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의 귀한 생명을 살린

71병동 김다인·조은채 간호사

길 위에 쓰러진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들이 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심정지 환자를 구한 울산대학교병원 71병동 김다인·조은채 간호사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생명을 살리는 손길에 ‘감사’를 말하게 된다.

편집부 / 사진 백기광(스튜디오100)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간호사들

지난해 11월 7일 저녁 무렵의 일이다. 울산 동구 해안가 식당 앞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는 응급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여성들이 한달음에 달려가 심폐소생술(CPR)로 환자를 살려냈다. 바로 울산대학교병원 71병동(심장혈관흉부외과, 안과, 성형외과) 김다인·조은채 간호사다. 김다인 간호사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들려준다.

“근무를 마치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남성이 식당에 들어오려다 뒤로 넘어져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반사적으로 달려가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의식과 맥박, 호흡이 없고 손끝에는 청색증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동공은 확장되어 반사가 없었습니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조은채 간호사와 손을 바꿔가며 기도확보와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3~5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결과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주변에서 시민들이 동시에 119에 전화를 해둔 상태여서, 바로 구급차가 도착해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골든타임이란 위급상황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결정짓는 최소한의 시간을 말한다. 심정지가 발생한 이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4~5분이다. 이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 뇌와 심장에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뇌 손상이 발생하고 10분이 지나면 다른 장기의 움직임이 멈춰 사망할 수 있다. 119에 응급 신고해 구급대원이 출동하더라도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기 쉽지 않기에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 근처에 있는 이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은채 간호사가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장은 인체 각 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므로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갑자기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지에 따라 환자의 생과 사가 달라집니다. 심장이 멎은 후 4분 정도까지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대부분 소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처치로 환자는 병원에서 가벼운 검사만 받은 뒤 퇴원했다.

71병동 김다인 간호사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2018년에 입사해 새해를 맞아 6년 차 간호사가 된 김다인입니다. 저는 입원 수술 환자를 간호하는 병동간호사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심장혈관흉부외과 병동입니다. 외과 병동인 만큼 환자들의 수술 전후 간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특히 심장, 폐 수술 환자들을 주로 보는데, 사람의 장기 중 이 두 기관이 생명과 직결한다고 생각해 더 집중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최선의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울고 웃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 많은 일 중 저는 특히 중증 환자들, 즉 병원에 있는 동안 잘 걷지도 못하고 누워서 지내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환자마다 배액관, 기관절개관, 산소치료 등 많은 치료 기구를 적용하다가 점차 잘 회복해 기구들을 하나씩 빼거나, 재활 운동 병행 후 웃으면서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신뢰감 형성이 잘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제게 “선생님은 한결같은 사람이다. 힘든 일에도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선생님 근무를 기다렸다. 간호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같은 말이나 글로 직접 칭찬해주시고 마음을 표현해주실 때마다 제가 오히려 감사와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인생에서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이지만 그 안에 내포하는 것이 무척 많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큰 죄를 짓거나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 남을 배려하면서 사는 것,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 스스로 생각하기에 떳떳하고 가치 있게 사는 것 등이지요. 앞으로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소망이 생겼습니다. 모든 상황을 대비해 잘 갖추어진 병원 안에서 간호사로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도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료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나 응급처치와 간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제 능력을 발휘해 가치 있는 일을 해내고 싶습니다.

71병동 조은채 간호사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해요

심장혈관흉부외과 병동에서 근무한 지 2년 된 조은채 간호사입니다.

환자 간호 담당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병동이나 똑같겠지만 간호업무에서는 환자들의 활력징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수치이면서 컨디션이 떨어지면 비교적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제나 활력징후를 중요하게 생각해 확인합니다.

아직 간호업무가 벅차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느라 저도 모르게 환자들에게 조금 퉁명스럽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내가 친절한 간호사가 맞는지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처치나 설명을 하면 환자들은 늘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간호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항목일 텐데요. 이전에는 건강의 중요성이 잘 와닿지 않았지만, 아픈 이들을 돌보며 다른 어떤 것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저와 여러분 모두 건강을 가장 먼저 챙기시길 바랄게요.

저는 똑똑하고 능숙한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조금 서툴지만 하루빨리 침착하게 일을 잘 해내는 간호사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하면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곧 그런 날이 오겠지요? 우리 함께 간절하게 기다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