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을 살펴야 할 때

한 해를 맺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즈음, 왁자지껄한 거리 분위기와는 다르게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말연시증후군을 앓는 이들이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이도 많아진다. 긴 겨울, 우리는 정신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편집실

01.

일조량 짧을 때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 마음 한편이 뻥 뚫린 것과 같은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연말연시증후군과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것이다.

연말연시증후군은 2011년에 미국심리학회(APA)에서 정식으로 채택한 용어다. 한 해를 성과 없이 보냈다는 허무감, 새해에는 새사람이 돼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상대적 박탈감과 공허함 등에서 비롯하는 우울감을 뜻한다.

계절은 자연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계절성 우울증은 우울증의 한 종류로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1년의 어떤 특정 시기에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증상이 깨끗이 없어지는데, 보통 일조량이 적어지는 매년 가을이나 겨울에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봄이 되면 나아진다. 하지만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일상생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우울증 증상으로 직장에서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정도라면 하루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2주 이상 우울증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상담받자. 계절성 우울증을 방치하면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져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투여하는 약물 치료나 상담 치료뿐 아니라 광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02.

마음에 걸린 감기, 우울증

우울증은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일시적인 슬픔이나 괴로움보다 조금 더 심하게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기분이 가라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지고 비관적인 생각까지 하는데, 이런 상태가 몇 달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의 삶을 고통에 빠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건 그만큼 쉽게 찾아왔다가 쉽게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우울증 증상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누워만 있는 증상부터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죽고 싶은 생각뿐인 환자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가벼운 우울증은 감기처럼 며칠간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심각한 우울증은 쉽게 낫지 않고 몇 달씩 지속되다가 심하게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우울증이 쉽게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지 않으면 오랜 시간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러워지면서 그제야 뒤늦게 병원을 찾은 사례도 많다. 우울증은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대부분 경과가 좋다. 적절히 치료를 잘 받으면 환자 5명 중 4명이 완전히 회복되고 1명만이 만성적으로 병을 앓는다. 따라서 우울증 증상이 생기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적절한 상담과 처방을 받아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우울증 예방·관리 위한 7대 생활 수칙

① 친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② 규칙적인 운동을 하세요. ③ 음주를 피하세요.

④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세요. ⑤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세요.

⑥ 치료에 긍정적으로 참여하세요. ⑦ 경고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출처 : 대한의학회, 질병관리청

03.

사소한 일에 과도한 긴장과 불안 느끼는 불안장애

긴장과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시험을 치르기 전이나 큰 이벤트를 앞두었다면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 때로는 이런 감정이 어려움이나 고난을 잘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사소한 문제에 대해 정상 반응 이상으로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느끼고 그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데, 이때는 현명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안장애는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공포증,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다. 범불안장애는 불안한 느낌이 과도하게, 광범위하게 그리고 다양한 신체 증상을 나타내며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불안을 일으킬만한 이유가 없거나 사소한 일에도 심한 불안을 느끼고, 자율신경이 예민해져 땀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손발이 저리거나 차가워진다. 목이 마르고 얼굴이나 가슴이 화끈거리며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설사나 구토를 하고, 목의 이물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등 신체 증상 때문에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신체 증상이 지나쳐 일상에 지장을 받는다면 전문의에게 처방받아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04.

휴식 없는 업무 퍼레이드, 번아웃증후군

2019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직업에 관련된 문제 현상으로 분류한 번아웃증후군은 말 그대로 ‘불타서 없어진다’는 뜻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탈진하는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만성적인 피로감을 일으키며 무기력증, 불안감, 자기혐오, 분노, 의욕 상실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번아웃증후군 증상이 오랜 기간 계속되면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대인 기피,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 연구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번아웃증후군 관련 의료비용을 약 163조~247조 원으로 추산한다. 번아웃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또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05.

불안이 극에 달하는 공황장애

지난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면, 국내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2017년 13만 8,736명에서 2021년 20만 540명으로 4년 사이 6만 1,804명(44.5%) 증가했다. 연간 20만 명이 공황장애로 치료받는 것이므로 공황장애는 더 이상 ‘연예인병’으로 치부할 수 없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하나다.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불안이나 공포가 엄습하는 상태를 공황장애라고 한다.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보통 광장공포증이 함께 나타나는데, 광장공포증은 공공장소, 특히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나 극장,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이 광장공포증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강한 공포, 곧 죽을 것만 같은 불안을 느낀다. 또 호흡이 곤란해지고 맥박이 빨라져 가슴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혹은 숨이 답답한 느낌, 현기증, 손발 떨림이나 저림, 식은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다급함에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많다. 공황장애가 지속되면 합병증으로 우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공황장애도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증상을 줄이고,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공황장애 체크리스트

* 위 증상 중 네 가지 이상 해당하면
공황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박동수가 높아진다.
□ 땀을 흘리거나 매우 덥다고 느낀다.

□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린다.
□ 숨이 가빠지거나 질식할 것처럼 숨쉬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 목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
□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불편감이 든다.

□ 메스꺼움이나 복부 불편감이 느껴진다.
□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다.

□ 현실감이 사라지고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이인증(자기 자신에게서 분리됨)이 나타난다.

□ 통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 손이나 발끝에서 감각 이상이 느껴진다.
□ 오한이나 열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