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은 흐른다

강은 조용히 흐릅니다. 오늘도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지르며 동쪽 바다로 천천히 흐릅니다.

지난날의 것이 모두 강물에 실려 가버리고, 우리에게는 다시 맑은 마음만 남아 강과 같은 안정과 평화의 시간을 삽니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윤선우

다시 생명이 흐르는 강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한 태화강은 매암동 부근의 동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길이는 47.54㎞. 울산광역시를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태화강은 울산시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울산지역의 젖줄과 같은 소중한 강이지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 태화강은 공업용수와 생활폐수에 급격하게 오염돼 ‘죽음의 강’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울산광역시와 기업, 시민이 모두 한마음으로 태화강 되살리기에 동참해 지금은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생태하천이자 랜드마크가 되어 위풍당당 흐르고 있습니다.

태화강에 모여드는 삶의 조각들

다시 태어난 태화강은 울산시민들을 한결같이 다독이고 동·식물을 너그럽게 품으며 다양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태화강 둔치에 방치돼 있던 십리대숲도 잘 정비해 태화강의 품격을 한층 높여줍니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며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합니다. 또 태화강은 2019년 7월,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며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이제 태화강은 연어, 은어와 같은 토종 어종이 헤엄치고 백로, 고니, 수달, 너구리 등 7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명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태화강에서 울산시민들은 휴식을 취하고 건강을 챙기며, 공연을 관람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삶을 이어갑니다.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의 다독임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가 하루에도 몇 차례 들끓는 우리 감정의 모습이라면 잔잔한 물결 일렁이는 강은 어쩐지 우리 이성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을 응시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다독입니다. 오후의 윤슬이 내려앉은 강에서 가만히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해 질 녘 석양이 내려앉고 물억새와 어우러진 강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잊기도 하며, 다시 우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