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바라보는 시선

누군가는 부족한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누군가는 바뀌지 않는 관계에 분노한다. 우리는 분노하기 전, 먼저 분노라는 감정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회복은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다. 제대로 분노를 알면 분노는 더 이상 불편한 감정이 아닐 것이다.

출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

화산처럼 ‘화’가 폭발하는 간헐성 폭발 장애

일상에서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화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양상을 보인다면 문제다. ‘간헐성 폭발 장애’가 정식 이름인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적인 고함이나 비명, 폭력 등을 동반하며 사소한 사건이나 원인에도 과도하게 화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신건강의학회에서는 평소 조용하다가 갑자기 화를 버럭 내는 사람은 물론, 화를 지나치게 참는 사람도 분노조절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간헐성 폭발 장애는 뇌 편도체와 전전두엽 사이 소통 문제, 즉 뇌 영역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한다. 편도체가 느끼는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전전두엽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전두엽은 더 이상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요즘에는 분노를 절제하지 못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간헐적 폭발 장애 진단 환자는 2071명으로 남성은 1812명(87.5%), 여성은 259명(12.4%)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18.4%), 10대(15.5%), 40대(13.1%) 순이었다. 20대 남성은 전체 35.2%로 가장 많았다.

간헐성 폭발 장애는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원인 진단과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감정 기복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 등을 시행한다. 또한 면담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인지한 후에, 행동이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실생활에서 훈습해 나갈 수 있다.

트라우마와 분노의 관계성

어린 시절 트라우마나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 분노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유럽정신과 학회(European Congress of Psychiatry)에서 발표된 논문의 내용이다. 연구진은 2004년 시작된 네덜란드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관련 자료를 이용하고, 추가로 환자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거나 이혼을 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은 경험을 조사해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유년기 시절 성폭행을 제외한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경험을 한 환자는 분노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반사회성 성격을 지닐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 중 유년기에 감정적·육체적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3배에서 2배까지 분노조절 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분노조절장애를 겪을 확률은 트라우마의 강도가 심할수록 올라갔다. 연구진은 “트라우마가 분노를 일으킨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연결고리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분노가 마그마처럼 솟아오를 때,
다스리는 방법

감정은 특정 상황에 우리가 반응하는 방법이다. 분노도 기쁨, 즐거움처럼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일 뿐 나쁜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화를 낸 뒤 후회하며 주변인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잦다면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원한을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는 부처의 말을 새겨보는 것도 좋다.

① 감정 일기를 써서 화가 난 이유를 분석한다.

분노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아 분노한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분노의 이면에는 불안·우울·외로움·억울함·무력감 등이 존재한다. 감정 일기를 통해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다혈질이었다. 그는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편지쓰기를 활용했다. 그는 누군가 화를 돋우면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편지를 쓰고 서랍에 사흘 동안 보관하다가 사흘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화나게 한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편지를 발송한 일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화내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글쓰기를 통해 화를 해소한 것이다.

② 명상과 마음 챙김으로 해소한다.

화가 나는 순간 1부터 10까지 천천히 숫자를 세며 심호흡한다. 이때 화를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연시킨다고 생각하면 더 좋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면 장소를 옮겨서 15분간 안정을 취한다. 분노를 느낄 때는 명상, 마음 챙김, 복식호흡 등이 감정을 해소하고 긴장을 이완하는 데 효과적이다. 분노를 다스리려면 명상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루 단 몇 분만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1~2분간 신체의 느낌에 가만히 집중하자. 꾸준히 명상을 하면 외부 환경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간헐적 폭발장애의 진단기준

A.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해서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 폭발로 아래 중 하나를 특징으로 보임.

① 언어적 공격성 또는 재산, 동물, 타인에게 가하는 신체적 공격성(2의 수준은 아님)이 3개월동안 평균 일주일에 2회 이상

② 재산 피해나 파괴 또는 동물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신체적 폭행을 포함하는 폭발적 행동을 12개월 내 3회

B. 반복적인 행동폭발동안 표현된 공격성의 정도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정도를 심하게 넘어섬.

C. 반복적인 공격적 행동폭발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며, 유형(有形)적인 대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님.

D. 반복적인 공격적 행동 폭발은 개인에게 현저한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거나, 직업적 또는 대인관계 기능에 손상을 주거나, 경제적 또는 법적 문제와 관련됨.

E. 생활 연력은 적어도 6세 이상임.

F. 반복적인 공격적 행동이 다른 정신질환(주요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정신병적 장애 등)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으며, 다른 의학적 상태나 물질의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