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어머니의 몸에 작은 이상이 찾아왔습니다. 대수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 근처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의 "큰 병원으로 가보셔야겠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울산대학교병원. 낯설고 복잡한 검사들을 지나 마침내 외과 진료실 문 앞에 섰을 때, 왜 그토록 손이 떨리고 숨이 막히던지요. 박정익 교수님을 마주 앉아 듣게 된 '종양'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차갑고 무거워서, 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습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왔지만,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같은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께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우울 증세는 점점 깊어졌고, 급기야 며칠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딸과 사위도, 자신이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말 밤 다시 찾은 응급실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뇌 MRI 검사, 그리고 그 사이 멍하니 앉아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 한켠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찾은 외래 진료에서 들은 소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급성 뇌경색 진단과 함께, 당장은 수술이 어렵다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우선 색전술을 진행하고 3개월 뒤를 기약하자는 말씀에, 시간마저 길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수술 중 또는 이후의 위험을 고려해 비수술적인 치료도 알아보게 되었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중입자 치료까지 검토하며 마지막 희망을 붙잡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상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답을 듣게 되었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왔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라고 되묻는 말을 들으며, 아직까지 지역 의료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조용히 느끼게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교수님과 울산대학교병원 의료진을 믿어보기로.
그렇게 3개월이 흐르고, 마침내 수술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4월 17일 오전 11시 25분, 수술이 시작됐습니다. 그 순간부터 여섯 시간이라는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 대기실에서 작은 화면 속 수술 진행 상황만을 바라보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오후 5시 무렵, 가족을 부르는 호출이 울렸습니다. 긴장 속에 달려간 자리에서 들은 첫마디는 "간이 커서 수술이 쉽지 않았습니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이어진 "그래도 잘 마쳤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교수님께서 수술 과정을 하나하나 영상으로 설명해 주시며, 그 수술이 얼마나 어렵고 치열한 과정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의 긴 시간 속에서 의료진 여러분은 저희 가족에게 큰 버팀목이 돼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의료진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한 가족의 시간을 다시 이어주는 일을 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감당하며 생명을 지켜내는 그 손길 덕분에, 저희 가족은 다시 희망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희 가족은 의료진 여러분께서 이어주신 이 시간을 소중히 지키며, 어머니의 회복에 온 마음을 다해 함께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숭고한 사명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그 감사한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마음이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애써주신 외과 박정익 교수님을 비롯해 62병동, 중환자실, 그리고 곁에서 힘이 되어주신 간병사님들까지 모든 의료진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순 환자 가족 일동)
추천일:2026-04-22