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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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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 : 감염내과 2008-10-23 18:58

에이즈(후천선면역결핍증)


 
198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몇 명의 건강한 동성애자들에서 주폐포자충 폐렴과 카포시 육종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놀랍게도 건강한 성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병이 아니었다. 당시엔 이병이 후천성으로 얻어진 어떠한 면역결핍과 연관이 있다고 추정하였고 1983년에는 그러한 병의 원인이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인 것이 밝혀졌다. 100년 전 로버트 코흐가 역학조사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규명한 원리가 바로 여기에 적용되었다. 인류에게 감염병이 처음 소개된 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관련된 수많은 증후군과 기회감염병(opportunistic infections;정상적인 면역상태에서는 감염될 수 없는 병원균들에 의한 감염)이 알려졌고 감염자의 수도 급격히 늘어서 2003년 전 세계적으로는 약 4천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약 3천명의 감염자가 있다. 그중 500여명이 작년 한 해 동안만 발생했으니 우리도 이제는 더 자세히 알고 대처할 때가 되었다. 이 병에 대해서 인류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특정한 성습관이나 출산, 수혈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취약한 국가나 지역, 취약한 집단,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가난과 기아의 문제와 함께 HIV는 최악의 재앙이 되었다. 그나마 이 병이야말로 1980년대 이후의 의학발전과 신약개발의 최대의 수혜자란 점은 불행 중 다행인 점일 것이다. 이미 치료제가 약 20가지나 시장에 나왔다. 수 십 세기동안 인류를 괴롭히던 전염병인 결핵의 치료제가 아직도 약 10가지 인 것에 비하면 무척 대조적이다. 더욱이 항바이러스요법의 성공으로 질병의 억제를 통한 무병장수를 감히 장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 전파경로
HIV 감염은 잘 알려진 혈액매개(blood-born) 감염병이다. 이 한마디로 의료진이라면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이 이 병이 공기 전염되거나 타액, 땀 등을 통해서, 즉 일상생활의 접촉이나 식사를 통해서는 절대로 전염될 수 없고 오직 ①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② 혈액제제에의 노출(감염혈액 수혈, 직업적노출사고), ③ 출산 시 모자간의 수직감염 등이 유일한 경로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흔히 접하는 두 가지 질문은 (1) 환자를 진료할 때 마스크나 장갑을 착용해야하는가? (2) 비정상적 성행위를 통해서만 전파되므로 “정상적”이고 “청결”한 성행위라면 콘돔 없이 여러 상대와 성관계를 해도 안전하지 않은가? 등의 질문이다. 전자에 대해 설명하자면, 먼저 아주 중증 면역결핍환자가 되어 다른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되면 오히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격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또는 환자가 결핵 등의 호흡기 전파 감염에 합병되어 다른 환자를 보호하기위해 격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밖의 경우라면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 감염자란 이유만으로 이들이 반드시 다른 환자에게 해로운 사람이 아니다. B형간염 환자가 그렇듯, 매독환자가 그렇듯, 이들도 병원에서는 그냥 환자처럼 대우받아야한다. 질병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일반인들은 감염자에 대한 관용과 이해의 폭을 넓혀야한다. 후자의 문제는 주로 환자 측에서 정보가 부족해서 제기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병은 성관계의 규범적 타당성이나 성행위의 눈에 보이는 청결수준이나 취향보다는 감염자와의 성행위가 유일한 위험요소이다. 동성애자들이 항문성교를 하는 경우 감염자가 많은 이유는 미세한 출혈을 통한 전염의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순결한 부부간의 정상적인 성행위라고 해도 한쪽이 감염자인데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관계의 상대가 많아질수록 감염자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가 언론매체를 통해서 콘돔광고를 시작한 것도 그러한 긴박한 현실에서 비롯된 적절한 정책이다.

◎ HIV 감염과 AIDS(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후천면역결핍증후군)는 다르다.
설명하자면 마치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보균)이 되었다고 모두가 만성간염환자가 아닌 것과 같다. 상당수는 바이러스 감염에도 불구하고 간기능의 이상이 없는 상태를 수년에서 수십 년간 유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HIV바이러스가 성관계 등의 접촉을 통해서 감염이 되더라도 당장 AIDS가 되는 것이 아니다. 1993년 미국 질병통제센터(US Center for Diseases Control and Prevention; US CDC)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나 징후의 정도와 CD4 림프구(백혈구)의 감소(세포면역의 결핍)의 정도로 AIDS를 정의한다. 우리가 흔히 AIDS는 잠복기가 길다고 알고 있는 것은 면역억제에 따른 증상(기회감염)이 나타나기까지 우리 몸은 최선을 다해서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IV 감염 자체는 그다지 긴 잠복기가 없어서 접촉시점으로부터 최소한 수주 이내, 길게는 6개월 이내 혈액(혈청)검사로 알 수 있다.

◎ 질병의 경과(자연사)와 기회감염
HIV는 역전사효소를 통해 RNA를 DNA로 역전사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HIV는 공교롭게도 우리 몸의 면역계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CD4 조력 림프구(백혈구)를 공격대상으로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병의 증상란 서서히 결핍되는 면역기능의 결과로 빚어지는 기회감염이다. 가장 초기에는 진단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불특정한 열과 목의 림프절비대 및 근육통, 홍역모양 구진, 설사 등을 앓을 수 있으며 이를 급성 HIV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후 대부분 감염자는 혈액검사에서 감염자인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증상 없이 길게는 약 8~10년까지도 지내게 된다. 이 같은 무증상 감염기 동안 바이러스는 일정한 수준의 안정점으로 억제되어있다(viral set point). 그러나 바이러스가 공격을 멈춘 것은 아니고 우리 몸도 최대한의 방어를 하는 시기이므로 결코 평화로운 공존관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면역결핍증, 즉 AIDS의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이러한 무증상 감염의 균형이 깨지는 말기에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약물치료가 시작되어야한다. 지속적인 전신성 림프선증, HIV관련치매, 림프구성폐렴, 다발성근염, 카포시육종, 길랑바레증후군등의 비감염 합병증과 함께 기회감염이 발생한다. 잘 알려진 기회감염으로는 주폐포자충폐렴, 칸디다식도염, 파종성만성헤르페스감염, 톡소플라스마감염, 크립토코커스증, 속립성결핵, CMV질병 등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AIDS환자가 되면 피부에 독특한 병변이 생긴다고 알고 있으나 HIV 자체로 인한 직접적인 감염은 드물고 피부에 발생하는 병도 다양한 기회감염의 하나일 뿐이다.

◎ 치료
1996년 이후 소위 칵테일요법이란 애칭을 갖게 된 항바이러스제제의 3제병합요법으로 장기생존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유명한 농구선수 매직존슨이 항상 소개되는 성공사례이다. 그는 1991년 진단받고 아직까지 건강하게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소개된 약인 유입억제제(entry inhibitor)를 포함해서 인류는 병의 파괴적인 특성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일에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개발에 성공했다. 약물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은 환자는 일년 동안 CD4림프구가 100~150/mm3씩 회복된다. 그리고 정량검사로 혈중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병이 완전히 정복되지 못한 이유는 항바이러스제의 효과가 분화의 자극을 받지 않는 미성숙(nascent) 림프구에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성숙 림프구 안에 감염되어있는 바이러스는 계속 남아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앞으로의 숙제이다. 그럼에도 약물치료의 성공으로 감염자의 삶의 질을 감염이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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