증을 획득하다

김진호 팀장이 보유한 자격증 중에는 ‘전기 기능장’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2011년에 취득한 전기 기능장은 전기에 관한 최상급 숙련 기능을 가지고 산업현장에서 작업관리, 작업자의 지도나 감독, 직업훈련교사 등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기능사나 산업기사 자격증 취득 후 5~7년 이상 실무를 했거나 9년 이상 해당 업무를 수행한 자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한 마디로 기술자격의 최상위 등급으로 통하는데, 그가 전기 기능장에 도전했던 이유는 맞닥뜨린 업무 변경에 부족함을 느껴서였다.

“그간 나름대로 업무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며 해왔습니다. 그런데 2009년부터 기계부서로 업무를 전환해 유틸리티 설비와 공조설비, 냉난방 설비 등 각종 기계 장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동제어를 접하게 되어 전기 기능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술자격의 최상위 등급인 만큼 취득까지 여정이 녹록지 않았다. 1차 필기시험은 독학으로 공부해 합격했다. 2차 실기시험 중 전기배관배선과 실무는 갖춰져 있었지만 자동화 프로그램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공부는 혼자 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한국폴리텍대학(울산 캠퍼스)을 찾아갔다.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님께 부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실기 실습 장소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무사히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때 3교대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공부했는데, 지금까지 취득한 15개의 자격증 중 최고의 자격증이라 그 어떤 자격증 취득 때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기능장 자격 취득 전과 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자격증 취득 후에는 실기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PLC 공부 덕분에 전기와 기계설비의 작동 메커니즘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또 기계설비가 고장이 나면 정확하고 빠르게 보수할 수 있고, 시설개선 업무의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병원으로

김진호 팀장이 기능장 자격까지 취득하며 업무에 노력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에는 환자 안전 그리고 병원 직원의 안전, 결국엔 ‘안전한 병원’을 만들고 싶은 속 깊은 바람이 담겼다.

“시설팀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직원 모두 불편함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개보수를 하는 팀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해 해당 업무의 전문가가 됨으로써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호 팀장은 울산대학교병원에서의 지난 시간을 가만히 돌아본다. 어느 틈에 20년이 지났다. 최근 코로나19 관련한 업무는 유독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유틸리티와 시설개선 업무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그에게 자부심을 안겨준다.

“그동안 익힌 기술로 코로나19 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음압병실의 기계설비 유지관리와 증설 공사를 신속하고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이는 여러 면에서 뜻깊고,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유틸리티와 시설개선 업무를 통해 매년 3억 원 정도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냉수 생산시스템 개선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문가와 에너지전문업체의 자문을 받았고 대다수 의견이 이론은 맞지만, 에너지 절감 효과가 적고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과 재검토를 거쳐 확신을 갖고 경영층의 재가를 받아서 시행했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에 성공함으로써 엔지니어로서 자부심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물론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2020년 7월 폭우로 인한 응급의료센터 변전실 침수 대응과 9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병원 전체에 정전이 22회나 발생했을 때다. 그로 인해 전산장애와 시설물 파손이 크게 발생했는데, 시설팀에서는 꼬박 밤을 지새우며 복구 작업을 무사히 완료했다. 같은 일이 반복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점검과 예방보전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 병원 건립을 앞두고 있다. 김진호 팀장은 병원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새 병원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새 병원 건립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바람이다. 또 그는 기회가 된다면 지금까지 배운 업무 지식을 재능기부와 봉사 등으로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그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일은 곧 그의 인생이 아닐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가 보여준 뚝심이라면 이후 그의 인생도 업무를 하는 것처럼 완벽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