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성조숙증일까?

성장기 소아청소년에서는 몇 가지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 성조숙증은 아이가 자신의 발달 상태를 점검할 수 없으므로 특히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 자녀가 성조숙증이라는 의심이 들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빠른 치료의 첫걸음이다. 최근 급증하는 성조숙증에 대해 알아본다.

안성연(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어느 날 딸아이와 함께 목욕하다 깜짝 놀랐다. 이제 여덟 살인 딸이 제법 가슴이 봉긋해서다. 또래에 비해 성장이 빠른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여성성이 도드라지는 딸을 보며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 성조숙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또래보다 키가 10㎝ 이상 큰데다 최근에는 가슴마저 도드라지면서 친구들 앞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

호르몬 분비돼 성장판 일찍 닫혀

성조숙증이란 너무 이른 시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가 시작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춘기 신체 변화인 이차성징이 여아는 8세 이전, 남아는 9세 이전에 시작됐을 때를 지칭한다. 이차성징은 여아에서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면서 커지고, 남아에서는 고환이 커지면서 음경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지만, 소수는 뇌 이상이나 난소나 부신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아는 성조숙증이 흔하지 않은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중추신경계 이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기에 뇌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부모가 일찍 사춘기를 겪은 가족력이 있거나, 아이가 저체중아로 태어났을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환경적 요인으로는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접촉으로 인한 내분비계 이상, TV와 인터넷의 성적 자극 환경 노출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의 복합 기전에 따라 성조숙증이 나타난다고 본다.

성장 방해 더불어 심리적 위축도 야기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먼저 또래 친구들보다 이차성징이 빨라 놀림 받기 쉬운데다 어린 나이에 생리를 시작하면 처리 능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또래 아이들과 ‘다름’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또 성호르몬이 빨리 분비되어 뼈를 성숙시킴으로써 성장판이 일찍 닫힌다. 성조숙증 초기에는 키가 빨리 자라지만 또래보다 일찍 키가 커버리므로 최종적으로는 작은 키에 머무를 수 있다.

성조숙증 진단과 치료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먼저 사춘기 시작이나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뼈 나이 검사, 즉 성장판 x-ray 검사와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 혈액검사다. 뇌의 종양이나 선천성 기형, 부신이나 성선 종양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성조숙증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이 검사에서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뇌 MRI 검사나 복부 혹은 골반 초음파 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만약 뇌 이상이나 복강 혹은 골반 내 장기 이상이 발견되면 이를 먼저 치료하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는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로 치료를 시작한다.

이 치료제는 뇌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제다. 꾸준히 투여하면 성호르몬 작용이 줄어 사춘기 징후의 발달이 늦춰지고, 골성숙 속도가 지연된다. 주사는 제형에 따라 1개월,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피하지방 또는 근육 내 투여한다. 성조숙증 치료는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초경을 시작하는 목표로 진행한다. 여아는 11~12세 사이에 치료를 종료하며, 사춘기가 진행된 정도와 치료 상태를 판단해 종료 시기를 결정한다.

성조숙증은 전문가가 치료 여부를 판단하고 알맞은 기간 동안 치료해야 하며, 치료 중 계속 관찰해야 한다.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은 일으키지 않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수개월 이내에 생식선 기능이 활성화돼 다시 사춘기가 나타난다. 치료 시작된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종료 후 보통 1년 전후로 초경을 시작한다. 성조숙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조기에 성장판이 닫혀 더 이상 키가 크지 않거나 신체 변화에 따른 심리·사회적 문제나 행동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되도록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