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

비행 중 응급 환자의
생명을 구하다!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가 비행기 안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여 승객의 건강을 지켜낸 일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강병철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자.

편집실 사진 백기광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

전문 진료 분야

어지럼, 중이염, 난청(보청기, 인공와우 등 이식형 청각기기), 이명, 이관 질환, 전이개누공, 소아 이비인후과(외이 기형, 영유아 난청 및 언어치료)

기내 응급 환자에 신속 대처하다

지난 9월 23일,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청각학회를 마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그는 대한항공 KE902 항공편에서 한 승객의 응급상황을 마주했다. 비행이 시작된 지 약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승무원의

‘닥터콜’을 통해 기내에 응급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강병철 교수는 즉시 환자에게 다가갔다.

“1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저녁 비행기였고, 비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쯤 지났을 때였어요. 닥터콜을 듣고 갔더니 30~40대 한국 여성 승객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숨을 편하게 못 쉬고 울고 있었어요. 심한 불안 증세와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공황장애 혹은 불안장애로 보였어요.”

강병철 교수는 침착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뒤, 생명 징후(vital signs)가 안정적인 것을 확인하고,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진정시켰다. 이어 기내 비상 약물 목록을 활용해 적절한 먹는 약을 처방하고, 환자에게 귀국 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기내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약물도 부족하기 때문에 제한된 환경 속에서 환자 치료는 어려웠지만 오히려 더 필요한 조치가 적절히 취해지지 않으면 환자도 위험할 수 있고 함께 탑승 중인 승객들이나 승무원들이 불안해지면서 비행을 끝까지 완전하게 마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습니다.”

비행이 지속된 후 약 네 시간이 지나, 환자는 다시 불안 증세를 보였다.

“네 시간쯤 지나 다시 한번 승무원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 여성 승객이 식사도 못 하고 다시 불안 증세를 보인다고요. 다시 천천히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정제(Diazepam) 주사를 투여해 안정을 찾게 도와드렸습니다.”

이후 환자는 식사하고 잠도 자며 안정을 찾아갔다. 승무원은 강병철 교수에게 환자의 상태를 전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대한항공은 강병철 교수에게 메일로 감사를 표하고 소정의 답례를 전달했다.

“기내에서의 응급상황은 제한된 환경과 자원으로 인해 더욱 긴급히 대처해야 해요. 무사히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환자가 귀국 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며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 상황에서 어떤 의사라도 저처럼 대처하지 않았을까요(웃음).”

강병철 교수가 전하는
인공와우 이식

강병철 교수는 울산대학교병원 뇌병원 어지럼증센터장을 맡고 있다. 어지럼, 중이염, 난청, 이명, 소아 이비인후과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한다. 특히 난청은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에게 난청 치료법 중 하나인 인공와우 이식에 대해 들었다.

Q
인공와우 이식수술이란 어떤 수술인가요?

와우는 달팽이관이라고도 하며 소리를 인지하는 역할을 하는 내이 기관입니다. 공기의 파동인 음파가 고막에 도달하면 귀속의 작은 뼈들인 이소골을 움직여 달팽이관에 전달됩니다. 달팽이관은 이러한 물리적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달팽이관에 질환이 생겨 다른 방법으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환자에게 전기적 신호로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전극을 달팽이관에 넣어주는 수술이 인공와우 이식수술입니다.

Q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어떻게 듣게 되나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달팽이관에 인공와우 전극을 삽입하고 내부 수신기를 머리뼈에 심어주는 수술입니다. 수술 후 상처가 회복된 뒤 외부 음향처리기를 머리에 붙이면, 내부 수신기의 자석에 부착됩니다. 외부 음향처리기가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고, 이 신호가 코일을 통해 내부 수신기로 전달됩니다. 이 신호를 전기자극으로 변환해 전극에 전달되면 전극이 청신경을 자극하고 뇌로 신호가 전달돼 소리를 듣게 됩니다.

Q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하면 소리를 바로 잘 들을 수 있나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긴 청각 재활의 시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작이 반이지만, 이후 과정도 무척 중요합니다. 처음 소리를 들으면 기계음같이 어색하게 들립니다. 인공와우가 청신경에 전달하는 전기자극의 양을 조절해 사용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매핑(mapping)이라고 합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사용자는 정기적으로 매핑을 받아 최적의 청각 환경을 조성해나갑니다.

Q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언제 받아야 하나요?

난청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갑자기 청력을 상실하는 돌발성 난청은 충분한 약물치료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대개 더 이상 청력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고려합니다. 노화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등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다가 더 이상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수술을 고려합니다. 선천성 난청은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시기인 돌 무렵이 적절한 수술 시기입니다. 확실히 인공와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술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뇌에서 소리를 처리하는 부분인 청각피질은 오래 소리 자극을 받지 않으면 이후에는 인공와우 등으로 소리 자극을 주어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Q
어떤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수술 대상인가요?

소리의 크기를 ㏈, 데시벨이라는 단위로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숨소리가 10㏈이라면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는 40㏈, 보통의 대화 소리는 60㏈, 그리고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리는 80㏈ 정도입니다. 청력검사에서 말하는 ‘청력’이란 청력의 역치, 즉 개인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뜻합니다.

보통 25㏈ 이내를 정상 청력이라고 하며, 26㏈부터 40㏈까지는 경도 난청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청력역치가 40㏈보다 크면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를 통해야 잘 들을 수 있으며, 70㏈이 넘으면 고도 난청입니다. 이 정도 난청이면 보청기를 사용해도 잘 듣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모두 인공와우 이식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