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진료관리팀 김태현 차장 &
마음쉼터휴(休) 김유리 심리상담사

정당한 분노는
오히려 나를 지키는 일

우리 인생이 늘 순탄할 수만은 없다. 뜻대로 안 되는 현실에 분노가 치밀고, 나만 안 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혀 원망을 쏟아내기도 한다. 김태현 차장은 적정진료관리팀에서 성난 환자나 보호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김유리 심리상담사는 울산대학교병원 상담실 마음쉼터휴(休)에서 지친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들은 “분노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단, 건강한 방법으로 잘 꺼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_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대학병원>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태현 차장 2001년 울산대학교병원에 입사해 구매팀, 원무팀, 고객상담실, 노사협력팀, 건강증진팀을 거쳐 2021년 12월부터 적정진료관리팀에서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유리 상담사 작년 5월 울산대학교병원 마음쉼터휴 상담실을 개소한 뒤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각각 환자와 직원을 응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업무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김태현 차장 고객상담실은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느끼는 불편이나 불친절 등의 내용을 청취하고 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고객들의 불편 중에서 즉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현업 부서와 협의하여 즉각 반영하고, 시간이 필요한 업무는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개선해나갑니다.

김유리 상담사 저는 울산대학교병원 임직원의 신체적 건강, 인지적 성장, 업무 태도 변화, 대인관계 개선, 가족관계 개선 같은 주제를 가지고 내담자 내면의 탐색과 통찰을 끌어내도록 돕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변화를 통해 심리안정을 얻도록 함으로써 업무효율을 높이고 구성원 간 갈등을 줄이도록 조력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상담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태현 차장 정말 힘들었던 상담, 표현하기 힘든 일이 많았지만,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환자가 진료과에서 처방을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찾아왔습니다. 1시간 정도 환자와 면담을 진행한 이후 진료과에 상황 설명을 요청해 듣고 환자와 몇 차례 전화상담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본인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의료진의 설명에도 불만 제기만 계속했습니다. 진료과와 정보를 교환해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며 설명했고, 본인의 상태를 이해한 환자는 스스로 인정 후, 몇 달 뒤 재방문하여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을때 오랜 상담 시간의 보람을 느낀,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김유리 상담사 EAP상담(기업 상담)을 하면서 다양한 직군과 연령대를 만나왔습니다. 특별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병원 업무 특성상 병원 임직원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여타 직군보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므로 그에 따른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문직이면서 서비스직이기도 하므로 그에 따른 감정노동, 관련 스트레스가 클 것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내담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봉사 정신이나 희생 같은 특수한 성품이 꼭 필요한 직군이기 때문일까요? 특히 무얼 자꾸 갖고 오십니다. 그러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도요. 이것도 이 직군의 특성인지, 울산대학교병원만의 특성인지 모르겠네요. 상담하러 오실 때 아무 것도 안 들고 오셔도 된답니다(웃음).

<대학병원>
업무를 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이나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태현 차장 아마 상담업무를 하는 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상담실 방문 시 격앙되고 흥분했던 내원객이 여러 차례 상담을 거치며 내용을 이해하고 업무가 원만하게 처리되어 감사 인사를 하며 문을 나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만 반복할 때 힘이 듭니다.

김유리 상담사 힘든 순간은 사례가 먹먹할 때, 보람 있는 순간은 내담자와 상담을 종결하기로 한 때입니다. 먹먹할 때라는 건 내담자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지만 지원 체계가 너무 부족해서 그 상황을 그저 견뎌내야 하는 내담자를 만날 때이고, 그럴 때면 저 역시 먹먹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함께 해결하고 변화하고 성장하여 더 이상 제가 도울 필요 없이 내담자 혼자 해낼 수 있게 됐을 때 상담을 종결하는데, 이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마음쉼터휴(休) 김유리 심리상담사

적정진료관리팀 김태현 차장

_분노, 잘하는 법 있다

<대학병원>
누구나 분노하지만 극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겁니다. 올바른 ‘분노 해소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태현 차장 분노는 상심, 슬픔, 고뇌, 억울함, 두려움 같은 감정이 외부로 표현되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노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표출하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기에 적절하게 표현하거나 해소해야 합니다. 민원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고성과 욕설 그리고 막무가내식으로 해결해달라는 민원인을 만납니다. 올바른 표출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업무 중 이런 상황을 만났을 때는 상담 종료 후 잠시 자리를 떠나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한 주말에 해파랑길, 남파랑길, 울주9봉 등 경치 좋은 곳을 걸으면서 마음을 정리합니다. 좋은 경치를 보며 생각을 비우고 걷다 보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마음이 진정되고 행복해지면서 어느 순간 마음에 묵혀둔 분노가 완화되고 사라지는 경험을 합니다.

김유리 상담사 분노가 무조건 나쁜 거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표현하지 않는 게 더 무섭지요. 표현하면 분노가 되지만, 드러내지 않으면 이렇다 할 도움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우울감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는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잘 내는 게 중요합니다. 저를 찾아오시면 잘 싸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참다가 폭발하면 그 결과가 좋지 않아서 후회와 자책, 죄책감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다시 분노가 폭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잘 화내는 법, 잘 싸우는 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일단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화를 참고 있으며, 화가 폭발하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것도 훈련하면 됩니다. 혼자는 어려울

<대학병원>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김태현 차장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약해진 분들입니다. 내원객들이 말해주는 병원 이용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걸 넘어, 저를 포함한 우리 직원들이 선제적으로 고객이 되어 병원을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바꿔나가려고 합니다. 고객상담실 업무가 너무 없어서 ‘오늘은 어떤 업무를 하면서 보내야 하나?’ 하는 기분 좋은 고민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김유리 상담사 심리상담이라는 문턱을 낮추는 게 제 일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차 한잔하러 오셔도 좋고, 깊은 수다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머뭇거리는 동료가 있다면 상담 제언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비밀보장은 상담사의 기본윤리입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용기를 내세요. 목표라면 지금처럼 울산대학교병원 임직원과 함께 하루하루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입니다. 과거나 내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내가 어찌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순간 편안하신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