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김아로 교수가 말하는

치매

치매는 우리 모두 관심 있게 살펴야 하는 질환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는 매년 5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고, 이는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 증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 저하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아로 교수가 치매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전한다.

편집실 사진 백기광

전문 진료 분야

알츠하이머병, 혈관성치매, 경도인지장애, 기억력장애, 파킨슨병 치매, 두통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3>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치매를 진단받은 사람은 92만 명이다. 이는 고령 인구 901만 명의 10%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며, 5명 중 1명 이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한다.

전체 치매의 50~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전체 치매의 50~70% 이상을 차지한다. 주요 증상은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저하와 일상생활 동작(요리, 세수, 옷 갈아입기 등) 저하이다.

또 우울증, 망상, 수면장애를 동반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는 단순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내는 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생기는 기억 저하는 경험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므로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치료법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뇌 안에 축적되고 배출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뇌 기능이 저하된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인지 저하 증상이 발현되기 15~20년 전부터 축적되기 때문에, 무증상 또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유무를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인자로 유력하다. 이는 아밀로이드 PET-CT 촬영 또는 뇌척수액 검사로 측정할 수 있다.

치매는 시간이 가면서 점차 악화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치매가 의심되거나 예방을 원하는 사람은 각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보이면 진단검사와 감별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진단검사는 신경 심리검사(기억력, 언어 능력)와 전문의 진료를 통해 이루어지며, 감별검사는 치매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연계 병원에서 혈액검사, 뇌 영상(CT, MRI, PET 등) 촬영 등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5년 후 요양 시설 입소 비율을 55%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됐다. 약물치료 또한 일찍 시작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약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이며,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했을 때 메만틴을 사용한다. 비약물 치료는 기억력 훈련, 인지 재활치료 등으로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치매 치료제 출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 속도를 늦추거나, 축적된 단백질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치료제 개발 연구가 수십 년간 진행되었으나 실패를 거듭하다 20여 년 만인 2023년, 드디어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 주사제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이 신약으로 인정받았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효과가 확인돼 지난해 7월 미국 FDA에 정식 승인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5월 식약처에서 허가받아 전 세계 네 번째 허가국이 됐으며, 올해 12월 정식 출시됐다.

하지만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적용될 수 있고, 혈관성 치매나 전두측두엽치매 등 다른 치매 유형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카네맙은 정맥 주사로 2주마다 투약해야 하며, 치료 도중 이상 반응으로 뇌부종, 미세 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 영상 소견 (ARIA)’ 같은 부작용 우려도 있다. 이러한 뇌부종은 대부분 3~4개월 지나 사라지지만, 치료 과정 중에는 뇌 영상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해 부작용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치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치매는 조기 진단도 중요하지만, 예방에 특별히 노력해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고혈압· 당뇨·체중 조절, 운동, 금연, 금주, 충분한 수면 등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해 ‘3·3·3 운동’ 수칙을 권고한다.

3·3·3 운동은 3가지 권장(균형 잡힌 식사, 운동, 독서), 3가지 금지(금주, 금연, 뇌 손상 예방), 3가지 행동(건강검진, 사회활동 및 소통, 조기 치매 검진)을 포함한다. 특히 하루에 30분 이상 걷기 등 꾸준한 운동은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치매일 때 인지기능 변화는 최근에 배우고 체득한 것부터 사라지고, 오래된 기억과 감정은 늦게까지 보존되므로 정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보호자가 이해와 지지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환자를 적절히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