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

함께라는 마음으로

핑계일지 모르지만 바쁘게 사는 우리는 마음을 돌볼 겨를이 없다. 올해는 따로 시간을 내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가 ‘함께’ 방법을 찾자고 제안한다.

편집부 / 사진 송인호(스튜디오100)

좋아서 하게 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전진용 교수는 지난해 3월 새봄,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치매, 중독 장애, 조현병, 기분장애, 불안 장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전진용 교수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건 돌아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는 그의 가치관에 맞아떨어지는 직업이자 일이다.

“고등학생 때 사람들을 돌보는 직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의대생 시절부터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의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봉사 동아리나 이주노동자 진료소 활동을 많이 했고, 그때 함께한 친구 몇 명은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가깝게 지냅니다.”

의대생 시절부터 가졌던 진료소에 대한 관심은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가 되어서도 이어졌고, 덕분에 상을 받기도 했다. 2007년 <청년의사>와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공동 주관한 제7회 청년슈바이처상 시상식에서 봉사상 전공의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순한 노력봉사를 뛰어넘어 다양한 차원의 활동을 조직하고 프로그램화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봉사활동이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내과 계통이나 보건학 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를 실습하면서 질병이 아닌 사람 전체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에는 그의 흥미를 끄는 점이 많았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약물 치료 외에도 정신 치료, 예술 치료, 심리극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제가 관심을 두는 지역사회 연계에 정신건강의학과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도 선택 이유였습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자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음주 문제, 학생 정신 건강 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병원과 지역을 연계하면서 할 일이 많아 좋습니다.”

쓰고 연구하고 홍보하는 성실함

전진용 교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이사다. 이 자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외부 홍보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홍보로 나뉘는데, 그는 주로 내부 홍보를 담당한다.

“일반인 대상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홍보 활동은 정신 건강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이나 현안에 대한 대응이 많습니다. 제가 레지던트일 때보다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이 심하게 문제 있는 사람만 간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학회 홍보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전진용 교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선생님들과 함께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위한 정보나 지침 전달 활동에 참여했다. 또 전진용 교수는 진료 관련 책을 집필하는 일도 성실하게 꾸준히 한다. 지난 1월에 발행한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에는 공동 저자로 참여했는데,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상담과 관련한 책을 쓴 건 처음입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중에서도 어쩌면 조금 특별한 일을 하는 의사들이 모여서 자신의 영역과 관련해 일하는 중에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는 주로 심리적 트라우마에 관심을 가지고 탈북민을 진료했는데, 이 책에 그와 관련한 상담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내면의 동반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가 관심 있는 분야인 재난과 심리적 트라우마와 관련해 『재난과 정신 건강』,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명상을 주제로 한 『명상과 의학』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와 논문 발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로 트라우마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 이탈 주민의 트라우마, 화상 환자의 트라우마 관련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의 정신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해결해 나가는 꿈

그는 주로 탈북민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또 심리적 트라우마 분야에 관심이 많아, 트라우마를 겪은 환자는 더욱 또렷하게 기억한다. 한 환자 사례를 들려줬다.

“20대 젊은 환자였습니다. 아버지가 환자를 데리러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후 환자는 학업을 그만두려고 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사실 ‘이런 모습을 아버지가 좋아하실까’, ‘이래서 내가 얻는 이득이 뭘까’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심리적 트라우마 직후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 힘듭니다. 저와 상담하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약물로 불안과 우울을 치료하면서 환자는 다행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정신 건강 분야 예산을 순차적으로 늘려 연평균 4000억 원씩 5년간 총 2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데다 팬데믹 이후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커져서다. 최근 들어 20~30대 청년 세대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지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례적인 집중 호우와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불안한 나날이 많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제대로 돌봐야 하는 시기다. 전진용 교수는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몸 건강도 나빠지므로 서둘러 해결법을 찾기를 당부한다.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듯 정신 건강의 문제도 같습니다. 그런데 정신 건강의 문제는 사람이 나약해서 생겼다거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같이 고민하며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고민하거나 두려워하지만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특히 대학병원의 특성상 신체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 건강 문제를 같이 가진 이들이 많은데, 정신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좋아지고 신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지도 생기기에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전진용 교수는 <대학병원>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한다.

“오랜 기간의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를 겪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인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하는 만큼 올해는 많은 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을 겪는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게 마음은 시나브로 빛을 잃을지 모른다. 올해는 시간을 내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면 치료해주고 보듬어주자. 반짝반짝 살아있는 마음을 갖자. 혼자서 방법을 찾기 어렵다면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보자. 전진용 교수가 기꺼이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