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에서
두 발로 사색하기

해파랑길 9코스는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친구 삼아 걷는 길이다. 일산해변에서 시작해 울산대학교병원과 현대중공업을 지나 봉대산, 주전몽돌해변, 우가산, 정자항까지 두 발로 씩씩하게 돌아보자. 단,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천천히 즐기면 좋겠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 송인호(스튜디오100)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우리는 매일 걷는다. 걷기는 우리가 매일 실천하는 기본 움직임이다. 일상 속 걷기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걷기만을 위한 걷기’ 시간을 따로 내어 제대로 걸어 볼 필요가 있다. 이원흥 작가는 저서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좋은습관연구소)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산책만 한 ‘책’이 없다”고 말했고, 작사가 도대체는 자신의 책 『그럴수록 산책』에서 “우울한 마음이 들 땐 대책 없이 걸어보세요. 걷고 걷다 보면 대책 없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거든요”라며 산책, 즉 걷기를 독려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걷기를 찬양하는 철학자들의 말은 넘치도록 많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고 했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니체뿐만 아니라 칸트, 소크라테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와 문학가, 예술가들은 산책과 명상의 매력에 빠졌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걷기를 친애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걷기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태양과 함께 걷는 사색의 길, 해파랑길 위에 서서 직접 확인해봐도 좋겠다. 대지 위에 봄볕이 환하게 퍼지고 있으니 더욱 좋을 것이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해파랑길 9코스

우리나라 외곽의 기존 길을 연결해 조성한 ‘코리아 둘레길’은 총 4,544㎞에 이르는 국내 최장 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비무장지대의 디엠지(DMZ) 평화의길, 동해의 해파랑길,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로 구성된다.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에 이어 2020년 남파랑길, 지난해 3월 서해랑길까지 개통하며 우리나라의 동과 서, 그리고 남쪽 푸른 바다를 품고 한 바퀴 빙 둘러 걸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2016년에 개통한 해파랑길은 코리아 둘레길의 원조 격으로 꼽는다.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다.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을 의미한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750km의 장거리 걷기 여행길인데,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다. 전체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해파랑길 9코스는 울산대학교병원이 위치한 동구를 지난다. 산업화한 도시와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울산의 매혹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해파랑길 9코스는 도심 속 해수욕장인 일산해변부터 시작된다. 도심을 통과해 울산대학교병원과 현대중공업을 지나 조선 시대에 말을 기른 곳으로 알려진 남목마성, 봉대산 정상의 주전봉수대, 울산 12경의 하나인 주전몽돌해변, 그리고 정자항으로 이어진다. 주전몽돌해변부터 정자항까지는 동쪽 바다의 풍광을 곁에 두고 걷는 것만으로 시원한 느낌이다. 곧 다가올 여름에 걷기도 안성맞춤이다.

살다 보면 문득 광활한 우주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고독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힘차게 걷는 것이다. 마음이 어두운 방에 갇혀 있다면, 그럴 때일수록 일단 바깥으로 향하자. 건강한 두 다리만 있다면 준비는 다 된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반짝이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걸으면 마음이 튼튼해지고, 위태하던 정신은 단단해질 것이다. 막 떠올라 대지를 은은하게 데우는 태양이 생(生)의 의지를 북돋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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