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강준자 씨 & 보호자 서정호 씨

모자의 아름다운 동행

아들은 어머니의 질병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오늘도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힘껏 밀고 울산대학교병원의 여러 진료과를 다니며 어머니의 진료에 동행한다. 그에게는 이 모든 일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다. 보호자라는 이름은 곧 사랑이니까.

박지영 / 사진 송인호

환자와 보호자라는 관계

가족 중 누구라도 아프면 가족의 일상이 무너진다.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환자는 물론 가족도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경제적 지출뿐만 아니라 간병 시간도 어느 정도 할애해야 한다. 즉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 돈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간병 부담은 누구의 삶에나 생길 수 있는 이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등을 도입해 국민의 간병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대부분은 아픈 가족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 가족의 치유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강준자 씨의 보호자 서정호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머니의 건강에 응급 상황이 발생해 구급차를 타고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당시 상황이 무척 좋지 않았어요. 다른 병원에서 CT를 촬영하고 위세척을 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서둘러 옮겨야 한다고 했어요. 어머니는 오랜 기간 장기 복막염을 앓았고 워낙 고령이라 다른 장기에 손상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지낸 3개월

그렇게 찾은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당시 응급실 당직 중인 외과 박호종 교수가 그들을 맞았다. 강준자 씨는 응급수술에 들어갔고 무사히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내고 일반병동으로 옮겨 두 달을 지냈다. 모자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서정호 씨는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버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튜브를 단 채 지냈어요. 가족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절망을 느꼈죠. 어머니는 폐, 간, 담낭 등 많은 장기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울산대학교병원 교수님들은 물론 간호사님, 간호조무사님 등 모두 한결같이 섬세하게 돌봐주셔서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셨어요. 이 지면을 빌려 꼭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모자, 함께 건강하기를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에자티(Mazid Ezzati)팀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통계를 바탕으로 선진 35개국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가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된다고 분석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확실해지면서, 각 가정의 간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직접 간병하는 가족들은 간병비 부담에 극심한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서정호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양 무릎에 앓는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채 문화센터에서 잠깐씩 일하며 어머니를 간병했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서정호 씨의 사연을 들은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의료비를 후원해주신 후원자 덕분에 의료비 일부를 지원받게 해준 것이다. 서정호 씨는 한 줄기 햇살이 스미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울산대학교병원에 참 고마우면서도 큰 빚을 진 듯한 마음입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어머니를 간병하는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상황이었지요. 그런 제게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전해준 것은 돈 이상의 마음이었습니다.”

서정호 씨는 이번 계기에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크게 깨달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고 만다는 사실 말이다.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건강도 그에게는 무척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맡은 서정호 씨와 아들의 든든한 보호를 받은 강준자 씨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