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내과 채강희 교수

폐암의 모든 것

폐암은 지난 5년간 울산 지역 암 발생률 현황에서 1위로 꼽힌다. 폐암 환자가 늘어날수록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고 치료 성적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폐암에 걸리지 않게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채강희 교수가 폐암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다.

대외협력홍보팀 사진 송인호

전문 진료 분야

폐결핵·비결핵항산균폐질환(유사결핵), 폐암·폐결절, 기관지내시경(진단·초음파·중재시술)

Q.
폐암은 흡연자의 병이다?

흡연자의 병으로 봐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폐암 발생의 약 70%가 흡연과 연관되어 있고,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0배가량 높습니다. 담배 연기에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60가지 이상이 발암물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금연을 하면 폐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약 5년째부터 폐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해 15년 정도 금연해야 비로소 폐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보다 1.5~2배 높은 정도로 줄어듭니다. 폐암 발생 위험은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폐암에 걸리면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폐암 발병에 대기오염이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공기 좋은 산속이나 시골로 이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술 후에 정기적인 외래 추적관찰이 필요하고, 항암치료 중에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므로 교통이 불편한 산이나, 시골에 격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치료중인 환자는 물론, 잠시 치료하지 않고 있는 환자라도 시골에 따로 떨어져 지내기보다 의료시설과 접근성이 좋은 곳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한편,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각한데, 미세먼지는 중금속이나 독성 화학물질을 포함해 건강에 해롭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2013년부터 미세먼지가 사람에게 폐암을 유발한다고 판단하여, 흡연과 같이 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했습니다. 크기가 큰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폐까지 도달하지 않지만, 입자 지름이 작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도달해 염증을 유발해서 폐암뿐만 아니라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이, 노인, 호흡기 질환, 당뇨병,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면 도움이 되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 미세먼지를 차단하면 좋습니다.

Q.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죽을병’이다?

폐암은 무서운 암이기는 하지만 치료할 수 없는 암은 아닙니다. 폐암 진단과 치료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 결과 흔히 ‘암의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과거의 13%에서 2018년 통계에서는 32%까지 높아졌습니다. 폐암 고위험 환자군이라면 반드시 금연하고 폐암 검진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검사에서 폐암이 의심되면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Q.
폐암은 노인보다 젊은 사람이 걸렸을 때
병의 경과가 더 나쁘다?

폐암은 50~70대의 장노년층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젊은 층에서도 폐암 발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환자들의 특성을 보면 남자보다 여자의 비율이 높고 선암 비율이 높으며, 진단 당시 병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를 참고하면 젊은 층의 폐암 진단 시 노년층보다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다는 보고도 있으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보고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또한 기존 연구 결과는 최근의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분석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Q.
폐암은 유전된다?

가족력이 있으면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특히 직계(부모님, 형제자매)는 2배가량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며 사촌은 30%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족력을 가진 남성보다 여성이 폐암 발생률이 더 높습니다. 흡연력이 있으면서 가족력도 같이 있다면 폐암 발생률이 더 높으므로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 흡연하는 행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족력과 연관된 폐암은 소세포암보다는 비소세포암이 흔히 발생하며 그중에서도 선암이 많이 발생합니다.

Q.
흡연량을 줄이거나 전자담배로 바꾸면
폐암 발생 확률이 줄어든다?

폐암 발생률은 타르나 니코틴의 함량과 상관없이, 담배 피운 개수와 피운 기간이 길수록 높아집니다. 담배회사에서는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광고하지만, 이런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연구한 여러 역학 연구에서 폐암이 줄어든다고 증명된 사례가 없습니다. 기존 담배와 저니코틴, 저타르 담배의 차이는 폐암의 세부 형태는 달라질 뿐 전체 폐암 발생률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카트리지 안에 들어 있는 니코틴을 기화시켜서 흡입하는 제품입니다.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에서는 ‘전자담배의 독성과 단기 건강영향에 관해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로울 수 있으나 장기적인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가 없어 안전하고 냄새가 나지않는 안전한 담배라고 홍보해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니코틴 함량이 일반담배와 비슷해 니코틴 의존과 금단 증상을 유발하며, 끊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담배 제품은 유해하며,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는 금연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사용해 금연을 시도해야 합니다.

Q.
피검사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 폐암을 진단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혈액종양 표지자를 이용한 검사를 말합니다. 종양 표지자는 암이 생겼을 때 혈액 내 수치가 올라가는 물질들인데 암의 종류에 따라 종양 표지자가 다릅니다. 그런데 종양 표지자들은 암 이외에서도 상승할 때가 많아 종양 표지자가 상승했다고 해서 암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종양 표지자는 조기 폐암일수록 진단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폐암이 한참 커진 다음에 이 수치들이 상승한다면 진단 가치가 없습니다. 다만 폐암 진단 시점에 종양 표지자가 상승한 환자라면 폐암을 치료하면서 치료 효과를 판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으나, 현재 폐암을 조기 검진하는 데 사용되는 종양 표지자는 거의 없습니다.

Q.
수년간 흡연했다면 지금 금연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지나야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반으로 감소하고, 담배를 끊은 지 30년이 지나도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확률이 다소 높습니다. 따라서 아예 흡연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흡연 중이라면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합니다. 또한 청소년 흡연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인데,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 흡연은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기에 일찍 흡연을 시작하면 중독성이 강해 금연하지 못하는 경우가 어른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Q.
조직검사를 하거나 수술하면 암이 퍼진다?

실제 문헌 보고에 바늘 조직검사 이후 암이 퍼졌다는 아주 극소수의 환자 사례보고가 있지만 대규모 연구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조직검사에서 조직검사 이후 암이 퍼지지 않습니다.

수술하면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해서 힘들게 수술했는데 암이 재발하면 환자는 실망감이 큽니다. 그때 괜히 조직검사나 수술을 해서 암이 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폐암의 재발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위암이나 유방암과 달리 폐암 1기는 20%, 2기는 40%, 3기 이상에서는 70% 넘게 재발합니다.

또 의학이 발전했지만, 첨단장비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병변이 남아 수술 후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환자는 수술을 권한 의료진이 원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암이 완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따라서 수술이 가능한 병기라면 적극적으로 폐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로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재발을 걱정하고 오해하면서 치료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폐암은 진행이 빠를 수 있으므로 조금만 지연해도 완치 기회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잘못된 오해 때문에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Q.
폐렴이나 폐결핵이 폐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폐렴이 폐암으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드물게 흉부 X-선이나 흉부 CT에서 폐암이 폐렴 형태처럼 나타나 진단이 늦어질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치료로 좋아지지 않는 폐렴은 폐암 가능성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반면 폐결핵은 결핵이 발생했던 자리에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핵이 앓고 지나간 자리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지속되면서 폐암이 발생하는 것이며, 반흔암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빈도는 높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