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김문숙 자원봉사자

슬픔을 덜고 사랑을 채우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 일렁인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누군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여기, 사랑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정성을 쏟으며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가까이에서 보듬는 자원봉사자 김문숙 씨를 만났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자원봉사자 김문숙 씨는 2013년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1기부터 현재까지 10년째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문숙 씨는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해두었다가,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다른 병원에서 디스크 파열로 누워있을 때 자원봉사자가 머리를 감겨줬어요. 그 손길이 어찌나 살갑고 다정했는지, 그때 나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울산대학교병원 안과에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마침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어요.”

처음에는 주 2회 자원봉사를 하다가 지금은 주 1회 하루 5시간씩 봉사한다. 김문숙 씨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반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환자의 신체를 돌보거나, 환자와 산책을 하고,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환자, 보호자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자원봉사를 오래 해오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요. 아픈 환자는 당연하고,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마음까지 아주 잘 와닿아요. 그리고 제 작은 돌봄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고마움을 표현해줄 때 마음 깊이 행복해져요.”

김문숙 씨는 죽음에 가깝게 다가간 이들을 보며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처음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환자가 처음 왔을 때는 분노, 원망 등 좋지 않은 감정이 많아요. 보호자도 지칠 대로 지쳐서 예민하지요. 하지만 우리를 만나 대화하고 교감하며 태도가 부드러워져요. 힘없는 손으로 ‘엄지 척’을 해주시고, 손잡아주고, 같이 사진도 찍자고 하세요. 이곳에는 아로마 요법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듯해요. 또 사별 가족 모임에서 소통하고 털어놓으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하세요. 이곳에서 ‘아름다운 맺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봉사는 김문숙 씨 삶의 일부가 되었다. 봉사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깨닫거나 얻는 부분도 많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자원봉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안연순 자원봉사자

마지막을 함께하는 마음

자원봉사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크다. 특히 생사의 경계에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환자의 곁을 지키고 보호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자원봉사는 보람이 더욱 크고 진하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안연순 씨는 2016년부터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울주군 보건소 ‘오아시스’라는 봉사단체에서 봉사하던 중 담당자의 소개로 인연이 닿았다. 처음엔 호스피스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긴장했지만 막상 해보니 예상과 달리 밝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호스피스라고 하면 어두운 분위기를 상상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의료진들은 친절하고, 병동 전체 분위기가 밝았어요. 자원봉사팀의 팀워크도 좋았죠.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더욱 즐겁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안연순 씨는 7년간 이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많은 환자를 만났다. 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그중에서 몇 명은 마음에 아주 오래도록 남는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야 할 때는 마음이 무척 아파요. 봉사하면서 참 힘든 순간이에요. 이곳에서 중학교 남자 동창을 만난 일도 있어요. 졸업하고 50년 가까이 못 봤는데도 그 시절 소년과 소녀처럼 한눈에 알아보겠더라고요. 반가운 마음도 잠시였죠. 친구는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면서 저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더 봉사하고 더 배우면서 인생에 최대한 후회를 남기면 안 될 것 같아요.”

안연순 씨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두 차례 기부했다. 그저 평소 이웃을 돕고 싶은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뿐이다.

“최근 제가 속한 단체에서 해외여행을 가는 일이 있었어요. 저는 집안 사정으로 갈 수 없어서 대신 여행경비를 뜻깊은 곳에 쓰겠다고 생각을 굳혔어요. 무엇이라도 드리고 싶을 때 받아주는 곳이 있어 오히려 좋았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수고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연순 씨는 슬픔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생의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인정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슬픔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앞으로도 그 길에서 함께하겠다고, 가까운 곳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돕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